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男과 女] 댄스곡 경쾌 임팩트 약해 vs 기억에 남는 멜로디 없네

입력 2016-08-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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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걸그룹 I.B.I는 엠넷 ‘프로듀스101’에서 I.O.I의 멤버가 되지 못한 채 안타깝게 탈락한 이들로 구성됐다. 사진제공|로엔엔터테인먼트

블랙과 화이트,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남(男)과 여(女), 혹은 여와 남. ‘개취’(개인취향)일 뿐인 각기 시선에 성적(젠더·gender)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없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존재들일지언정,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의 취향대로다. 두 남녀 기자가 매주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적어도 눈치보며 ‘빨아주기’식 기사는 없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 담당기자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고 작심했다. 가장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시선을 유지하자며.


■3 걸그룹 I.B.I ‘몰래몰래’

● I.B.I


11인조 프로젝트 걸그룹을 선발한 엠넷 ‘프로듀스101’에서 탈락한 12∼17위 중 5명으로 결성한 그룹. 한혜리(12위·스타제국) 이수현(13위·개인) 김소희(15위·뮤직웍스) 윤채경(16위·DSP미디어) 이해인(17위·개인)으로 구성됐다.


● 몰래몰래


18일 공개·제작 로엔엔터테테인먼트. 지그재그 노트, 노는 어린이가 공동작곡한 노래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노랫말로 이뤄져 있다. 리드미컬한 비트와 흥겨운 신시사이저 및 베이스 연주가 돋보인다.



● 댄스곡 경쾌 임팩트 약해

엠넷 ‘프로듀스101’ 출신의 ‘우수한 탈락자들’이라는 화제성에 로엔엔터테인먼트라는 대기업의 기획으로 기대심리가 컸던 탓일까. ‘몰래몰래’는 뭔가 아쉬움이 느껴지는 곡이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실컷 먹은 것 같은데 어떤 맛이었는지는 잘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느낌.

새 노래를 처음 듣고서 ‘흥얼거리게 되는 구절이 있다면 그 노래는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몰래몰래’에는 그런 부분이 없다. 한때 그 ‘흥얼거림’을 유발하기 위해 많은 음악제작자들이 짧은 구절을 반복하는 ‘훅(hook)송’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몰래몰래’는 청각을 자극하려는 억지 노력이 없어 매우 신선하기는 하지만, 입가에 맴도는 구절이 없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준다.

경쾌한 댄스곡 ‘몰래몰래’는 전형적인 기승전결 형식(A-B-C-D 멜로디 구조)을 띈다. 전반부 A와 B멜로디는 서서히 진행되면서 후렴구에서 뭔가 터져줄 것 같은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후렴구는 그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않는다. ‘임팩트’가 약하다는 말이다. 곡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랩 부분도 구색을 맞추려는 의도로 읽힌다. 굳이 없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또 차트에 오르지 못했다고 해서 좋은 노래가 아니라 할 수 없고, 차트에 있다고 꼭 좋은 노래라 단정할 수도 없다. 요즘 차트에서 히트곡은 일부 팬덤의 조직적 ‘스밍’(스트리밍)으로도 만들어지고, 상위권 곡을 막연히 흘려듣는 소비자의 습성에 의해 ‘스테디셀러’가 되기도 한다.

I.B.I는 지지기반이 든든하다. 특히 일부 누리꾼이 가상으로 만든 조합이 현실화했다는 점에서 팬들은 주인의식까지 갖고 있다. 노래의 완성도, 작품성의 높낮이를 떠나 절대적 지지를 보내줄 원군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I.B.I가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기자가 어느 곡의 대중적 히트를 예견하는 데 신통한 능력을 발휘해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중음악을 담당하면서 무수한 곡을 미리 듣고 히트 여부를 점쳐봤지만, 적중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 기억에 남는 멜로디 없네

왜 그랬을까. I.O.I는 ‘넘사벽’이라 제쳐놓고라도 ‘언니쓰’와 ‘C.I.V.A’의 인기가 부러웠던 것일까. I.O.I에 최종 합류하지 못하고 ‘아쉽게’ 탈락한 멤버들을 모아놓은들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저 ‘꿈(데뷔)을 꾸는 소녀들’의 애간장만 녹일 뿐.

이유야 어찌됐건 I.B.I가 데뷔한다. 신곡도 내놓고 그럴싸하게 프로필 촬영도 진행했다. 신인그룹의 통과의례인 기자간담회까지 개최한다. 활동 시기가 정해져 있는 한시적 그룹이라고 해도 모든 구색을 갖췄다.

이쯤 되면 이들의 신곡에 초점이 맞춰진다. 단발성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해도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노래이기 때문이다. 음원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으로 만들어진 만큼 기대도 크다.

허나, 신곡 ‘몰래몰래’는…, 그저 그렇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있다 평양냉면을 처음 먹어본 맛이랄까. ‘니 맛도 내 맛도 없는’, 한 마디로 밋밋하고 ‘이거다’ 싶은 임팩트가 없다. 수십번 들어봐도 기억에 남는 멜로디 한 소절이 없어 아쉽다. 사람들의 취향은 저마다 다르다고 해도 듣는 귀는 비슷비슷하다.

“강렬한 사운드에 반복적인 멜로디의 훅송은 이제 그만!”이라는 거창한 콘셉트를 내세운 것이 아니라면 굳이 왜 이런 곡을 골랐을까 의문이 든다.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 기분만 ‘축축’ 쳐지게 만든다. 여성 음악 팬들은 둘 중 하나다.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신나는 음악이든가, 콧등을 찡하게 만드는 감성이 충만한 가사나 멜로디이든가.

I.B.I라는 화제성에 기대지 않는다면 조용히 묻힐 곡이다. 여느 신인 걸그룹이 발표한다고 해도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 사진도 마찬가지다. ‘러블리한 소녀’ 이미지도 각 멤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비슷한 프로젝트 그룹인 ‘언니쓰’와 ‘C.I.V.A’가 인기 있었던 것은 예상치 못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덕분이다. I.B.I도 현재 가요계에서 비슷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걸그룹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또 밀려온다.


● 평점 아이콘, 이렇게 갑니다


● 히트다 히트

말이 필요할까요.
눈과 귀가 즐겁습니다.



● 아리까리

지금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이건 아니야!

시간과 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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