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되풀이되는 한국축구 ‘감독 잔혹사’

입력 2024-02-19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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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번에도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의 결말은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 16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과 결별을 밝혔다. 11개월 만에 물러난 클린스만 감독은 전임감독제가 도입된 1992년 이후 역대 최단기간 경질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표팀 감독 자리가 또다시 공석이 된 상황은 새삼스럽지 않다. 한국축구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감독이 빠르게 퇴진한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부터 클린스만 감독까지 정식 사령탑 13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19개월에 불과했다. 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대부분 ‘단명’의 상징이었다.

대표팀 감독이 자주 바뀌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급하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후임 감독의 희생이 뒤따른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이 떠난 자리를 최강희 감독(현 산둥 타이샨)과 홍명보 감독(현 울산 HD)이 잇달아 채웠다. 대회를 1년 앞두고 선임된 홍 감독은 무너진 조직력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조별리그 탈락(1무2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감독 잔혹사’는 계속 되풀이됐다.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도중 울리 슈틸리케 감독(독일)이 중도하차한 뒤 신태용 감독(현 인도네시아대표팀)이 뒤를 이었다. 홍 감독과 마찬가지로 신 감독도 월드컵까지 1년이 되지 않는 동안 대표팀을 처음부터 다시 조립해야 했다. 결국 신 감독은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1승2패)의 수모를 겪으며 물러났고, 한국축구는 또다시 유능한 지도자를 잃었다.

잦은 감독 교체는 대표팀의 전술적 지속성도 보장할 수 없다. 일본대표팀의 경우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2018년부터 결과에 상관없이 꾸준히 신뢰했고, 대표팀에 확실한 색깔이 정착됐다. A대표팀 감독의 색깔은 그 아래 연령별 대표팀, 유소년 레벨까지 영향을 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성과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후임 선정에 더 신중해야 할 이유다.

백현기 스포츠동아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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