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친정”…홍성흔불망망이

입력 2009-05-2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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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스포츠동아 DB

두산전5타수4안타2타점활약…“홈런칠때까지수염안깎겠다”
“두산이 상대편이라서 무섭습니다.”

1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친정집’ 덕아웃을 찾은 롯데 홍성흔(32)은 김경문 감독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가 지난해 FA로 롯데에 둥지를 튼 홍성흔의 농담에 김 감독은 “경기 잘 하라”며 어깨를 툭툭 쳤다.

홍성흔이 자리를 뜨자 김 감독은 ‘스승의 날’ 화분을 보내왔다고 자랑했다. “안타 안 치는 게 진짜 스승의 날 선물 아니냐”는 취재진의 농담에 “그건 안 된다”며 손을 저었다. 롯데에 이적한 후 이렇다할 성적을 못 내고 있는 제자를 걱정하는 마음에서다.

2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홍성흔도 “구단에는 ‘쏘리쏘리’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FA선수인 만큼 팀의 중심타자로 분위기 쇄신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시즌 초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개막전부터 홈런 한 번 치지 못 하고 타율은 2할대에 머물렀다. 설상가상으로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다시 돌아온 홍성흔은 독기를 품은 듯했다. 12일 사직 삼성전부터 19일 잠실 두산전까지 19타수 6안타로 타율 0.316. 최근 2경기에서 무안타를 기록하며 또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여기서 무너질 홍성흔이 아니었다.

홍성흔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5타수 4안타 2타점(2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경기 4안타는 올 시즌 처음. 특히 그 4안타가 모두 타점, 득점과 연결되는 영양가 만점이었다. 복귀 후 7경기 24타수 10안타(0.417)가 됐고, 시즌 타율도 0.247에서 하루 만에 0.279까지 치솟았다.

4회 1-2로 지고 있던 무사 1루서 우전 안타로 1·2루를 만들었고, 이어 터진 김민성의 좌월 결승 2루타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4-2로 앞선 5회 1사 만루. 타석에 들어선 홍성흔은 상대투수 김상현의 두 번째 볼을 잡아당겨 좌측 펜스를 넘겼지만 아슬아슬하게 파울이 되면서 올 시즌 첫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두산은 서둘러 투수를 노경은으로 교체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7회에도 1사 1루서 우전안타로 주자를 3루까지 진루시키며 득점의 연결고리를 만들었고, 9회 1사 1·2루에서도 중전안타로 만루찬스를 이어줬다.

3루쪽 롯데팬들은 홍성흔의 맹활약에 환호성을 질렀지만 1루쪽 두산팬들은 내보낸 자식의 불방망이에 탄성을 터트렸다.

● 홍성흔 코멘트=팀이 연패 중이라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친정팀을 상대로 한다는 것이 어제는 부담이 있었지만 의욕이 앞섰다. 오늘 같이 안타를 치면 팀이 이긴다. 타석에서는 진루타, 벤치에서는 파이팅을 외치겠다. 갈수록 타격 밸런스는 좋아지고 있다. 홈런 칠 때까지는 수염을 안 깎겠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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