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식, 금메달 걸고 영광의 ‘만두 귀’ 자랑하겠다

입력 2016-07-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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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자유형 기대주 윤준식의 목표는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는 24년간 끊긴 레슬링 자유형의 금맥을 다시 캘 것을 다짐하고 있다. 태릉선수촌|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레슬링 자유형 윤준식의 ‘리우 희망가’


훈련으로 짓눌려진 귀는 영광의 훈장
‘사점 트레이닝’으로 키운 체력과 투지
24년간 끊긴 금, 간절함으로 싸울 것

파릇한 청년과 마주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울퉁불퉁한 양쪽 귀였다. 귓구멍조차 안 보이는, 일명 ‘만두 귀’는 수없이 매트를 뒹굴고 짓눌리면서 얻은 영예로운 훈장이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마지막 훈련에 여념이 없는 레슬링국가대표 윤준식(25·삼성생명)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의 상처이자 흔적”이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그의 어깨는 무겁다. 24년간 끊긴 올림픽 금맥을 다시 캐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이다. 윤준식이 나설 레슬링 남자 자유형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가장 마지막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다. 레슬링대표팀 자유형 박장순 감독이 주인공이다. 그레코로만형은 꾸준히 금빛 낭보를 전해왔지만 자유형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물론 박 감독(74kg급)과 윤준식(57kg급)의 체급은 서로 다르다. 그래도 멈춰진 올림픽 금빛 시계를 되돌리기 위한 사제의 의지는 뚜렷하다. “오랜 기다림이 있어 더 기회라고 본다. 긴 꿈을 현실로 바꾼다면, 또 오랜 한을 기쁨으로 풀어낸다면 훨씬 의미가 크지 않겠나.”

무럭무럭 성장한 유망주

지난달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레슬링국가대표 2차 선발전. 윤준식은 자신이 직접 딴 올림픽 출전권을 놓치지 않았다. 3월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리우올림픽 아시아 쿼터대회에서 2위를 차지해 올림픽 출전권을 레슬링대표팀에 안긴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해 86kg급 김관욱(27·국군체육부대)과 함께 리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생애 첫 올림픽. 물론 깜짝 스타는 아니다. 이미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3년 세계선수권을 제패해 세계 최강으로 통하던 하산 라히미(이란)를 인천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꺾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강자와 약자 사이에는 딱 종이 한 장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피나는 훈련과 간절함이다. 하산을 제압하면서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다. 심판판정과 경기 당일의 컨디션 등 변수를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한 노하우도 있다.”

윤준식의 장점도 분명하다. 우리 레슬링대표팀 전통의 훈련인 ‘사점 트레이닝’을 극복하며 길러진 체력이다. 무게 300kg의 초대형 타이어를 쉴 새 없이 뒤집고, 커다란 통나무를 어깨에 짊어지고 들어올리면 죽기 직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을 3∼4차례 반복해야만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일 수 있다. 이렇듯 극한의 고통을 넘기고 또 넘기면 실전에서 큰 효과를 본다. 여기에 특유의 방어기술을 더해 태클과 메어 넘기기를 통한 점수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심이 나쁘지 않아 상대에 점수를 잘 빼앗기지 않는다. 한 다리와 팔을 동시에 잡고 넘기는 기술을 집중 연마하고 있다.”

어려운 도전, 그래서 더 값지다!

오랜 침체기를 걷다보니 레슬링선수들 사이에선 암묵적으로 ‘자유형은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여기에 외국에선 아주 어릴 적부터 레슬링을 한다. 박장순 감독은 “3세 때 레슬링을 하는 아이들도 봤다”고 말했다. 기초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 물론 당장 성과를 볼 순 없다. 이런 차이를 정신으로 극복해야 한다. 틈날 때면 명언집을 들추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할 수 있다! 아프지 않다! 넘어지지 않는다!’ 이미 만개한 그레코로만형에서의 꾸준한 선전도 자극이 된다. 4년 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28·삼성생명)와 꾸준히 성적을 낸 류한수(28·삼성생명)를 곁에서 지켜보며 패기와 투지, 기술을 조금씩 흡수한다.

윤준식은 ‘손 맛’을 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국가대표에서 밀려나며 5개월 정도 선수촌 밖에서 생활했다. 항상 당연했던 태릉선수촌에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머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 아픔이 자극제가 됐다.

“주변인으로 보낸 반년의 시간이 지금으로 이끌었다. 태극마크가 정말 간절했다. 감독님은 항상 ‘손 맛’이 있다고 했다. (김)현우 형에게 물어보니 그 감각을 이해하더라. 아직 이를 느껴보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감은 온다. 리우올림픽에서 ‘손 맛’을 보고 내 자랑스러운 ‘만두 귀’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태릉선수촌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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