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득보다실많은‘노장딜레마’

입력 2009-04-07 10: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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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 2009시즌 페넌트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133경기의 대장정을 뚫고 4강에 진출할 팀이 누가 될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보통 시즌 전에는 하위 팀의 전력을 판가름하기가 어렵다. 전력이 약한 팀들의 특징이 시범경기부터 죽기살기로 대들어 전력평가가 쉽지 않다. SK를 제외하고 4강 4약을 고르는 게 힘들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2개월 정도 지나면 윤곽이 드러나게 돼 있다. 페넌트레이스는 반짝 전력이 통하지 않는다. 야구의 페넌트레이스는 부상과의 싸움이다. 어떤 팀이 최소한의 부상자로 시즌을 꾸려가느냐에 따라 성적이 좌우된다. 특히 국내 프로야구처럼 선수층이 얇은 구조는 주축 선수 한 명만 다쳐도 성적에 치명타를 입는다. 사실 구단이나 감독 입장에서 선수 부상관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구도가 노장들과의 관계다. 노장들은 대부분 한 때 스타로 군림했다. 이들은 팬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선수 생활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기록과의 싸움을 벌인다. 역대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것 등이 그에 속한다. 미디어 입장에서는 뉴스거리이기 때문에 반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들의 존재가 과연 팀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 구단은 정확한 판단을 해야 된다. 최근 팀의 4강 진출에 밀알이 됐을까. 앞으로라도 4강 진출에 도움이 될까. 솔직히 도움이 안된다. 최고령 기록은 그 순간이고, 야구는 장기레이스다. 두산은 OB 시절 한국의 전설적인 투수 한 명에 크게 의존했었던 적이 있다. 홍보자료는 거의 날마다 특정 투수에 관련된 것이었다. 잠실구장에 울려 퍼졌던 ‘My Way’에 구단과 팬들이 도취됐을 때 팀은 속으로 곪고 있었다. 야구는 매우 독특한 종목이다. 팀은 져도 호투를 하고, 맹타를 휘두르는 선수는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야구는 덕아웃 분위기가 팀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에서 감독을 매니저라고 하는 것도 야구 뿐이다. 다른 종목은 다 코치인데 매니저라고 하는 것은 선수 관리의 특성 때문이다. 선참 또는 노장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기록 사냥을 달거워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연속경기안타, 연속경기출장 등 ‘연속’이 붙어다니면 성적이 좋아지질 않는다. 경기 전 신문, 방송기자들이 평소보다 훨씬 많아지면서 선수들이 들뜨게 된다. 감독은 선수의 기록사냥을 고려해줘야 하는 탓에 과감히 선수교체도 하기 어렵다. 타순도 기록 선수에 맞춰 조정해줘야 한다. 팀은 뒷전이 돼버린다. 야구만이 갖고 있는 속성이다. 메이저리그 역시 노장들과의 관계가 항상 껄끄럽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단장이 이런 정리를 해버린다. 국내는 감독이 총대를 멘다. 최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41세의 개리 셰필드를 방출했다. 500호 홈런 대기록 작성을 1개차로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데이브 돔브라스키 단장은 1900만 달러 잔여 연봉까지 감수하면서 버렸다. 뉴욕 메츠가 1년 계약을 체결했다. 디트로이트 구단으로서는 셰필드의 존재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판단했기에 과감히 버린 것이다. 국내에도 득보다 실이 많은 노장들이 꽤 있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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