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터뷰] ‘다 가진 남자’ 서건창 “국가대표? 내 인생에 획 긋고도 남을 일”

입력 2016-12-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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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서건창의 야구인생은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다. 벼랑 끝에서 살아나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시련과 편견을 딛고 일어선 스토리는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스포츠동아DB

시곗바늘을 돌려 5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2011시즌이 끝난 뒤 서건창(27·넥센)의 신분은 등번호 111번을 단 육성선수였다. 현역으로 군 문제를 해결한 것을 제외하면 프로에 첫발을 내디뎠던 2008년(LG)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서건창은 야구선수로서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다. 신인왕과 골든글러브, MVP(최우수선수), 타격왕, 최다안타 타이틀에 KBO리그 최초 한 시즌 200안타 기록 보유자다. 올해는 애초 꼴찌 후보로 평가받던 넥센의 주장을 맡아 포스트시즌(PS) 진출을 이끌었다. 11월10일에는 KBO 기술위원회가 발표한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생애 첫 국가대표 발탁의 기쁨을 누렸다. 어느새 3번째 골든글러브(2루수 부문) 수상까지 노리는 리그 최정상급 2루수로 거듭난 서건창을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났다.

넥센 서건창. 스포츠동아DB



●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사나이

-근황이 궁금하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회복하는 시간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에 집중하며 2017시즌을 버티기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기초공사 단계라고 보면 된다.(웃음)”


-2016시즌을 돌아보면 어땠나.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선수들 모두 힘을 모아 좋은 결과를 냈다. 아쉽기도 하지만, 애초 생각했던 성과를 올려 기쁘다. 내년이 더 기대되기도 한다.”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며 팀과 개인성적 모두 잡았다.

“사실 만족하긴 쉽지 않고, 지금의 성적에 만족해서도 안 된다. 다만 우리 팀이 주변의 우려와 달리 저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뿌듯하다. 올 시즌 가장 큰 의미를 두는 부분이다.”


-팀이 꼴찌라는 평가를 받았을 때 솔직히 어땠나.

“정말 선수들은 (외부의 평가에)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평가를 받는 입장이기에 준비한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결과로 보여주자는 생각만 했다. 결국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졌다.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잘했다. 선배님들께서 중심을 잘 잡아주셨고, 어린 선수들도 잘 따라왔다. 코칭스태프의 배려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닝파트, 선수들이 힘을 모은 결과다.”


-주장으로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나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선배들 보면서 많이 배웠다. 선배들이 이끌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후배들을 좀 더 좋은 쪽으로 끌어줬어야 하는 데 내가 부족했다. 좋은 얘기도 해주고, 힘들어할 때 더 끌어줬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분위기를 무겁게 해도 안 되고, 어린 선수들을 다독일 필요도 있다.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 후배들이 주장보다는 편안한 형처럼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올해 경험을 해봤으니 또 주장을 맡는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2015시즌 부상을 당해 전력질주에 트라우마가 있진 않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올해 26도루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제 완전히 회복한 듯하다.

“트레이닝파트에서 관리를 잘해준 덕분이다.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물론 한창 뛸 때보다는 도루시도 횟수가 줄었지만,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좋아질 것이다. 2015시즌 복귀했을 때보다 올해가 더 좋았다. 내년에는 (2015시즌) 아팠다는 사실을 잊고 뛸 수 있을 듯하다.”


-지난해에도 출장횟수는 적었지만(98경기), 3할에 가까운 타율(0.298)을 기록했다. 3년간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은 선수의 평균치라고 하는데, 스스로 한 단계 올라섰다는 생각은 해봤나.

“아직 그런 말을 듣기에는 부족하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보여줘야 할 것도 더 많다. 점점 좋아지는 단계를 밟고 있다고 생각하고, 더 좋아질 여지도 분명히 있다. 야구는 배움의 연속이다. 20년 이상 야구를 하신 선배님들도 ‘야구가 어렵다’고 하시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넥센 서건창. 스포츠동아DB



● 국가대표? 야구인생에 한 획 그을 만한 일!

