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코트 떠나는 양동근 “난 최고 아닌 열심히 뛴 선수였다”

입력 2020-04-01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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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선수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은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성실함의 대명사’ 포인트 가드 양동근(39·울산 현대모비스)이 팬들에게 작별을 알렸다.

남자프로농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렸던 양동근은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 함지훈, 이종현, 서명진 등이 참석했다. 소속팀은 다르지만 양동근의 한양대학교 후배로 남자농구대표팀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조성민(창원 LG)도 자리를 함께 했다.

2004년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전주 KCC에 지명된 양동근은 곧바로 트레이드돼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현대모비스에서만 14시즌을 뛰었다. 프로 데뷔 당시 유망한 선수 중 한 명이었음에도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가 없었던 양동근은 끈질긴 노력으로 리그 최정상 가드로 성장한 케이스다. 챔피언반지를 6개나 획득했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회, 플레이오프 MVP 3회를 수상했다. 2006~2007 시즌에는 KBL 역사상 처음으로 만장일치 플레이오프 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무엇보다 은퇴하기 전까지 식스맨이 아닌 확고한 주전 가드로써 팀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 ‘현대모비스의 심장’이라 불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료된 2019~2020 시즌에도 정규리그 40경기에 출전해 평균 28분여를 소화하며 10.0점·2.7리바운드·4.6어시스트로 20대 후배들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그는 KBL 통산 정규리그 665경기를 뛰며 평균 11.8점·2.9리바운드·5.0어시스트·1.5스틸의 기록을 남겼다. 양동근은 지도자로 변신해 제2의 농구인생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양동근. 사진제공|KBL


- 은퇴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17년 동안 현대모비스에서 머물렀는데 힘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홈구장에서 팬들 앞에서 인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고, 죄송하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싶다. 나는 운이 좋은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 감독님, 코치님들 밑에서 너무 행복했고, 많은 것도 이뤄냈다. 마지막으로 (옛 팀 동료였던 고 크리스 윌리엄스의)등번호 33번을 달고 뛰려고 했는데, 그 친구 또한 잊을 수 없다. 나를 위해 희생한 부모님, 아내, 아이들에게 모두 감사드린다(눈물). 가족의 힘으로 마흔까지 버텼다. 농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미안하다’, ‘고맙다’였다. 모두가 날 이해해주고, 믿어줬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노력했다. 은퇴라는 단어는 항상 마음속에 두고 경기를 뛰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미련이 남는다거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지금 더 열심히 하자고 늘 다짐했다. 그래서인지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다. 많이 공부해서 다시 코트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정말 ‘꿀잠’을 잔 것 같은 꿈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될 때마다 은퇴를 생각했다. 2018~2019 시즌 종료 후에도 은퇴할 수 있었다. 결정에 후회는 안 한다.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걸로 경기를 뛰지 않았다. 늘 경쟁했다. 지금은 나도 많이 힘들었고,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은퇴를) 결심했다.”

- 선수생활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첫 번째 통합 우승을 이뤘을 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사실 내가 뛴 모든 시즌과 대회는 다 좋은 기억이다. 성적이 안 좋았던 시즌도 돌이켜보면 너무 소중했다.”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선수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유재학 감독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양동근에게 유재학 감독이란.

“어렸을 때는 굉장히 냉정하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함께 지내보니 냉정함보다 정이 많은 분이라는 걸 알았다. 감독님은 미팅을 하면 선수들이 못 본 부분을 질문하신다.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 나를 오늘날까지 만들어주신 분이기도 하다.”

- 지도자 변신을 위한 계획은.

“당초 계획은 공부를 좀 하면서 푹 쉬려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상황이라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다.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부분만은 확실하다. 나만의 색깔을 가진 지도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 KBL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가 있는데.

“최고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열심히 뛴 선수라고 생각한다. 팬들에게는 양동근이 한 번이라도 더 뛰었으면 하는 바람을 줄 수 있는 선수였다고 기억됐으면 좋겠다. 동료들에게는 ‘양동근이랑 뛰었을 때가 좋았다’라는 생각을 줄 수 있다면 성공한 선수 인생이었다고 본다. 그 판단은 동료들의 몫이다.”

- 은퇴 투어나 은퇴 경기를 꿈꾸진 않았는지.

“나는 다른 형님들처럼 은퇴 투어를 해야 할만한 선수는 아니라고 본다. 은퇴를 정해놓고 뛰면 동기부여도 안 될 것 같았다. 꿈만 꿨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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