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인 김현수’ 이제 진짜 시작이다

입력 2016-04-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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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김현수가 우여곡절 끝에 메이저리그 개막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 실력으로 그간의 논란을 잠재우고 수모를 씻어야 한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볼티모어 25인 개막 로스터 확정 의미

마이너거부권 사용 마라톤 협상 끝 성사
쇼월터 “팀에 기여할 기회 갖게 될 것”
김현수, 기회 왔을 때 모든 것 보여줘야

볼티모어 김현수(28)의 에이전트인 리코스포츠 이예랑 대표와 4일(한국시간) 새벽 긴 기다림 끝에 연락이 닿았다. 미국에 와 있는 이 대표는 “볼티모어가 곧 개막 25인 로스터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티모어 구단의 공식 발표를 존중하려는 신중함이 담긴 표현이었다. 그러나 “내일(5일) 볼티모어에서 보자”는 끝인사 속에서 일이 잘 풀렸음을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 ‘마이너리그 거부권’ 사용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익명의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김현수의 개막 25인 로스터 확정을 놓고 “(내막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에이전트가 협상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냉정하게 말해서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단 하나의 장점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볼티모어 구단의 행태도 비정상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리그 거부권 사용은 김현수의 자위적 권리 행사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볼티모어가 대놓고 김현수를 배제하는 상황에서 마이너리그행 종용을 받아들였다면, 다시는 메이저리그로 돌아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현수를 절망에 빠뜨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곤 못 배기게 만드는’ 고사작전이 벌어질 개연성도 없지 않았다.

꼭 들어맞진 않지만 윤석민도 볼티모어에서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다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KIA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자 볼티모어는 방출로 맞대응하지 못했다. 2년 700만달러의 비용이 매몰되면 책임 소재가 발생하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3일까지 26명의 로스터를 뒀던 볼티모어는 결국 마지막 순간 초청선수인 사비에르 에이버리를 마이너리그로 내리고, 김현수를 선택했다. 이와 동시에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의 발언도 “김현수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유화적으로 변했다.


이제 작은 실마리라도 움켜줘야 산다!

메이저리그에서 25인은 굉장히 작은 숫자다. 제아무리 명장인 쇼월터 감독일지라도 김현수를 투명인간으로 취급하고 24명만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버티면 어디에라도 쓸 수밖에 없는데, 그 찰나의 기회에 김현수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김현수가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지 못하면 볼티모어는 언제라도 방출의 칼을 꺼내들 수 있다. 이예랑 대표가 볼티모어 구단과의 마라톤협상 끝에 성사된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은 시간을 번 것뿐이지 볼티모어의 시각마저 바꾼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김현수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핍박받는 현실 속에서도 차분하게 대응했던 김현수는 지역지 볼티모어 선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겠다. 볼티모어 구단에는 아무 감정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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