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서울이랜드FC 김태수 “이랜드서 새로운 도전…심장이 뛴다”

입력 2017-0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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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랜드FC의 1차 동계훈련이 진행된 경남 남해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베테랑 미드필더 김태수가 환하게 웃고 있다. 남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은퇴 후 감독 꿈…다양한 경험 큰 자산
김병수 감독님 디테일한 전술 놀라워
후배들을 앞에서 당겨주는 선배 될 것


화려하지 않다. 강한 향기도 없다. 그러나 당당하다. 꼭 필요할 때 누구나 ‘믿고 쓰는’ 카드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서울이랜드FC 김태수(36)는 묵묵하고 묵직한 베테랑의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창단 3년째를 맞은 2017시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승격’이라는 과제가 주어진 서울이랜드는 영건들이 팀의 뼈대를 이룬 가운데 ‘경험’을 불어넣기 위해 김태수에게 손짓했다. 지난해 클래식(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뒤 잠시 은퇴를 고민하던 그는 서울이랜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1년 계약이지만, ‘경험 연장’이라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경남 남해 1차 캠프에 이어 제주 서귀포 2차 캠프에서 착실히 새 시즌을 준비 중인 그는 “새로운 느낌의 두근거림을 즐기고 있다. 2004년부터 꽤 오랫동안 프로생활을 하며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경험을 했다. 뭔가 이뤄질 것 같다는 설렘을 맛보고 있다. 좋은 꿈을 꾸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처음으로 챌린지에서 시즌을 맞는다.

“그저 1년의 (현역) 연장이자 경험의 연속이다. (지난 시즌 후) 솔직히 갈 곳도 없었다. 서울이랜드가 불러준 것은 정말 행운이다.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그간 우승도 많이 해봤고, 지난해에는 클래식 생존이라는 치열한 싸움도 해봤다. 이런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훗날 계획한 지도자로서의 제2의 인생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본다.”

서울이랜드FC 김태수. 사진제공|서울이랜드FC



-그래도 지난 시즌은 참 힘들었을 것 같다.

“후반기부터 출전시간이 확연히 줄었다. 답답하긴 했다. 그래도 초연했다. 단 5분이 주어지더라도 축구에서의 5분은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항상 고마웠다. 예전에는 조급함도 있었는데, 2013년 큰 부상을 당하며 ‘내려놓음’의 진리를 깨달았다. 긍정적인, 또 합리적인 욕심은 부리되 정도를 지키면 좋은 일도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5분의 가치를 내내 강조하던 그는 숫자 5와의 각별한 인연을 한 토막 들려줬다. 서울이랜드에 왔을 때 그가 처음 요청한 등번호는 27이었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프로에 데뷔한 2004 년 당시의 배번이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가족의 생각은 달랐다. 5번을 희망했다. 2009년 입단한 포항 스틸러스에서 좋은 기억을 남긴 그 번호였다. 당초 외국인선수의 등번호였는데, 마침 비어 있었다. 이제 그는 또 다른 ‘5’를 바라본다. FA컵 통산 우승 횟수다. 전남에서 2006년과 2007년, 포항에서 2012년과 2013년 정상을 밟았다. 은퇴 전 짜릿한 우승의 여운을 추가하고 싶다.


-포항과의 인연이 각별한 김병수 감독이 부임했다.

“사제지간의 연을 맺거나 함께할 기회는 없었지만, 포항에 (김 감독이 지난해까지 이끈) 영남대 출신들이 많다. 당연히 이야기를 자주 했다. (경험해보니) 소문대로더라. 다양한 전략 및 전술을 접해봤는데, 이처럼 세밀하고 디테일할 줄은 몰랐다. ‘왜’를 강조하신다. 우리에게 무작정 주문이 들어온 적은 없다. 왜 이렇게 저렇게 뛰어야 하는지 이해를 시킨다. 흡수가 빠를 수밖에 없다.”


-전남, 포항, 인천에서의 경험은 어땠나.

“훗날 지도자를 생각하고 있다. 자연히 벤치를 대하는 마인드가 달라지더라. 경험은 많을수록 좋다. 많은 경험을 해야 후배들과 나눌 이야깃거리가 많아지지 않나. 한마디라도 덧붙여줄 수 있고. 매 순간의 경험이 자산으로 쌓인다.”

포항 시절 김태수.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팀에 젊은 피가 많은데, 베테랑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2014시즌 포항이 떠오른다. 굉장히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지금과 비슷하다. 다만 앞에서 당겨주는 선배가 되려고 한다. 뒤에서 밀어주는 것도, 앞에서 당겨주는 것도 고참의 책무다. 본보기가 되면 후배들은 따른다. 힘들어도 앞장서려고 한다.”


-챌린지 경쟁이 굉장할 것 같다. 서울이랜드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확실한 비전을 꼽고 싶다. 평범하지 않다. 다른 팀과 다른 접근방법이 있다.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흐름을 보고 있다. 솔직히 승격 이후도 기대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팀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선수로서 목표를 어디까지 이뤘나.

“중학교(경신중) 때부터 감독이 꿈이 됐다.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도자를 하려고 선수를 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좋은 선생님이 좋은 제자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을 보며 강렬한 매력을 얻었다.”


-어떤 고참, 어떤 축구인으로 기억되고 싶나.

“프로에선 특성상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성장이 멈춰버리거나 금세 사라지는 선수들을 숱하게 봤다. 안타까웠다. 최대한 좋은 점을 찾으려고 한다. 일단 프로에 안착했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언젠가 지도자가 되더라도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축구인으로 남고 싶다.”


● 김태수


▲생년월일=1981년 8월 25일

▲키·몸무게=181cm·76kg

▲출신교=경신중∼경신고∼광운대

▲프로 경력=전남 드래곤즈(2004∼2008년), 포항 스틸러스(2009∼2015년), 인천 유나이티드(2016년), 서울이랜드FC(현재)

▲K리그 통산 성적=304경기·18골·8도움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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