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의황제&공연의귀재이승철…훈남변신비결?

입력 2009-07-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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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와인의 달인.’노래와 무대에 대한 열정과 그 못지않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에 담고 있는 가수 이승철. 그는 20년 가까이 와인을 즐기는 소문난 와인 애호가이기도 하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까칠하던이승철이요즘훈남이됐대”이거비밀인데ㅁㅁ때문이래”
‘내조의 여왕’이란 말은 내 아내를 위해 나왔다. 이제 밝히지만 결혼을 결정할 때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사주를 보니 나는 너무 큰 산이라 결혼은 쉽지 않을 거라 했는데 나중에 아내 말을 들으니 아내는 너무 큰 물이라고 하더라. 우린 천생연분이다.

이승철(43)은 손에서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놓지 못했다.

인터뷰 장소에 함께 나온 측근들에게 카메라 속 사진을 보여주기 바빴다. 카메라에 담긴 20여 장 사진의 주인공은 최근 돌을 맞은 딸 이원 양. 이승철은 환하게 웃는 딸의 사진을 가리키며 “정말 귀엽지 않느냐”고 반복해 물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최근 이런 모습을 본 연예계 사람들은 “까칠하던 이승철이 훈남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가수 이승철을 ‘힙 토크’에 초대했다. 그와의 대화는 가족과 공연 그리고 소문난 ‘애주가’다운 와인예찬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단골이라는 동부이촌동 와인바 하프 패스트 텐의 테라스에서 마주 앉자, 이승철은 선뜻 호주산 프리미엄 와인 ‘투 핸즈’를 골랐다.

매형에게 와인을 처음 배워 90년부터 마시기 시작했다는 그는 요즘도 한 달에 50여 병의 와인을 마시는 진정한 와인애호가다. 와인이 함께 한 인터뷰여서 그런지 해질녘에 시작한 대화는 밤 11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 둘째 원 양이 화제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뒤 3일 동안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울다가도 내 노래가 들리면 밝게 웃는게 신기하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공연장에 와서 내 음악을 들어서 그렇다. 아이가 생기니 다른 세상을 사는 기분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결혼해 아이 낳으면 상상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결혼은 무덤도 미친 짓도 아니다.”

- 행복한 결혼 생활은 탁월한 내조 덕분이 아닐까.

“하하. 맞다. ‘내조의 여왕’이란 말은 내 아내를 위해 나왔다. 이제 밝히지만 결혼을 결정할 때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사주를 보니 나는 너무 큰 산이라 결혼은 쉽지 않을 거라 했는데 나중에 아내 말을 들으니 아내는 너무 큰 물이라고 하더라. 우린 천생연분이다.”

- 큰 딸 진 양 덕분에 고등학교 학부형이기도 한데.

“작년에 미국에서 돌아와 국제학교에 입학했다. 남들은 돈 주고 들어갔다고 오해하지만 절대 아니다. 며칠 전 진이를 데리러 학교 앞에 갔더니 여학생 한 명이 ‘선배님’이라고 외치며 달려왔다. 가수를 꿈꾸고 있다면서 당차게 선배님이라고 부르는게 기특해서 안아줬다.”

- 공연장에는 온 가족이 나온다고 들었다.

“진이는 학교 가는 날이 아니면 지방 공연을 따라와서 CD를 파는 자원봉사를 한다. 아내와 원이도 늘 공연장을 찾아 음악을 듣는다. 학습효과 덕분인지 두 살이 된 원이의 박수 솜씨는 예술이다.”

이승철은 여름 한 달만 쉬고 1년 내내 공연하는 가수로 유명하다. 올해도 10집 ‘뮤토피아’(Mutopia) 발매에 맞춰 같은 제목의 전국 투어를 갖고 있다. 그의 공연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VIP좌석이 가장 먼저 팔리고, 공연 불모지인 지역에서도 매진을 기록하는 점이다. 그만큼 공연의 완성도와 자부심은 어느 음악인보다 강하다.

와인을 사이에 놓고 솔직하고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승철(왼쪽)과 이해리 기자.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 1년 내내 공연하는 힘은 어디서 오나.

“국민 5000만 명 중 공연을 볼만한 관객을 2500만으로 정해보자. 1년 동안 전국투어를 하면 보통 20만 명을 동원한다. 100년 동안 쉬지 않고 해야 2500만 명이 모두 내 공연을 보는 셈인데 공연을 쉴 이유가 있을까. 공연 한 번 하면 2000개의 포스터, 500개의 현수막이 걸린다. 홍보효과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과 비교가 안 된다.”

- 관객이 모두 빠질 때까지 무대 위에 남아있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리허설은 30분이면 끝난다. 공연을 앞두고 ‘노래 잘 해야지’란 걱정을 하는 건 기초, 기본도 될 수 없다. 나는 나머지 시간에 객석 배치와 유아방 등 곳곳을 확인한다. 무대 못질하는 목수가 누군지도 모르고 무대에 서는 가수와 120명의 스태프들과 활발히 대화하는 가수의 공연은 다를 수 밖에 없다.”

- 대중이 원하는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

“운이다. 타고난 감각이 있거나 노력을 하더라도 운을 따라갈 순 없다. 내가 운이 좋은 가수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 밴드 부활에서 노래하는 이승철을 기다리는 팬들도 있다. (이승철은 이 질문에 굉장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말을 아꼈다.)

“지금의 나를 만든 좋은 추억 중 하나이지만 부활의 보컬리스트로 노래하는 일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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