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없던 TSG, 엉망 보고서 제출한 뮐러…아시안컵 리뷰는 포기했나?

입력 2024-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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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는 2023카타르아시안컵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독일)이 이끈 축구국가대표팀은 64년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렸으나 요르단에 패해 4강에서 도전을 멈췄다. 후유증은 컸다.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듯 “축구로는 좋은 결과”라며 여유를 부린 클린스만은 경질됐고,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물리적 충돌로 대표팀 내분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아픈 기억도 들춰야 한다. 최근 아시안컵이 바로 그런 대회다. 대체 왜 실패했는지 명확히 분석해둬야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고 내일에 대비할 수 있다. 월드컵이 끝나면 백서를 만들어두는 것도 그래서다.

유감스럽게도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아시안컵을 아예 ‘존재하지 않은 대회’로 치부하는 듯하다. 거창한 백서 제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리뷰를 거치지 않는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할 당시 ‘거수기’에 그친 마이클 뮐러 위원장(독일) 체제의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15일 아시안컵 관련 회의를 했으나, 초점은 클린스만의 경질에 맞춰졌을 뿐이다.

협회는 이번 아시안컵에 TSG(기술연구그룹) 위원들을 파견하지 않았다. 뮐러 전 위원장만 다녀왔다. 그런데 그가 제출한 보고서마저 엉망이었다. 누구라도 작성할 수 있는 대표팀 훈련 일정, 주요 경기 상황을 줄줄이 나열한 것 외에는 없었다. 최악의 리포트를 확인한 당시 전력강화위원들이 질타하자 “보고서는 감독의 몫”이라고 변명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게다가 클린스만 역시 아시안컵뿐만 아니라 11개월간 지휘했던 A매치 리뷰작업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결별 순간까지 아예 전력강화위원회의 존재조차 몰랐다.

한술 더 떠 협회는 대외비가 아님에도 뮐러 전 위원장의 ‘아시안컵 보고서’를 회수했다. 외부에 공개되면 큰 논란이 야기될 것을 우려했다고 볼 수 있다. 실패한 대회에 대한 반성은커녕 의지조차 없는 자세에 논란만 커진다. 축구계 일각에선 필요하다면 정해성 신임 위원장 체제로 전환한 새 전력강화위원회가 아시안컵까지 ’클린스만호‘와 동행한 차두리 전 코치를 불러 대회를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그저 ’실패한 대회‘로 대충 넘기기에는 파장이 너무 크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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