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영광의 27명! 100승 투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6-04-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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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삼성 김시진-롯데 최동원-해태 선동열-OB 장호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1987년 김시진 역대 최초 기록
이후 최동원·선동열·장호연 순
200승 달성 투수는 송진우 유일
93승 송승준, 다음 100승 후보


올 시즌 100승 투수가 한꺼번에 3명이나 줄줄이 쏟아지면서 KBO리그 역사가 더욱 풍성해졌다. 시즌 개막 후 삼성 윤성환이 시즌 첫 등판인 6일 kt전(수원kt위즈파크)에서 승리를 올리며 역대 25번째 개인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고, 24일에는 SK 김광현과 두산 장원준이 각각 NC(인천행복드림구장)와 한화(잠실구장)를 상대로 나란히 승리투수가 되면서 역대 26번째와 27번째 100승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하루에 2명의 100승 투수가 탄생한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어서 주목 받았다. KBO리그 100 승 투수의 역사를 돌아보고, 숨은 뒷이야기를 살펴본다.


김시진-최동원의 100승 선점 경쟁

김시진과 최동원은 1958년생 동갑내기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들은 프로야구 출범 첫해인 1982년 데뷔할 수도 있었지만, 그해 세계야구선수권이 처음으로 한국(서울)에서 열리면서 국가대표에 묶여 1년 늦게 프로에 뛰어들었다. 김시진은 당시 군복무(경리단) 중이기도 했다.

최동원은 롯데, 김시진은 삼성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사상 최초 개인통산 100승 고지 선점을 두고 경쟁을 펼쳐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983년 김시진 17승-최동원 9승, 1984년 최동원 27승-김시진 19승, 1985년 김시진 25승-최동원 20승, 1986년 최동원 19승-김시진 16승. 1986년까지 김시진은 통산 77승, 최동원은 75승으로 두 걸음 차이였다. 그런데 1987년 희비가 엇갈렸다. 김시진은 23승을 올리며 정확히 100승 고지를 밟았다. 10월 3일 OB전(잠실)에서 이정표를 세웠다. 5시즌 만에 100승을 올렸으니 연평균 20승이라는 놀라운 페이스였다. 반면 최동원은 1987년 14승에 그치며 통산 89승을 기록했다.

김시진과 최동원은 1988년 11월 22 일 4대3 초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맞바꿔 입는 운명을 맞이하기도 했다. 특히 최동원은 선수노조 설립 문제와 롯데와의 연봉협상 마찰, 트레이드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승수쌓기 페이스가 더뎠다. 1988년 7승, 1989년 1승을 추가한 뒤 삼성 시절이던 1990년 7월 12일 대구 OB전(더블헤더 제2경기)에서 역대 2번째 100승 고지를 밟았다.


구단별 최초 100승 투수의 역사

1980년대 수많은 별들이 뜨고 졌지만, 100승 투수는 김시진이 유일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100승 투수는 초특급 투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1990년대부터 100승 투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최동원에 이어 3호는 해태 선동열이었다. 1985년 후반기에 프로에 데뷔한 선동열은 1990년 9월 2일 잠실 OB전(더블헤더 제2경기)에서 개인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흥미로운 점은 공교롭게도 OB가 김시진∼최동원∼선동열의 100승 희생양이 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OB는 장호연을 역대 4호 100승 투수로 배출하며 기세를 올렸다. 장호연은 1993년 9월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OB 투수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100 승 고지를 밟게 됐다. 이번에 장원준이 OB의 후신인 두산 소속으로 100승을 달성했지만, 순수하게 OB나 두산 소속으로만 100승을 기록한 투수는 장호연이 유일하다.

최동원이 1990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100승 고지에 오르면서 롯데 투수 최초 100승 투수는 1994년 달성한 윤학길이 주인공이 됐다. LG는 정삼흠(1996 년), 한화는 송진우(1997년), 삼미∼청보∼태평양∼현대로 이어진 팀 역사에서는 정민태(2000년)가 첫 100승 투수가 됐다. SK선수 중에서는 2005년 김원형이 처음으로 100승의 이정표를 세웠지만, 쌍방울 시절 68승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SK 소속으로만 100승을 기록한 투수는 24일 김광현이 최초가 된다. 쌍방울은 100승 투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SK 김광현(왼쪽)과 두산 장원준이 24일 나란히 개인통산 100승을 거뒀다. 두 명의 투수가 같은 날 100승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포츠동아DB



● 다각도로 살펴본 KBO리그 100승 투수

100승을 돌파한 27명의 투수를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우완이 23명인 반면 좌완은 4명(송진우 장원삼 김광현 장원준)에 불과하다. 우완 중 잠수함 투수는 이강철과 임창용 2명이다. 단일팀에서만 100승을 달성한 투수는 19 명이며, 여러 팀에서 합계 100승에 도달한 투수는 8명으로 집계됐다. 100승 달성 당시 소속팀으로만 분석해보면 삼성이 8명으로 가장 많다. KIA(전신 해태 포함)와 한화가 4명, LG가 3명으로 뒤를 잇는다. 이어 롯데, 두산(전신 OB 포함), 현대, SK가 2명씩을 배출했다.

김시진은 최소시즌(5시즌)과 함께 최소경기(186경기)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정민철은 최연소(27세3개월2일), 이상군은 최고령(38세9일) 100승 투수로 남아 있다. 27명의 100승 돌파 연차로 보면 평균 11.3년이 걸렸다. 이상목은 가장 긴 19년차에 100승 고지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 송진우는 이들 중 유일하게 개인통산 200승(210승) 신화를 달성했다.

한편 앞으로 100승을 노릴 만한 현역투수는 롯데 송승준(93승), KIA 양현종(77승)과 윤석민(76승) 순이다. KBO리그 통산 98승을 올린 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류현진(LA 다저스)이 언젠가 국내 무대에 복귀해 2승을 추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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