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달수 “주인공 힘드네…없던 투통까지 생겼어요”

입력 2016-03-2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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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는 주·조연, 단역의 구분 없는 활약으로 폭넓은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1000만 요정’이라 불린다. 영화 ‘대배우’의 주연으로 나선 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두통”까지 앓았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1000만 요정’ 오달수의 첫 주연영화 ‘대배우’ 30일 개봉

작품 선택의 기준?
시나리오·감독·배우 다 봐

로맨스 연기?
정열적인 배우가 맡아야지


영화 ‘대배우’를 촬영하던 배우 오달수(48)에게 절친한 황정민이 물었다.

“형, 주인공이라 힘들지?”

오달수가 답했다.

“응, 많이 힘드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줘.”

황정민은 “일단 그냥 해봐”라며 등을 떠밀었다.

한 영화의 배우를 주연과 조연, 단역으로 구분하는 일은 불필요하다. 모두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질 때 영화의 완성도는 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30일 개봉하는 ‘대배우’(제작 영화사다)를 ‘오달수의 첫 주연 영화’라고 부르기는 멋쩍다. 그는 이미 출연 영화마다 역량을 아낌없이 뽐내왔고 제 몫을 해냈다. 오달수의 출연 영화가 있을 뿐 ‘오달수 주연’ 혹은 ‘오달수 조연’은 없었다.

그래도 주인공의 책임은 다르긴 달랐다. 오달수는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없던 “두통”까지 생겼다.

‘대배우’는 20년 동안 대학로를 터전 삼은 무명의 연극배우 장성필이 주인공이다. 아내와 아들을 위해 영화 오디션에 응모해 어렵게 기회를 얻지만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오달수가 연기한 장성필은 연출자인 석민우 감독이 창조한 인물. 오달수와 감독은 ‘올드보이’부터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 영화를 함께 작업해 왔고 그렇게 쌓은 인연이 ‘대배우’로 이어졌다. 장성필은 오랜 시간 연극배우로 살아온 오달수의 ‘과거’와도 겹친다.

“나의 일 같았다. 그래서 와락 껴안고, 반가워할 수 없었다. 연극배우의 삶이 여전히 영화 소재로 쓰인다는 것은 아직도 그들이 힘들다는 뜻이니까.”

더 이상 오달수는 어려운 연극배우가 아니다.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통한다. 감독과 제작자가 탐내고, 이제는 동료 배우들까지 오달수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낸다. 송강호부터 황정민, 김명민, 하정우까지 ‘오달수 팬’을 자처한다.

배우 오달수.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승낙의)기준은 있다. 첫째 시나리오가 재미있느냐, 둘째 감독이 누구인가, 셋째 나와 함께 걸어가는 동료 배우가 누구인지 중요하다.”

그의 대답이 ‘교과서적’으로 들려, 다시 물었다. ‘특히 잘 맞는 배우’를 꼽아 달라고 주문했다. 오달수는 갈팡질팡 뜸을 들이더니 “모두 잘 맞는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함께 해온 배우들은 비슷한 연배다. 잘 맞을 수밖에 없다. 서로 이해의 폭이 충분하다.”

워낙 남자배우와의 만남이 잦아 ‘브로맨스’라는 말도 따른다. 한 번쯤 남녀의 ‘로맨스’를 꿈꿔볼 법하지만 그는 완강했다.

“사랑은 과격하리만치 서로에게 다 맞추는 과정이고 감정 같다. 나는 로맨스가 과격하다고 느끼는 사람 중 하나다. 로맨스는 정열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가 맡아야지. 내가 무슨!”

그러면서 오달수는 “관객을 편안하게 해주는 연기를 잘 한다”고 자평했다. 맞다. ‘편안함’으로 관객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1000만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오달수는 “어차피 사람한테 요정을 붙이는 것은 서로 웃자고 하는 말이니, 이젠 웃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별명을 양보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고 했다. 연극배우 최광일이다. ‘대배우’의 장성필처럼 연극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최광일의 연기는 오달수를 울리기까지 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영화 촬영이 없는 날이면 대부분 ‘술자리’를 가져온 오달수는 “자신 있게 밝힐 취미가 생겼다”고 했다. 4개월 전 시작한 바다낚시다. 그는 닷새 정도 여유가 생길 때면 고향인 부산으로 향한다.

“영도다리를 건너면 부산항을 찾는 외국 배들이 한 눈에 보이는 곳이 있다. 그 곳이 아지트다. 월척? 지금까지 그저 고등어 몇 마리 낚았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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