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파트너10년①]황정민“쿨하다?정에약한아날로그형인간”

입력 2008-10-16 06: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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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0년을 하루같이, 매일 아침 7시 상쾌한 목소리로 아침을 여는 사람이 있다. 1998년 10월 12일 최은경 아나운서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10년째 ‘FM 대행진’을 진행 중인 KBS 아나운서 황정민. 1993년 입사 이후 15년 방송 생활 중 출산 휴가 2달 외에는 한결같이 마이크 앞을 지켜왔다. KBS는 2FM 사상 최초로 단일 프로그램을 10년간 진행한 그녀에게 8일 ‘골든페이스’ 상을 수여했다. 그녀의 수상 소식을 누구보다 가장 기뻐한 것은 다름아닌 ‘황족’들. ‘황족’은 ‘FM 대행진’의 청취자를 부르는 애칭이다. 10년을 진행하는 동안 우여곡절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황족’들의 한결같은 성원과 남다른 그녀의 열정은 이제 새로운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 ‘골든페이스’ 시상식에서 눈물을 보였는데. “아나운서에게 프로그램이란 좋은 것만 나누고 싶은 애인 같은 존재다. 10년이라는 청춘을 이곳에 바치면서 든든한 ‘황족’을 만난 걸 생각하니 뭉클했다. 의외로 상복은 없는 편이다. 2003년 한국방송대상 아나운서상과 골든페이스상이 15년 방송생활의 수상경력 전부다.” - 한 프로그램을 10년이나 진행하면서 우여곡절도 있었겠다. “하루하루가 모이니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 동안 호된 비판도, 따뜻한 격려도 많았다. 처음엔 ‘이 프로그램 하면 인생 자체가 행복하겠다’고 시작했지만 주변에서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좋지 않은 이야기도 들려오기 마련이다. 나무가 무작정 물만 많이 준다고 자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시간도 필요하다. 주변에서 쥐고 흔들지 않았으면 하는 때도 있었다.” - 방송에서 한 말을 가지고 논란이 일거나 청취자들이 문제를 삼을 때는 많이 마음 아팠을 것 같다.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다 지나가기 마련인 것 같다.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상처받고, ‘끝이 없다’, ‘길이 없다’는 생각에 비관적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한다. ‘다 지나가는 일이야’ ‘다 괜찮아질거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 악플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 있었나. “왜 없겠나. 하지만 악플에 대해서 조금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전에 쓴 책에 이런 글을 썼다. ‘내가 남과 다르다고 해서 나를 배신하지 말 것’. 남에게 나를 맞추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살 이유는 없지 않나. 요즘에는 인터넷을 아예 보지 않는 편이다. 라디오 게시판에 가끔 올라오는 악플은 오히려 청취자들이 맞서 대응해준다. 감사하다.” - 사람들이 아나운서 황정민에게 갖는 오해나 편견은 무얼까. “톡톡 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무척 내성적이다. 낯도 많이 가린다. 하지만 일단 마음을 주면 누구보다 정에 약하다. 사람들은 내가 쿨하다고 생각하지만 상처받을까 두려움이 있는 편이다. 또, 예상외로 디지털적이지 못하다. 휴대전화도 통화와 문자 기능 정도. 그래서 미니 홈피도 하지 않는다. 애교가 많을 것 같다는 청취자들이 있지만 목소리만 애교가 있다. 실제론 남편이 더 애교가 많다.” -‘톡톡 튄다’, 사실 반듯한 이미지를 우선시하는 아나운서에게는 붙기 힘든 수식어다. “종종 예상치 못한 발언 때문에 생긴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렵게 사랑을 고백했지만 술 취해 기억이 안난다고 말하는 여자 때문에 고민하는 남자의 사연에 ‘다시 고백해보세요’가 아니라 ‘그 여자는 당신의 고백을 알고 있다. 시간을 갖고 6개월 정도 공을 들여라. 곧바로 다시 고백하지 말아라’라고 조언한다. 게시판에는 ‘공감한다’부터 ‘독하다’는 의견까지 찬반논란이 일어난다.(웃음)” - 라디오와 함께 2TV의 ‘VJ 특공대’도 만 8년이다. 장수 프로그램만 자주 맡는 비결은. “그러니까 괜히 나이가 느껴진다.(웃음) 일단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들하고 잘 지내서가 아닐까. 서로 만나서 즐겁고 일에 무리가 없으니까. 오랜 세월 하다보니 ‘황정민표’라고 생각할 만한 특유의 진행 방식이 자리잡힌 것 같다. 꾸준히 날 찾아주는 제작진과 물리지 않고 보아주는 시청자가 있어 난 행복한 사람이다.” - 후배 아나운서에게 밀릴까봐 두려운 적 있나. “후배들이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느낀다. 모드를 전환해야할 시기를 느낀다고 할까? 요즘에는 음악과 이야기가 있는 프로그램이나 가벼운 시사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온다.” -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을 함께 하는 ‘워킹맘’이다. 하루 일과는. “매일 아침 5시면 일어나 회사로 출근한다. 6시께 도착해 커피 마시면서 기사 보고, 원고 얘기 하고 7시에 방송이 들어가 9시에 끝나면 한 시간 정도는 라디오 스텝들과 커피타임을 가진다. 게스트들의 반응도 이야기하면서 내일 아이템 정하는 회의도 하고, 소소한 수다도 푼다. 녹음이 있는 날은 오전 10시부터 주말 방송 분량 녹음에 들어가고, ‘VJ특공대’와 ‘여성공감’ 녹화 날에는 메이크업을 받고 촬영에 들어간다. 일이 끝나면 한눈 팔지 않고 아기가 기다리는 집으로 곧장 직행이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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