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를 품격 있게 추모했던 피닉스 오픈, 웹 심슨 역전 우승

입력 2020-02-03 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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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피나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갤러리들이 술을 마시고 소리 지르는 것이 허용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골프대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730만 달러·약 87억원)의 상징은 파3 16번 홀이다. 콜로세움이라 불리는 곳에 2만여 명이 넘는 갤러리들이 모여 선수들의 샷을 품평하면서 고성방가를 한다. 잘하면 응원의 함성이지만 못하면 야유다.

3라운드에서 가장 화제의 선수는 토니 피나우(미국)였다.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한 NBA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해 눈길을 모았다. 피나우는 버디를 성공시킨 뒤 코비의 슛 동작을 했다. 갤러리들은 코비를 연호했다. PGA투어는 최종 4라운드 16번 홀을 그린 위쪽으로 24걸음, 왼쪽으로 8걸음 지점으로 정했다. 코비가 LA레이커스에서 사용했던 등번호였다. 품격이 넘치는 추모였다.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7260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나흘째 최종 4라운드에서도 16번 홀까지의 승자는 피나우였다. 16언더파 단독 1위로 출발한 피나우는 8번 홀에서 보기를 했지만 12~13번 홀 연속 버디로 1타를 더 줄였다.

모든 선수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한다는 16번 홀을 파로 무사히 넘긴 터였다.

추격자는 웹 심슨(미국)이었다. 1타차 2위로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를 한 심슨은 전반 버디와 보기를 맞바꾸며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후반에도 10번 홀에서 버디를 했지만 15번 홀 보기로 다시 주저앉았다. 17~18번 홀을 남겨두고 2타 차이에서 새로운 드라마가 나왔다. 심슨은 파4 17번 홀과 18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하며 2타 차이를 단숨에 지웠다. 17번 홀에서는 원 온에 성공한 뒤 쉬운 버디를 했다. 18번 홀에서는 5m 버디 퍼트가 홀을 향해 굴러갔다. 피나우에게도 우승의 기회는 있었다. 투 온에 성공해 2.7m 거리의 버디퍼트를 남겨뒀다. 하지만 우승 부담감에 버디 퍼트는 홀을 살짝 빗나갔다.

결국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두 사람은 18번 홀에서 연장전을 벌였다. 기세가 오른 심슨은 투 온에 성공한 뒤 4m 거리의 버디로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 첫 우승이자 PGA투어 통산 6승째다. 우승상금은 131만4000달러(15억7000만원)이다.

65타~66타~70타를 치며 공동 8위로 출발했던 안병훈(28·CJ대한통운)은 2개의 버디와 3개의 보기로 타수를 까먹으며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했다. 순위는 전날보다 한 계단 내려간 공동 9위였다. 초반에 2타를 줄이며 역전우승의 꿈도 잠시 품었지만 6번 홀 보기 이후 꿈을 접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시즌 4번째 톱10 진입이다. 임성재(22·CJ대한통운)는 1타를 줄이며 합계 8언더파 276타로 공동 34위를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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