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5·36 박병호 공포…하루 3방 “삼성·LG·두산 떨고있나”

입력 2013-09-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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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을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로 이끈 박병호(넥센)는 ‘LPG(이택근-박병호-강정호) 타선’의 뇌관이다. 그의 방망이에 불이 붙으면, 목동은 뜨겁게 달아오른다. 넥센 박병호가 29일 목동 두산전에서 3회말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린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29일 3홈런을 터트린 그는 2년 연속 MVP 수상에도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목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9월에만 11개 폭발…40홈런도 가능
‘4번타자 상실시대’에 독보적 존재감


야구를 주제로 한 영화나 만화에서 주인공 팀이건, 라이벌 팀이건 간에 4번타자는 공포의 대상이다. 어느 상황에서 터질지 모르는 4번타자의 ‘한방’에 이를 상대하는 투수가 공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실어 던지는 장면은 야구 관련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다. 그러나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 4번타자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정확한 콘택트 능력과 높은 안타 생산력을 자랑하는 3번타자들이 주목을 더 받았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 이후 국내에서 4번타자의 자리는 말 그대로 ‘네 번째 나오는 타자’의 의미에 그쳤다. 여기에 9개 구단의 ‘외국인투수 선호사상’에 외인 4번타자도 사라졌다. 그 사이 4번 자리는 상대 투수에 따라 좌·우타자가 달라지는 플래툰으로 가동되거나 중심타자 중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배치되는 ‘전략형’ 타순이 되고 말았다.

넥센 박병호(27)는 ‘4번타자 상실시대’에 맞서는 소중한 존재다. 지난해 31홈런 105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전성기를 활짝 연 그는 올 시즌 한층 더 향상된 위력을 떨치며 상대팀에 공포감을 심고 있다.

29일 목동 두산전에서 박병호는 무려 3개의 홈런을 쏟아냈다. 두산 선발 노경은(29)을 상대로는 연타석 홈런(1회 2점·34호, 3회 3점·35호)을 쏘아 올리면서 넥센이 초반 승기를 잡는 데에 힘을 보탰다. 1회에는 노경은의 직구(시속 146km)를 잡아당겨 좌측 펜스 너머로 타구를 날려 보냈으며 3회에는 커브(117km)를 걷어 올려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구질과 속도에 상관없이 어느 방향으로든 홈런을 쳐낼 수 있는 그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연타석 홈런이었다. 박병호의 스윙은 묵직하고도 날카로웠다. 그의 파울타구, 헛스윙만으로도 관중석에서는 ‘오∼’ 하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박병호는 연타석 홈런에 만족하지 않았다. 6-3으로 앞선 7회에는 핸킨스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좌월 2점홈런을 날렸다. 시즌 36호이자 넥센의 승리를 굳히는 쐐기포였다.

한 경기 3홈런 7타점. ‘4번타자 상실시대’에서 박병호 만이 가능한 기록이다. 박병호의 한 경기 3홈런은 지난 해 8월 1일 문학 SK전 이후 개인통산 두 번째다. 동시에 7타점을 추가해 시즌 112타점으로 지난해 기록한 자신의 시즌 최다타점 기록도 함께 갈아치웠다. 스윙 한 번으로도 상대를 벌벌 떨게 만드는 ‘공포의 4번타자’가 바로 그였다. 3위 넥센은 박병호의 홈런 3방에 힘입어 11-6의 완승을 거두고 4위 두산과의 격차를 1.5게임차로 벌렸다.

박병호의 최근 홈런 페이스는 무서울 정도다. 최근 10경기에서 7개 포함, 9월에만 무려 11개의 홈런을 쳐냈다. 40홈런까지도 바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박병호는 “두산과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선제압을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40홈런을 의식하기보다는 지금의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존재는 포스트시즌에 참가하는 삼성, LG, 두산에게 공포 그 자체가 될 전망이다. 그의 홈런쇼를 지켜본 가을야구 경쟁 팀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 지금 떨고 있니?’

목동|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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