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SK-LG대혈투…‘무박2일’뒷담화

입력 2009-05-1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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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LG트윈스 대 SK와이번스 경기가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2회말 2사 LG 이진영이 투수 앞 땅볼로 아웃되며 자정을 넘겨 경기가 끝나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최동수돌직구칠수도안칠수도…”
양 쪽 모두에게 아픈 경기였다.

9-1로 앞서다 9회말 동점을 허용해 ‘무박 2일’ 승부까지 펼친 SK나, 대역전극을 기대하다 마지막에 무릎 꿇은 LG나, 뒷맛은 씁쓸할 수밖에.

하지만 하루가 지난 13일, 잠실구장 양 팀 덕아웃은 웃으며 전날을 떠올리는 후일담으로 풍성했다.

○아쉬움 가득한 LG

최고의 화제는 아무래도 LG 내야수 최동수의 등판. 연장 12회초 2사 후 우규민의 퇴장으로 불펜이 고갈된 LG는 결국 최동수를 마운드에 올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초구에 132km짜리 직구 스트라이크를 던진 그는 “좀 더 어깨를 풀고 던졌으면 140km를 넘길 수 있었는데…”라며 너스레를 떨더니 “비록 져서 아쉬웠지만 나중에라도 좋은 추억거리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외야수 이진영은 “벤치에서 손짓해서 당장 달려가 등판 준비를 했다.

모처럼 고교시절로 돌아가나 싶어서 설6는데 못 나갔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미 좌익수로 포수 김정민이 나가 있는 상황에서 외야를 더 이상 비울 수는 없는 상황.

이진영은 오히려 최동수의 ‘투구’를 두고 “오승환인 줄 알았다. 돌직구를 던지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쨌든 LG로서는 평생 잊지 못할 9회말이었다.

9회 대타로 교체됐던 박용택은 “내 타석이 남아있다면 오히려 긴장됐을 텐데 이번엔 정말 집중해서 경기를 즐겼다”면서 “선수들이 다들 하도 소리를 질러서 목이 다 쉬었다”고 귀띔했다.

○죽다 살아난 SK

그렇다면 SK는 어땠을까. 9회말 덕아웃은 그야말로 ‘초죽음 상태’. 정근우는 “다들 짜증도 나고 힘도 들고 분하기도 했다. 이기지 못했다면 손해가 컸을 텐데 천만다행”이라고 말했고, 9회말 집중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던 이승호는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최선을 다해 던졌는데 자꾸 공이 한 가운데로 들어가더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선발 5이닝 무실점 하고도 8점차 리드가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전병두도 애써 웃을 뿐.

하지만 이긴 덕분에 여유는 넘쳤다.

‘투수’ 최동수를 상대했던 박경완은 “차마 제대로 칠 수가 없었다. 그냥 가만히 서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대충 휘둘러서 아웃됐다”며 웃었다.

또 김재현과 박정권은 9회말 2타점 동점타를 쳤던 LG 김태완이 3루쪽 복도를 지나가자 “너 때문에 경기가 길어졌잖아!”,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놈!”이라고 소리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가장 속이 탔을 김성근 감독의 반응은 어땠을까. 김 감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어차피 질 거 빨리 지지, LG가 참 대단하구만”이라며 애써 웃더니 다시 한번 이렇게 강조했다.

“앞으로는 9회말에 투수 바꿔도 뭐라고 하지 말라니까. 2점, 3점 하다 8점 금방 되는 거 봤잖아.”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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