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리포트] 연타석 순수 볼넷 2위 기록…KT 용호놀이, 0.138의 증명

입력 2021-05-10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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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용호. 스포츠동아DB

순출루율 0.138로 리그 4위…‘용호 놀이’ 완성
타율로는 안 보이는 가치, 이강철 감독 대만족
조용호, “출루율은 테이블세터 최대 임무”
평균적으로 한 타석에 4개 이상의 공을 이끌어낸다. 투수 입장에선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다. 단지 공을 많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든 1루 베이스까지 살아나간다. 4할대에 육박하는 출루율을 갖췄으니 현대야구가 원하는 리드오프상이다. 조용호(32·KT 위즈)가 기록한 5연타석 순수 볼넷 2위 기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조용호는 9일 수원 NC 다이노스와 더블헤더 2경기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제1경기에선 컨디션 안배를 위해 선발 제외됐고 6회초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첫 두 타석에서 1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9회초 볼넷을 골라나가며 감을 조율했다. 제2경기는 조용호의 독무대였다. 1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장해 첫 4타석 연속 볼넷을 골라냈다. 두 경기 합쳐 5연타석 볼넷이다. 제2경기에선 두 차례나 홈을 밟으며 귀소본능도 과시했다. 7회말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기록에 마침표가 찍혔지만 이 자체로 충분히 빛났다.

KBO리그 연타석 볼넷 기록은 1984년 홍문종(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9연타석이다. 당시는 타격왕 타이틀을 두고 밀어주기 논란이 불거졌을 때로, 홍문종의 9연타석 볼넷은 모두 고의4구였다. KBO리그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고의4구를 제외한 순수 볼넷으로 한정했을 때 KBO리그 기록은 6연타석이다. 1997년 쌍방울 레이더스 한대화, 2012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이호준, 2015년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그 주인공이다. 조용호는 이에 하나 못 미치는 2위 기록을 썼다.

경기 후 조용호는 “제1경기에서 유리한 카운트에 성급하게 대처해 나쁜 결과가 나왔다. 너무 아쉬웠다. 제2경기만큼은 첫 타석부터 신중하게 내 공만 골라치자고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조용호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타율 0.269, 출루율 0.407을 기록하고 있다. 순출루율(출루율-타율)은 0.138로 리그 4위다.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눈야구를 펼치는 셈이다. 출루율을 강조하는 이강철 감독으로서도 매 경기 조용호의 이름을 라인업 최상단에 넣을 수밖에 없다. 조용호는 “테이블세터로서 제일 중요한 임무가 출루율이다. 타율이 낮아도 출루율이 높다면 상대 투수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듭된 파울로 상대 투수를 지치게 한 뒤 유유히 1루 베이스로 나가는 것. 팬들은 이용규의 ‘용규 놀이’에 빗대 ‘용호 놀이’라는 별명을 지었다. 조용호는 “의식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투수가 좋은 코스로 던지면 아무리 잘 쳐도 좋은 타구가 나오기 힘들다”면서도 “좋은 공은 그만큼 커트를 해서라도 빈틈을 노리려 한다. 때문에 팬들께서 그렇게 불러주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KT위즈파크 타석엔 악마가 살고 있다. 조용호의 재미난 놀이가 계속될수록 KT의 승리확률은 올라갈 것이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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