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그라운드엿보기]폭력,사랑의매가아닌범죄 

입력 2009-09-23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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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에서 합숙 중이던 남자배구 국가대표 박철우가 코치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 파문이 일고 있다. TV화면을 통해 본 박철우의 왼쪽 뺨과 배의 선명한 구타 흔적은 아주 끔찍했다. 대표선수까지 코치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보면 우리 체육계에 구타의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은 지를 절실히 보여준다. 이를 두고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그동안 코칭스태프의 선수 폭행은 종목을 불문하고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8월 모 대학 농구부 학부모들은 감독이 선수를 폭행했다며 고소했고, 프로배구에선 선수대기실에서 원산폭격을 시키고 목 부위를 차는 체벌을 가해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지난해 펜싱국가대표 선수가 코치에게 폭행당한 사건도 생생하다. 이렇게 국가대표나 프로선수들도 구타를 당하는데, 아마추어 학생선수 구타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외국에서는 폭행이 문제가 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어느 농구선수가 감독이 목을 잡고 흔들었다고 폭로해 학교와 미국대학체육위원회(NCAA)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이처럼 우리 스포츠 현장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성적 지상주의와 인격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는 무분별한 지도자 채용의 문제다.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의 중·고 남녀 학생선수 11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선수 10명 중 8명(78.8%%)이 폭행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운동을 못하거나 훈련태도가 나쁘다는 이유로 ‘기합이나 얼차려’(64.3%%), ‘모욕적 욕설’(59.1%%), ‘구타’(49.3%%)를 당했고, ‘훈련과 상관없이 욕을 듣거나 맞았다’는 경우도 44.4%%나 됐다. 우리 스포츠는 그 동안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며 국가 이미지 제고에 일조해왔다. 하지만 그 내면 속에는 ‘폭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각 종목의 협회 차원에서 지도자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 NBA에서는 리그 차원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날 경우 처벌을 강화하고 벌금을 인상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스포츠 코칭센터를 창설해 지도자들에게 일정의 윤리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유소년스포츠연맹 등은 워크숍을 통해 지도자들의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폭행사건이 일어나면 진상조사, 처벌, 재발방지 등에 노력하기보다는 감추기에 급급한 우리 현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제 더 이상 폭력이 ‘사랑의 매’라는 이유로 대물림 되어서는 안 된다. 폭력은 매가 아닌 범죄이기 때문이다.

김 종 환 중앙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인간의 내면은 무한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 성공의 열쇠란 내면의 잠재력을 빠르게 찾아 발전시키는 것이다. 축구에서도 현재의 결과 보다는 구체적인 축구발전의 잠재력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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