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의 말레이행, 박항서·신태용과 한류 경쟁…韓지도자 동남아 삼국지 [사커토픽]

입력 2022-01-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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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축구가 한국인 지도자들의 연이은 진출로 더욱 흥미로워졌다. 대한축구협회(KFA)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53)이 말레이시아대표팀을 이끌게 되면서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는 21일 김 위원장에게 자국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이 강화훈련을 진행한 터키로 출국한 김 위원장은 27일(한국시간) 레바논, 다음달 1일 시리아로 이어질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7·8차전까지만 역할을 수행한다. 말레이시아대표팀 합류 시기는 2월초로 잡았다.

2018년 KFA 집행부에 합류한 김 위원장은 4년간 각급 대표팀을 총괄하며 굵직한 성과를 냈다. 김학범 감독을 도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우승의 결실을 맺었고,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벤투호’의 희망 찬 레이스에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고민이 많았다. 행정가로서 많은 역할을 했지만, 항상 현장을 갈망하고 있었다. 시기가 문제였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 월드컵’ AFF(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이 끝난 뒤 말레이시아가 김 감독에게 접촉해왔다. 이 대회에서 말레이시아는 2승2패(승점 6), 조별리그 B조 3위로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입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조에서 1·2위를 차지해 4강에 오른 국가가 신태용 감독(52)의 인도네시아, 박항서 감독(64)의 베트남이었다.


FAM은 한국 지도자에게 자국 대표팀을 맡긴다는 방침 하에 후보군을 정리했고, 홍콩에서 출중한 지도자 커리어를 쌓은 김 위원장을 낙점했다.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K리그에서 현장 복귀를 원했으나 시기가 맞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발전 가능성과 비전에 공감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2월부터 동남아에선 모두 3명의 한국 지도자가 활동하게 됐다. 일본 색채가 유난히 짙은 태국을 제외한 핵심 3개국의 대표팀을 맡음에 따라 더욱 시선을 모은다.

세 감독 모두 뚜렷한 족적을 남겨왔다. 특히 2017년 말 베트남 성인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동시에 이끌게 된 박 감독은 성공신화를 썼다. 결승 진출이 좌절된 최근 스즈키컵이 ‘실패’로 치부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U-23 대표팀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을 이뤘고, A대표팀은 2018년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사상 첫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을 이끈 신 감독도 인도네시아에서 연착륙했다. 2019년 12월 부임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상 소집과 훈련이 어려웠음에도 최근 스즈키컵 준우승으로 주가를 높였다. 팬 투표로 스즈키컵 ‘최고의 감독’에 선정된 그는 인도네시아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2월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선수 점검을 마치고 3월 소집훈련을 시작할 김 위원장이 성공리에 정착한다면 아시안컵, 월드컵 예선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한국인 지도자들끼리 치열한 지략대결을 펼치는 흥미로운 장면이 자주 연출될 전망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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