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A매치 경기 일정과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간의 기싸움이 그동안 허정무 감독에게 부름을 받지 못한 해외파들에게 절호의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허 감독은 다음 달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포함한 해외파 15명의 소속 구단에 소집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고 24일 밝혔다.
최종선수명단은 이번 주 안에 K리그 선수들과 함께 확정할 예정이다.
우선 허 감독은 지난 12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 때 팀 적응을 위해 제외됐던 박지성, 이청용(볼턴)을 비롯해 조원희(위건), 설기현(풀럼) 등 코리언 프리미어리거 4인방을 모두 불러들였다.
설기현은 지난해 2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투르크메니스탄전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또 정해성 코치를 파견해 몸 상태 점검을 한 차두리(프라이부르크)도 소집명령을 받았고, 박주영(AS 모나코), 신영록(부르사스포르), 김동진(제니트), 이영표(알 힐랄) 등은 허 감독의 재신임을 받았다.
이와 함께 중국과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도 소집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C-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안정환(다롄스더)과 ‘작은 황새’ 조재진(감바 오사카), ‘진공청소기’ 김남일(빗셀 고베), 장신 수비수 김근환(요코하마) 등도 부름을 받았다.
특히 대표팀 세대교체 이후 주전경쟁에서 밀린 김남일, 조재진, 안정환이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
이번 해외파가 총 집결된 이유는 최근 대표팀 차출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축구협회와 연맹, K리그 구단간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협회는 A매치 데이 기간 중 호주(9월5일), 세네갈(10월10일)과 두 차례 평가전을 계획했지만, 연맹과 K리그 구단들은 국내 리그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로 A매치 일정을 조정하지 않으면 ‘대표 차출 거부’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대승적인 한국축구 발전 차원에서 협회와 연맹, 구단이 머리를 맞대면서 9월5일 호주와의 평가전을 예정대로 치르기로 하되 다음날 정규리그를 치르는 K리그 구단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파를 대거 부르기로 결정했다.
한편 10월10일 세네갈과 평가전은 10월14일로 조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11월14일과 18일 유럽예선 1위팀과 친선경기는 21일 시작되는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에 차질을 주지 않도록 국내 선수들을 조기에 귀국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동아닷컴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