-WBC 최종엔트리에 승선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실감나지 않았다. 정말 믿을 수 없었다.”


-첫 국가대표라는 자체로 의미가 크다. 야구인생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일 아닌가.

“나는 청소년대표도 못 해봤다. 첫 국가대표 발탁은 내 야구인생에 획을 긋고도 남을 정도로 큰 일이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고, 항상 꿈꿔온 자리다.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는 뽑히지 못했지만, 그때는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집중하다보니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정규시즌도 중요했기에 (대표팀 탈락이)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WBC 최종엔트리 승선으로 신인왕과 MVP, 타격왕, 국가대표까지 하게 됐다. 선수로서 모든 것을 다 가진 셈이다.

“야구 시작할 때는 지금처럼 될 줄 몰랐다. 그저 꾸준히 최선을 다한 결과가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단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했다는 부분에만 자부심을 느낀다. 꾸준히 하면 결과가 따라온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는 것뿐이다.”


-대표팀 합류로 기대하는 부분은.

“내가 성장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자리다. 다른 나라를 생각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만 봐도 메이저리그 출신 선배들이 많다. 일단 대표팀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우선이다. 뭔가 배우면서도 그 안에서 어떻게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서 실력도 늘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기면서 실력도 늘었으면 좋겠다.”

넥센 서건창. 스포츠동아DB



● 골든글러브? 2017시즌 준비가 더 중요!


-골든글러브가 신경 쓰이진 않나. 2012, 2014년에 이어 3번째 수상 도전이다.

“올해 2루수들이 다 잘했다. 욕심을 낸다고 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당장 골든글러브보다 내년 시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대표팀에 뽑혔으니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하루하루 2017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도 편안하다. 골든글러브는 가장 잘한 선수가 받는 것이다.”


-가장 잘한 선수가 상을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본인을 어필할만한 가장 큰 무기는.

“많은 경기에 나간 것. 선수라면 건강한 몸으로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성적은 따라온다. 매 시즌을 앞두고 그 점에 가장 초점을 맞춘다. 다치지 않고 많이 뛰는 게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일이다.”


-코칭스태프의 대폭 변화가 눈에 띈다. 지도자 경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보는지.

“장정석 감독님은 선수들과 워낙 가까이서 소통하고 호흡하셨던 분이다. 정말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치님들도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계신다. 아직 함께 훈련해보진 못했지만, 스프링캠프 때 함께하다 보면 분명히 시너지효과가 나올 것이다. 선수들은 준비가 돼 있고, 우리 팀이 분위기 하나는 가장 좋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주위의 우려에도 큰 걱정은 없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말은 선수들에게 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자율적인 훈련과 배려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결과에 대해 믿어주시는 만큼 선수가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넥센의 2017시즌 키워드는 데이터 야구다.

“어렵다. 아직 겪어보진 못했지만, 내년에는 데이터를 더욱 구체화한다고 들었다. 1차원적인 것을 넘어 상황에 맞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살펴보고 현장에 적용한다고 하면 (승리)확률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사실 나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많이 기대된다. 상식을 파괴하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것도 야구의 묘미다. 선수들도 그 데이터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데이터 야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팀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나도 저절로 관심이 간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한 번 더 물어보게 된다.”


-큰 틀에서 내년 시즌 목표는 정했나.

“내 목표는 매년 똑같다. 팀이 최우선이다. 개인이 잘해도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성공한 시즌이 아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뛰면 결국 좋은 성적이 나오더라.”


● 넥센 서건창


▲생년월일=1989년 8월 22일

▲출신교=송정동초~충장중~광주제일고

▲키·몸무게=176㎝·84㎏(우투좌타)

▲프로 입단=2008년 LG 육성선수

▲프로 경력=LG(2008년)~넥센(2012년~현재)

▲2016년 연봉=2억6000만원

▲2016시즌 성적=타율 0.325(560타수 182안타), 7홈런, 63타점, 26도루

▲수상 내역=2012시즌 신인상, 2012·2014시즌 2루수 골든글러브, 2014 정규시즌 MVP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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