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꿈꾸는 ‘토종 삼색 에이스’

입력 2017-08-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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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창모와 장현식, 이재학(왼쪽부터)은 NC가 자랑하는 20대 선발투수다. 좌완(구창모)과 우완(장현식), 사이드암(이재학)이라는 각자의 색깔과 주무기가 확실하다는 점은 이들 세 명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이유다. 스포츠동아DB

2009년 9월 삼성 김재하 단장은 이미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선동열 감독과 5년 재계약을 발표하며 매우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선 감독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삼성 감독은 5년 계약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3년은 성적에 대한 조급증 때문에 시즌 운영, 선수 육성 등에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후임 사장과 단장이 와도 이 같은 기조는 유지 된다.” 물론 이 계획은 단 1년여 만에 폐기된다. 2010시즌 후 김응룡 사장-김재하 단장(부사장)-선동열 감독은 동시에 물러난다. 이후 삼성은 물론 그 어떤 팀도 감독과 5년 계약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롯데 조원우 감독의 경우처럼 2년 계약(2016~2017년)이 다시 등장했다.

감독이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조범현 전 kt 창단 감독은 “팀의 미래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감독 재계약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육성에 방점을 뒀지만 구단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NC 김경문 감독은 2017시즌을 앞두고 3년 재계약을 맺었다. 4번 에릭 테임즈가 메이저리그로 돌아갔고 세대교체 필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었지만 안팎에서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NC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대대적인 리빌딩이었다. 시즌 초 NC 세대교체의 초점은 이호준~이종욱~손시헌 그 다음을 준비하는 백업 야수진의 주전육성으로 보였다. 모창민, 권희동이 확실한 베스트 멤버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김 감독의 시선은 야수진에 머물지 않았다. 선발 투수진의 리빌딩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자신의 남아있는 계약기간 뿐 아니라 팀의 5~6년을 책임질 수 있는 토종선발 3명을 키워내겠다는 다짐이다.

김 감독은 “왼손 구창모, 오른손 장현식, 그리고 사이드암 이재학이 모두 내년 시즌부터 선발로테이션에서 뛰어난 투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2명과 함께 좋은 구성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계속해서 강팀의 자리를 지키고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선발진 안정이 첫 번째 과제다”고 말했다.

구창모와 장현식은 모두 시속 150㎞ 이상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제구력에 문제점이 컸다. 김 감독은 두 젊은 투수에게 “10점을 줘도 좋으니 6회까지 버텨라”라는 메시지를 자주 전했다.

구창모는 시즌 초 극심한 부진을 겪었지만 감독의 기다림 속에 풀타임 선발로테이션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볼 끝이 예리한 속구와 낙차 큰 변화구를 가다듬으며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다시 태어났다.

장현식은 13일 두산전에서 완봉승에 도전할 정도로 올 시즌 큰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최일언 투수 코치와 함께 투구 폼을 간결하게 가다듬으며 제구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투구수 100개를 넘겨도 시속 153㎞를 던질 수 있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 구창모와 장현식은 올해 만 20세, 22세다. 사이드 암 이재학도 28세다.

김경문 감독이 목표로 한 20대 토종에이스 3명은 좌완, 우완, 사이드암까지 세 가지 색깔을 갖췄다. 1군 데뷔 5번째 시즌인 올해 4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한 NC는 변함없이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팀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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