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기자의베이스블로그]‘전설’송진우은퇴경기기대되네요

입력 2009-09-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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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의 소속팀인 야쿠르트 감독 다카다 시게루는 요미우리 황금시대(1968-1980년)의 일원인데요. 그는 외야수로서, 3루수로서 수비의 명인(名人)이었답니다. 다카다는 1980년 어느 날 좌익수 직선타구를 달려가서 잡았습니다. 그러나 공을 잡을 때, 머릿속에 그린 공의 궤적과 글러브의 각도보다 실제 타구는 약 30cm 정도 아래였다죠. 어쨌든 잡았으니 아웃이지만 이 순간 다카다는 은퇴를 예감했답니다. “프로는 타인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를 평가하는 것”이란 말을 남기고요. 곤도 타다유키란 기자가 쓴 책, ‘운명의 물러날 때’에 나오는 에피소드입니다.

#일본야구의 신화적 존재인 왕정치는 현역 마지막 시즌(1980년)에도 30홈런을 쳤지만 은퇴에 미련을 두지 않았죠. 은퇴 시즌에도 그는 팀의 130경기 중 129경기에 출장했고, 4번타자였습니다.(참고로 ON포 콤비인 나가시마 시게오는 6번타자로 은퇴했죠.) 공교롭게도 왕정치와 다카다는 같은 팀에서 전성기를 누린 관계로 은퇴 타이밍이 일치합니다. 이에 요미우리 구단은 두 선수의 은퇴식(11월17일· 고라쿠엔 구장)을 동시에 치러줬는데요. 사람들은 왕정치의 은퇴로만 기억하죠. 다카다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9월, 한화는 정민철과 송진우 ‘두 전설’을 은퇴시킵니다. 정민철은 12일 은퇴식을 가졌지요. 한화는 ‘55번이 아닌’ 23번을 영구결번 헌정했고, 은퇴경기는 없었습니다. 23일엔 송진우의 은퇴경기가 예정돼 있지요. 정민철은 선배인 송진우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굳이 은퇴경기를 고사했다고 합니다. 또 후배 윤규진을 배려해 55번 영구결번을 단념했고요. 그의 인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은 대스타의 은퇴경기에 상대팀이 에이스나 4번타자를 내보내 예우하곤 하는데요. 송진우의 23일 은퇴경기가 기대됩니다. 하긴 은퇴를 자발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언급된 선수들은 비범합니다. 어디 범인(凡人)들이야 인생이 그런가요?

PS=장종훈 은퇴경기(2005년9월15일)는 한화 프런트의 자랑입니다. 히어로즈가 정민태 은퇴식을 열 때 자문을 구했을 정도였죠. 이제 정민철에 송진우까지 추가됐으니 은퇴식 노하우는 한화에서 배워야겠네요. 다른 구단들은 은퇴식이 아니라 어떻게 고참을 은퇴로 유도하는지 그 비법을 전수받고 싶을지 모르겠습니다만….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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