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 ‘자신감·신뢰·배려’ 대한항공 공격 춤추게 하다

입력 2013-03-2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항공 한선수. 스포츠동아DB

김학민·마틴 ‘기 살려주는’ 팀 최고의 믿을 맨
24일부터 삼성화재와 V리그 챔프전 활약 기대


프로스포츠 배구 축구 야구에는 특수 포지션이 하나 있다. 바로 세터 GK 포수다. 공통점이 많다. 한 번 주전을 잡으면 어지간해서는 교체되지 않는다.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크다. 훈련방법도 동료와는 다르다. 선수 수명도 훨씬 길다.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위치에서 그라운드 혹은 코트의 동료들을 리드한다. 가장 결정적인 건 팀의 우승을 판가름 내는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것이다.

배구에서 흔히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포스트시즌은 세터놀음’이라는 것이다. 세터가 어떻게 공을 배분해서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난다는 뜻이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겨룬 프로배구 V리그 플레이오프(PO)에서 대한한공 세터 한선수(사진)는 이 말을 새삼 확인시켰다. 상대의 베테랑 세터 최태웅 권영민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1차전에서 이동공격을 집중적으로 펼치며 상대의 센터 블로킹의 발을 무겁게 한 것은 김종민 감독대행의 작전이었지만 한선수의 정확한 볼배급과 맞아 떨어지면서 효과를 봤다. 시즌 때 보다는 훨씬 빠른 템포와 스피드의 토스로 마틴의 공격위력을 높여준 것도 1차전의 승인 가운데 하나다.

눈에 띈 것은 공격수에 대한 배려와 사기진작이었다. 1차전 4세트 때 마틴의 공격이 상대 수비에 걸려 막히자 4차례나 연달아 공을 올려주며 자신감을 가지게 했다. 공격의 박자가 맞지 않아 부진하던 김학민을 살려놓은 것도 한선수였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몸이 무거웠던 김학민의 공격 리듬을 조절해줬다. 1차전 4세트부터 공격 감각이 살아난 김학민은 결국 2차전에서 두 팀 합쳐 최다득점을 하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2차전 때는 마틴의 몸이 무거워 공격성공 비율이 떨어지자 김학민에게 토스를 몰아주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 한선수가 상대 블로커를 따돌리고 올려준 공에 김학민은 70%가 넘는 놀라운 공격성공으로 현대캐피탈의 코트를 마음껏 공략했다.

시즌 때와는 전혀 다른 비율의 볼배급을 할 만큼 상황판단이 빨랐다. 김종민 감독대행이 경기 전 “네가 알아서 편한대로 하라”며 전폭적인 신뢰를 내렸던 이유가 드러났다. 선수 본인에게 맡겨둬도 충분히 경기를 이끌어 나갈 만큼 노련했고 배짱도 있었다.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 때는 세터가 가져야할 또 다른 덕목을 보여줬다. 바로 겸손과 동료에 대한 배려였다. 멋진 토스를 했다는 평가에 대해 한선수는 “서브리시브가 나를 만들어줬다. 내가 편하게 토스를 할 수 있도록 좋은 리시브를 해준 동료들이 고맙다”고 했다. 이어 “세터는 공격수는 물론 전체 선수들을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공격수를 믿고 공격수는 세터를 믿으면 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와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한다. 두 차례 도전했지만 패배의 쓴 맛을 본 한선수에게 실패가 준 교훈을 물었다. “첫 번째 챔피언결정전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두 번째 결정전 때는 전보다 좋아졌다는 생각이었다. 이번에는 더 좋아질 것 같다. 큰 경기는 자신감이다.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감과 신뢰, 배려. 한선수가 말한 그 단어들은 그동안 삼성화재 배구의 키워드였다. 한선수가 PO에서 보여줬던 그 키워드를 챔프전에서 지키기만 한다면 시리즈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