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김경문, 직접 마운드에 오른 이유

입력 2017-05-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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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NC다이노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NC 김경문 감독이 5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선발 투수 구창모를 교체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야구에 투수는 왕족, 외야수는 귀족, 내야수는 평민, 포수는 노예라는 말이 있다. 훈련강도 차를 비유한 표현이지만 기록적인 측면에서도 투수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10점을 내줘도 팀 타선이 11점을 올리면 승리 투수가 된다.

많은 감독들이 1~2점 차로 앞선 5회 수비 때 큰 고뇌에 빠질 때가 있다. 5회만 잘 넘기면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흐름에서 선발 투수가 연타를 맞고 볼넷을 내주는 상황이 가장 곤혹스럽다. 선발 투수가 승리요건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교체하면 ‘냉혹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NC 김경문 감독은 자신만의 야구관이 매우 확고한 승부사다. 그러나 김 감독에게도 5회 선발교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평소 그는 “5회가 참 어렵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기 위해 망설이다가 안타, 볼넷, 또 안타를 맞다가 동점이 되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펜전력까지 소모하게 된다”고 말해왔다.

16일 잠실 두산전. 김 감독은 과감한 결단 속에서도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승장이 됐다. 2-0으로 앞선 5회말 1사 1루. NC 선발 구창모는 투구수 79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승리투수 요건까지는 아웃카운트가 단 2개 남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산 9번 김재호가 안타를 치고 난 직후 김 감독은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김 감독은 매우 긴박한 상황 때도 좀처럼 직접 마운드를 찾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날 마운드에서 선발 구창모의 등을 두드리며 온화한 표정으로 교체를 알렸다. 평소 투수 교체 때 보다 긴 시간을 들여 투수를 바꾸는 이유도 함축적으로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조기 투입된 필승조 원종현은 민병헌을 병살로 잡으며 위기를 탈출했고, 불펜투수들의 활약이 이어져 2-1로 이겼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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