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박은선 사태’ 공은 또다시 축구계로 던져졌다

입력 2014-0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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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리그 감독들이 박은선에게 성별 검사를 요구한 건 성희롱이라고 정의한 인권위 발표가 나온 가운데 축구계가 내놓을 대책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박은선 성 정체성 논란 새 국면

인권위 “성희롱 판단” 축구협 징계 고민
박은선 측 여전히 혼란…강경대응 고수

내달 키프로스컵 대표팀 박은선 또 제외
축구계, 외압 의혹의 눈초리 털어내야


여자축구선수 박은선(28·서울시청) 논란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4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여자실업축구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의 성(性)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권위는 또 문화체육부 장관과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여자축구연맹 등 상급 기관장들에게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사태 당사자들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작년 10월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은 비공식 간담회를 열고 “박은선(성별) 문제를 명백히 하지 않으면 2014시즌을 모두 보이콧 하겠다”고 결의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담당 조사관이 한 차례 바뀌는 등 3개월여 간의 조사 끝에 발표된 인권위 결정문에는 “피진정인(감독)들의 대화는 의학적 방법으로 선수의 성별을 명확히 판단해 달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수는 성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하며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성별 진단’ 발언은 성적 굴욕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성희롱 행위”라고 명기돼 있다.


● 여전히 혼란스러운 박은선

박은선은 25일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솔직히 (인권위 발표가 나온) 지금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여전히 혼란스럽고, 힘들다. 뭘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진작 (감독들이)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전했거나 수원FMC 이성균 감독처럼 확실한 액션이 이뤄졌었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어렵진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경남 합천에서 진행 중인 서울시청 동계전지훈련에 참여해온 박은선은 여전히 극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여자축구연맹 차원에서 감독들이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하려 했지만 박은선 측이 이를 거부했다. 박은선은 4일 합천에서 가진 인터뷰 당시 “사태 이후 (감독들로부터) 단 한 차례 사과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고 서운해 했다. 박은선 가족들의 입장도 여전히 강경하다. 법적 조치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박은선과 함께 해온 서울시청 서정호 감독은 “인권위 결정이 나왔으니 박은선 담당 변호사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 응답하라! 여자축구

공은 다시 축구계로 넘어왔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권위에는 징계 권한이 없다. 권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법적 효력 역시 없다. 다만 국가기관의 공신력 있는 발표라는 점은 확실하다. 충분한 기준은 된다. 어설픈 징계는 오히려 해가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위를 어디까지 할지 고민이 많아졌다. 대한축구협회 안기헌 전무는 “인권위 발표를 접했다. 그동안 축구협회도 의무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관련 논의를 했다. 민감한 (성별)문제가 걸렸다. 인권위 정식 공문이 접수 되는대로 다시 신중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축구계는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 3월5일 개막할 키프로스컵에 나설 윤덕여 감독의 여자대표팀은 박은선을 선발하지 않았다. 서울시청은 박은선의 대표팀 선발로 모든 성별 논란이 불식되기를 희망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윤 감독은 “박은선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선수의 대표팀 발탁 여부는 감독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몫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윤 감독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모든 불편함을 빨리 털어낼 필요가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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