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정대세 퇴장, 독 보다 약이었다

입력 2013-04-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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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6라운드에서 국내 무대 데뷔전을 치른 서울 차두리(뒤)가 수원 스테보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서울 vs 수원 ‘슈퍼매치’가 남긴 것들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FC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수원 서정원, 서울 최용수 감독은 국가대표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한국대표 공격수 출신. 서 감독은 고려대, 최 감독은 연세대를 나온 라이벌 중의 라이벌이다. 서 감독은 선수시절 유럽에서 뛰다가 친정팀 서울이 아닌 수원으로 돌아와 두 팀의 혈전에 도화선을 당겼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용수 감독 차두리·유상훈 깜짝 선발 기용
전반 지배…후반 체력 문제로 통한의 동점
수원 정대세 퇴장에도 라돈치치 투입 적중

3만7000명 응원전·김연아 시축 등 볼거리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최용수의 승부수

최용수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가 눈길을 끌었다. 최 감독은 몰리나를 벤치에 앉혔고, 골문을 베테랑 골키퍼 김용대가 아닌 유상훈에게 맡겼다. 또 차두리까지 깜짝 선발로 투입했다. 사실 서울은 작년 내내 수원의 고공 플레이에 고전했다. 힘 좋고 공중전에 강한 수원 스테보가 서울의 단신 수비수 고요한 쪽을 집중 공략해 재미를 봤다. 경기 전 최 감독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몰리나는 최 감독 부임 후 처음 선발에서 제외됐다. 최 감독은 “몰리나가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고마웠다”고 했다.

서울은 전반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차두리가 버틴 지역에서 스테보는 힘을 못 썼다. 하이라이트는 데얀의 골이었다. 데얀은 전반 19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오른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볼을 잡을 때부터 수비를 따돌리는 움직임, 문전 왼쪽 구석으로 때린 슛까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양상이 바뀌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를 병행하며 1주일에 2경기씩 치르는 바람에 서울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고, 집중력도 약해졌다. 결국 종료 5분 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독수리의 승부수’는 아쉽게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정대세 퇴장이 수원에 독 아닌 약

슈퍼매치처럼 큰 경기는 돌발변수가 승부를 가르곤 한다. 서울은 수원전에서 변수 때문에 여러 차례 울었다. 2011년 10월, 수원 스테보가 결승골을 넣을 때 헤딩으로 도움을 준 박현범은 오프사이드였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작년 10월에는 오장은의 크로스가 그대로 골이 되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이번에는 돌발변수가 서울에 미소를 지었다. 경고가 한 차례 있었던 수원 정대세가 전반 39분 서울 유상훈에게 어이없는 반칙을 해 퇴장 당했다. 동료들조차 항의 한 마디 할 수 없었던 퇴장이었다. 1-0으로 앞선 서울에는 절호의 찬스. 그러나 정대세 퇴장이 서울에 독, 수원에 약이 됐다. 후반 들어 수적 열세인 수원이 경기를 주도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아껴뒀던 라돈치치를 후반 37분에야 투입했다. 서 감독은 “라돈치치가 일찍 들어가면 전체 수비에 문제가 생겨 역습으로 1골 더 허용할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판단은 적중했다. 종료 직전 라돈치치의 머리에서 극적 동점골이 나왔다.

시축자로 나선 김연아. 수원|박화용 기자



○슈퍼매치다운 열기

슈퍼매치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은 열광적인 응원이다.

4월 중순이 다 되가는 시점에 어울리지 않는 쌀쌀한 날씨에도 3만70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북측 응원석을 가득 메운 수원 서포터들의 청백적(수원의 상징색) 비닐봉지 응원은 장관이었다. 맞은 편 서울 서포터도 큰 함성과 대형 깃발로 응수했다.

슈퍼매치답게 시축자도 ‘피겨여왕’ 김연아였다. 김연아가 하프타임 행사 때 원정 응원석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하자 서울 서포터가 박수를 보내는 보기 드문 장면도 나왔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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