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사커] FIFA 월드컵 우승 메달과 경매

입력 2020-05-24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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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에서 우승을 맛본 국가는 단지 8개국에 불과하다. 브라질이 5회로 가장 많고, 독일과 이탈리아가 나란히 4차례 우승했다. 축구 강국인 스페인이나 잉글랜드도 딱 한번 정상에 올랐을 뿐이다. 그만큼 힘든 게 월드컵 우승이다.

우승하면 팀은 트로피와 함께 엄청난 상금을 받는다. 선수에게는 메달이 수여된다. 메달을 목에 건다는 건 가문의 영광이다.

이런 무한가치의 메달도 가끔 경매에 나온다.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6년 6월, 2000여점에 달하는 개인 소장품을 내놨다. 브라질의 한 어린이병원을 돕기 위해 피 같은 물건들을 판 것이다.

황제의 이름값과 어린이를 돕는다는 선의가 어우러져 낙찰가는 어마어마했다. 1970년 월드컵 개최국인 멕시코 정부가 3번째 우승을 차지한 펠레를 위해 제작한 줄리메컵은 39만5000파운드(약 5억3500만원)에 팔렸다. 또 1958년 스웨덴월드컵 우승 메달은 20만 파운드(3억3600만원), 1962년 칠레월드컵 우승 메달은 14만800파운드(2억36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이 밖에도 펠레가 영화 속에서 신은 축구화는 8000파운드(1340만원)에 판매됐다.

이 뿐만 아니다. 200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펠레의 유니폼이 화제가 됐다. 1970년 월드컵 결승에서 입은 브라질대표팀 유니폼은 15만7750파운드(약 3억2000만원)가 매겨졌고, 17세 나이로 출전한 1958년 월드컵 유니폼도 5만9000파운드(약 1억2095만원)에 개인 수집가에게 팔렸다.

지난 주말 월드컵 우승 메달의 경매 소식이 들렸다. 경매에 나온 건 2018년 러시아월드컵 우승 메달이다. 미국 줄리엔스 옥션은 23일 “러시아월드컵 우승 메달이 7만1875달러(약 9000만원)에 낙찰됐다”고 전했다. 우승국 프랑스 선수단에게 수여된 우승 메달 중 하나다.

그런데 메달의 주인이 공개되지 않았다. 궁금증이 커지자 언론이 실마리를 찾고 나섰다. 영국 매체 90min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가 힘든 상황에서 프랑스 선수 중 한 명이 우승 메달을 경매에 내놨다”고 전하면서 아딜 라미(FC소치)와 플로리안 토뱅(마르세유)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사무엘 움티티(바르셀로나)는 절대 아니라는 주장도 했다.

아직까지 확인된 건 없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 메달의 경매 소식 자체가 그리 유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우승 메달은 개인의 영광이자 국가의 명예다. 개인이 잘 한 것도 있지만 팀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데 따른 보상이다. 펠레처럼 좋은 곳에 쓰기 위한 경매라면 몰라도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 때나 내놓을 그런 물건은 아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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