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퇴장은 민폐다

입력 2020-06-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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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퇴장’은 경기장에서 쫓겨나는 것이다. 축구에선 경고 2회 또는 즉시 퇴장, 이 2가지 경우를 말한다. K리그 퇴장 1호는 출범 첫 해인 1983년 7월 3일 나왔다. 할렐루야 골키퍼 이재일이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포항제철과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거친 반칙을 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퇴장은 4명이다. 1998년 9월 23일 열린 대우(현 부산)-수원전은 역대급으로 거칠었다. 특히 레드카드를 받은 수원 외국인 선수 데니스가 쓰러진 대우 김주성의 머리를 축구화로 밟아 경기장은 패싸움으로 번질 분위기였다. 김주성과 최영일(대우), 미하이(수원) 등 모두 4명이 경기장에서 쫓겨났는데, 지금까지도 최악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험악했다. 1996년 4월 10일 열린 전남-부천(현 제주)전도 노상래, 김봉길, 오경석(이상 전남) 김기동(부천) 등 4명이 쫓겨났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퇴장 기록이 나온 건 2012년의 68명(경고 2회 51명+즉시 퇴장 17명)이었다. 1부와 2부로 나뉜 2013년 이후엔 2017년 55명(경고 2회 25명+즉시 퇴장 30명)이 가장 많았다. 총 228경기였으니 4.1경기당 한명 꼴이었다. 지난해엔 40명(5.7경기당 1명)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프로 통산 최다 퇴장은 9회의 김한윤(은퇴)과 양상민(수원)이다. 부천에서 데뷔하고 성남에서 은퇴할 때까지 430경기를 부지런히 뛴 김한윤은 경고 2회 6차례, 즉시 퇴장 3차례 등을 기록했다. 경고(143회)도 최다다. 양상민은 경고 2회 7차례, 즉시 퇴장 2차례였다.

올 시즌 K리그1의 강력한 우승 후보 전북 현대도 퇴장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전북은 4경기를 치른 가운데 유일하게 2차례 퇴장을 기록했다. 대구와 3라운드에서 조규성이 경고 2회를 받았고, 강원과 4라운드에서는 홍정호가 즉시 퇴장 당했다. 전북의 퇴장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문제가 됐다. 요코하마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손준호, 이용이 퇴장당하며 1-2로 졌다. 시드니와 2차전에서는 최보경이 레드카드를 받았다. 다행히 승부는 2-2로 비겼다.

이로써 전북은 올해만 총 5명이 그라운드에서 쫓겨났다. 아울러 조세 모라이스 감독도 흥분을 참지 못하고 항의하다 퇴장 당했다. 퇴장은 한명의 불명예에 그치는 게 아니다. 수적 열세라는 상황이 발생하고, 동료들의 체력적인 부담을 가중 시킨다. 팀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전술 운용의 폭도 좁힌다.

한명이 적다고 반드시 지는 건 아니지만 질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 올해 총 4건의 퇴장이 발생했는데, 이 중 퇴장당한 팀이 이긴 건 단 한 경기다. 전북과 대구 경기였는데, 양 팀 모두 한 명씩 경고 2회로 빠진 가운데 전북이 2-0으로 이겼다. 전북은 홍정호가 퇴장 당한 강원전에선 0-1로 져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수원은 안토니스가 퇴장 당한 개막전에서 전북에 0-1로 졌다.

통계를 봐도 승률은 30%대에 머물렀다. 2015년 36.2%를 비롯해 36.8%(2016년)~30.8%(2017년)~35.1%(2018년)~35.1%(2019년)였다. 퇴장 당하면 10번 중 3번 정도만 이긴다는 얘기다.

전북은 3승1패(승점9)로 여전히 선두지만 그 3승엔 상대가 퇴장당한 2경기가 포함됐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또 전북도 퇴장 앞에선 힘을 못 썼다. 선수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퇴장이 경기의 변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건 곧 민폐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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