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류현진 투타 ‘원맨쇼’ 때로는 모르는 게 약

입력 2013-04-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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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LA 다저스 류현진은 “어차피 서로를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당일 컨디션이 누가 더 좋으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류현진에게 의미 있는 경기였다. 부모님과 친형이 지켜보는 가운데 류현진은 2루타 1개를 포함해 3안타를 기록하며 ‘동산고 4번타자’ 출신다운 모습을 뽐냈다.

두 번째 경기였던 피츠버그전에서 4회말 타격을 하다 방망이를 놓치며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그는 “이왕이면 번트를 대는 상황이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며 타격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타석에서도 절대로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 좋은 결실을 맺었다. 다저스 투수로 한정해 놓고 보면 한 경기에서 안타 3개를 친 것은 2009년 8월 10일 애리조나전의 랜디 울프가 마지막이었고, 3타수 3안타는 1999년 6월 27일 카를로스 페레스 이후 거의 14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샌프란시스코와의 데뷔전에서 3루 땅볼을 치고 느릿느릿 1루로 향했다 호된 비난을 받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투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로 연패의 사슬을 끊어주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전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출격시키고도 0-3으로 패배를 당한 다저스는 투타에서 맹활약한 류현진의 원맨쇼 덕분에 애리조나 원정 6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3번 대결에서 다저스는 2승11패로 다이아몬드백스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던 터라 류현진의 승리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처음 밟아보는 체이스필드가 분명 낯설었지만 류현진에게 다이아몬드백스는 다저스의 천적이 아닌 같은 디비전에 속해 자주 상대해야 하는 팀 중의 하나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평상시와는 달리 안타를 치고 베이스러닝을 계속 하다보니 덕아웃에서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해 7회말 수비에서 체력이 현격히 떨어진 모습을 보였고, 이날 허용한 6개의 안타 중 절반이 1-2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제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류현진은 올 시즌 18.2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20개나 잡아내 빅리그에서도 구위가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입증시켰다. 낙천적인 스타일의 류현진은 하루가 다르게 그라운드 안팎에서 메이저리그에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다.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결코 주눅들 필요는 없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 될 수 있다.

LA|손건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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