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아빠 이승호, 청마를 꿈꾼다

입력 2014-0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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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아침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2년간 재활의 시련을 겪은 SK 이승호는 청마(靑馬)의 해 벽두, “올해는 꼭 1군 마운드에 복귀해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과연 그는 청마처럼 힘찬 말발굽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 2년간 재활 SK 이승호의 새해소망

뼛조각제거 수술 후 또다시 허리통증 불운
30대후반 나이…구단이 준 마지막 기회
“1군무대 복귀로 자랑스러운 아빠되겠다”

갑오(甲午)년의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새해 첫 날의 찬 공기는 희망의 설렘을 전하고 있다. 갑오는 푸른 말을 의미한다. 2014년의 벽두. 오랜 재활의 터널을 뚫고, 청마(靑馬)의 거친 말발굽 소리를 준비하는 선수가 있다. 괌 재활캠프를 마치고 31일 귀국한 이승호(38·SK)가 그 주인공이다.


● 포기 앞에서 다시 일어선 2013년

2013년 3월 인천 송도 LNG구장 실내훈련장. 이승호가 피칭을 하자, 주변에선 “공 좋다”는 탄성이 이어졌다. 그는 “이렇게 공이 잘 들어가는 날은 훈련하는 내내 기분이 좋다. 눈동자도 말똥말똥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2012년 4월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과 재활. 그 힘겨운 과정을 이겨내고 페이스를 끌어올리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불의의 허리 통증이 엄습했다. 결국 도저히 참고 던질 수가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제 스스로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죠. 주변 눈치도 보이고….” 30대 후반의 나이 때문에 구단 내부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성실한 선수인 만큼 지도자를 시켜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이승호는 6월 수술대에 올랐다. 후회 없이 마지막 기회를 불태워보기 위해서였다. 구단에서도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


● 은퇴 위기에서 이제는 어엿한 주전 후보

30일은 괌 재활캠프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승호는 41개의 하프피칭을 실시했다. 서 있는 포수에게 80∼90%의 힘으로 던지는 수준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SK 구단 관계자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페이스라면 개막전 출격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김경태 재활코치와 함께 구슬땀을 흘린 결과였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3차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던 2010년 한국시리즈 등 좋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경기도 구리에 본가가 있지만, 그는 지금 문학구장 앞에 따로 방을 얻어 살고 있다. “한두 시간이라도 더 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장시간 운전을 하면 허리에도 좋지 않고….” 반년 전만 해도 은퇴 위기에 내몰렸던 선수였지만, 이제는 어엿한 주전 후보다. 이승호는 “요즘엔 운동이 잘 되니 입이 귀에 걸린다. 수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구단과 재활과정을 도와준 김경태 코치님께 감사하다”며 웃었다.


● 새해 소망? 자랑스러운 아빠!

초등학교 2학년인 외동딸 채현(9)의 존재는 ‘청마’에게 채찍과도 같았다. “아빠, 집에 언제와? 보고 싶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볼 때마다 가슴이 울컥하지만, 문학구장 마운드에 서는 그날을 위해 마음을 꾹 누른다. “공교롭게도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점부터 2년 동안 재활을 했어요. 친구들한테 아빠가 야구선수라고 자랑도 한 모양인데, TV 중계에도 한번 못 나오니 면목이 없었죠. 새해에는 꼭 다시 마운드에 올라서 우리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요. 그때는 딸 친구들도 다 문학구장에 초대해야죠.” 이승호는 “하루에도 몇 번씩 1군에서 뛰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말했다. 과연 서른여덟 베테랑의 새해 소망은 어떤 결실로 돌아올까.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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