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워싱턴 첫 우승? ‘노히터 사나이’ 짐머맨에게 물어봐!

입력 2014-10-0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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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출신 전천후, 한때 팔꿈치 수술 시련
2011년 부활…2013년 NL 다승공동 1위
올 시즌은 플로리다전 노히터로 마무리
올스타전 후 8승무패…감독 신뢰 한몸에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내셔널스파크에는 3만5000여 열성팬들이 운집했다. 이미 지구우승은 물론 내셔널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내셔널스의 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염원하는 팬들의 뜨거운 성원은 구단 역사상 첫 노히트노런이라는 값진 선물로 돌아왔다.

이날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워싱턴의 조던 짐머맨(28)은 9회까지 볼넷 1개만을 허용했을 뿐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아 올 시즌 5번째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됐다. 위기는 마지막 순간에 찾아왔다. 9회말 2사후 크리스천 옐리치가 밀어 친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좌중간 쪽으로 향했다. 순간 털썩 주저앉아 타구를 바라보던 짐머맨은 좌익수 스티븐 수자 주니어(25)가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를 하자 오른손을 불끈 쥐었다.

공교롭게도 상대 선발투수는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던 헨더슨 알바레스(24)였다. 알베레스는 3회말 이언 데즈먼드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허용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정규시즌 최종일에 노히트노런 경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5번째다. 이로써 14승5패로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짐머맨은 방어율도 2.66을 기록해 내셔널리그 7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선발 5명 전원이 10승 이상을 달성한 내셔널스는 막강 투수진을 앞세워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진출 티켓을 따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 중심에는 ‘노히터의 사나이’ 짐머맨이 있다.


● 포수 출신 전천후 플레이어

1986년 5월 23일 위스콘신주 어번데일에서 태어난 짐머맨은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주로 포수를 맡았다. 이뿐만 아니라 탁월한 운동 신경을 앞세워 팀 사정에 따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낸 만능 선수였다. 마운드에서는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팀 성적이 형편없어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지명은커녕 야구 명문 대학교의 스카우트 제의도 받지 못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곳은 ‘디비전 III’에 속한 위스콘신-스티븐스 포인트 대학이었다. 대학 시절에도 전천후 선수로 활약한 그를 눈여겨 본 내셔널스가 2007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지명권을 행사했다. 내셔널스 스카우트의 눈은 정확했다. 투수로만 전념한 짐머맨은 2008년 싱글A와 더블A에서 10승3패(방어율 2.89)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 호사다마

내셔널스는 2009년 마이너리그 1년 경험이 전부인 짐머맨을 5선발로 지목했다.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불같은 강속구에 제구력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4월 21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데뷔전에서 우천으로 2시간 이상 경기가 순연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6이닝 2실점으로 생애 첫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6일 후 열린 뉴욕 메츠전에서도 5.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2연승을 거뒀다. 전신인 몬트리올 엑스포스까지 포함해 구단 역사상 빅리그 데뷔 후 선발로 출전한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것은 랜디 존슨(1988년) 이후 그가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6월 5일 랜디 존슨이 통산 300번째 승리를 따낸 경기에서 패전을 당한 짐머맨은 7월에 팔꿈치 통증에 시달려 ‘토미 존 수술’을 받아야 했다.


● 무결점 이닝


부상에 신음하던 짐머맨은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5월 7일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2회말 공 9개로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는 '무결점 이닝'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그렉 돕스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존 벅은 방망이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스트라이크 3개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말았다.

자신감을 회복한 짐머맨은 8승11패(방어율 3.18)로 시즌을 마쳤다. 이듬해에는 12승(8패)을 따내 처음으로 패보다 승리가 많았고, 방어율도 2점대(2.94)를 찍었다. 5월 29일 말린스 전에서는 카를로스 삼브라노를 상대로 타석에서 생애 첫 홈런도 때려냈다. 2012년 내셔널스는 연고지를 이전한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혈투를 벌인 끝에 2승3패로 무릎을 꿇었다. 짐머맨은 4차전에서 7회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삼진 3개를 잡아냈다.


● 다승왕

2013년은 생애 최고의 해였다. 4월 27일 추신수가 1번타자로 활약하던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첫 번째 완봉승이었다. 올스타로도 선정된 짐머맨은 4차례나 완투(완봉 2차례)를 하는 등 19승9패(방어율 3.26)의 뛰어난 성적을 올려 카디널스의 애덤 웨인라이트와 내셔널리그 다승 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32경기에서 생애 최다인 213.1이닝 동안 40개의 볼넷만을 내줘 이닝당 출루 허용수가 1.09에 불과했다. 올 시즌에는 생애 최저인 방어율 2.66을 기록하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다승왕 타이틀 방어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제구는 더욱 날카로워져 199.2이닝 동안 허용한 볼넷은 29개뿐이다.


●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하여

올 시즌부터 내셔널스 사령탑을 맡은 매트 윌리엄스(48) 감독은 디비전 시리즈를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선발 5명 중 2명은 불펜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팀 내 최다승은 4선발로 시즌을 출발했던 덕 피스터(16승6패, 2.41)의 차지가 됐다. 스프링캠프에서 5선발 경쟁을 펼쳤던 태너 로아크가 15승10패(방어율 2.85)로 그 뒤를 이었다. 14승씩을 따낸 팀의 원투펀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짐머맨을 능가하는 성적을 올린 것. 유일한 좌완투수로 불같은 강속구가 주무기인 지오 곤살레스는 10승10패(방어율 3.57)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곤살레스는 지난 2012년 생애 최다인 21승을 거두는 등 5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렸다. 날카로운 제구가 주무기인 피스터는 구위가 위력적이지 못하며, 로아크는 올해 처음 풀타임 선발로 시즌을 소화해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 스트라스버그는 홈경기(9승3패, 2.56)와 원정경기(5승8패, 3.82) 편차가 크다. 반면 짐머맨은 올스타전 이후 8승 무패의 놀라운 성적을 거둬 윌리엄스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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