[파리올림픽] 메달 색깔은 상관없다! 허미미는 최고였고, 한국유도는 별을 땄다!

입력 2024-07-30 16: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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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리스트 허미미. 파리|뉴시스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리스트 허미미. 파리|뉴시스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리스트 허미미(22·경북체육회)는 대한민국 유도계의 앞날을 밝혔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정보경(여자 48㎏급)이 은메달을 따낸 뒤 8년 만에 여자 유도 메달리스트가 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상당한데, 이제 20대 초반이라 미래까지 짊어질 스타가 탄생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허미미는 파리올림픽에 앞서 열린 5월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알렸다. 이 대회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이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년 트빌리시 그랜드슬램과 올 1월 포르투갈 그랑프리대회에서도 우승하는 등 침체했던 한국여자유도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는데, 파리올림픽 은메달로 그 기대에 부응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허미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도 주목받았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지역에 항일 격문을 붙이다가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1857~1920년)의 5대손이다. 2021년 별세한 할머니의 유언으로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렇다 보니 태극마크에 대한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도 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16강전부터 베테랑 팀나 넬슨 레비(이스라엘)를 만나 지도승을 거뒀고, 8강전에선 상대 전적 3전패로 열세였던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세계랭킹 13위)를 절반승으로 꺾었다. 준결승에선 169㎝의 장신이자 엄청난 골격근량을 지닌 브라질의 강호 하파엘라 실바(4위)를 상대로 위고쳐누르기 절반승을 거뒀다. 예상대로 결승 상대는 5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던 데구치였다.

허미미(왼쪽)가 29일(한국시간) 샹드마르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8강전에서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를 상대로 업어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파리|뉴시스

허미미(왼쪽)가 29일(한국시간) 샹드마르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8강전에서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를 상대로 업어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파리|뉴시스


허미미는 결승전 내내 공격적 운용을 펼쳤다. 쉴 틈 없이 업어치기와 안다리 공격을 시도했고, 절반에 가까운 장면들도 2차례 만들어냈다. 기술이 완벽하게 들어가지 않아도 굳히기로 이어가고자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정작 승부를 가른 것은 기술이 아닌 ‘지도’였다. 골든스코어(연장전)에서 위장공격에 따른 지도를 받아 허무하게 패했다. 지도 3개를 받으면 자동으로 패하는 규정에 발목을 잡혔다.

허미미가 받은 지도의 내용은 한 차례 그립 회피, 두 차례 위장공격이었다. 데구치 역시 그립 회피와 ‘공격의사 없음’으로 총 2차례 지도를 받았는데, 경기 내내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던 터라 허미미의 패배에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본인은 물론 김미정 여자유도대표팀 감독 또한 위장공격에 따른 지도에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의 한 유도인은 “일관성이 문제다. 이번에 위장공격 판정을 받은 기술이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공격으로 인정받았다”며 “지도가 경기를 지배하게 되면서 심판의 재량으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아쉬움이 크지만, 고개를 숙일 시간이 없다. 첫 올림픽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월드클래스’로 올라섰음을 입증한 만큼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한다. “4년 뒤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 지금의 성장세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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