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말한다]김성한의1987년PO 4차전

입력 2009-10-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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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궁둥이‘죽기살기’식질주-“벼랑끝내야안타,아직생생해”
극적인 동점… 해태, 역전 발판, 야구인생 최고 열심히 달렸죠“내야땅볼 치고 그렇게 열심히 달려본 기억이 없어요. 하늘이 도왔죠.”

해태가 써내려간 가을의 전설 중심에 섰던 김성한(51). 그는 22년 전 가을의 기억을 더듬었다. 1987년 OB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었다.

“기억이 생생해요. 해태가 3차전까지 1승2패로 뒤지고 전주에서 4차전이 열렸죠. 패하면 바로 보따리를 싸야하는 상황이었어요. 9회초까지 2-3으로 끌려갔는데….”

김성근 감독이 지휘한 OB는 2회와 3회 1점씩을 뽑으며 기세를 올렸다. 반면 해태는 2회 무사만루 등 5회까지 4차례나 찬스를 날려버렸다. 6회말 김종모의 솔로홈런으로 1-2로 추격한 뒤 8회말 김봉연의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9회초 구천서에게 적시타를 맞고 다시 2-3으로 뒤졌다.

운명의 9회말. 해태는 선두타자 서정환의 좌전안타와 1번타자 이순철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마지막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백인호의 유격수쪽 땅볼로 2사 3루. 타석에는 ‘오리궁둥이’ 김성한이 들어섰다.

“그날 앞선 4타석에서 안타를 뽑지 못했어요. 당시 최일언은 해태 킬러였는데 특히 인코스 볼이 위력적이었죠.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도 몸쪽으로 들어오더라고요. 그런데 빗맞았어요. 치는 순간 ‘죽었구나, 졌구나’ 하는 생각밖에 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때, OB 유격수 유지훤이 타구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치면서 공을 잡았다. 1루에 던졌지만 젖먹던 힘까지 다해 달리던 김성한의 발이 아슬아슬하게 1루에 먼저 도달했다. 내야안타로 기록됐고, 3-3 동점이 돼버렸다. 99.9%%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놓친 OB는 허탈했고, 해태는 기사회생했다.

“솔직히 말하면 1루에 살기 위해 열심히 뛴 건 아니었어요. 속으로 ‘이걸로 시즌 끝인데 열심히나 뛰자’는 생각이었죠. 그때 땅볼 치고 자포자기 심정이 돼 열심히 뛰지 않았다면 그런 행운도 오지 않았겠죠. 해태 타자들은 당시 내야땅볼 치고 열심히 달리는 선수가 거의 없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저도 내야땅볼 치고 그렇게 열심히 달렸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결국 연장 10회말 1사만루에서 최일언의 끝내기 폭투로 해태가 4-3으로 승리했다. 기세가 오른 해태는 5차전을 4-0으로 잡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삼성마저 4승무패로 압도하며 전년도에 이어 2년연속 우승고지에 올랐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졌다면 해태의 한국시리즈 4연패 신화도 없었겠죠. 프로야구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겠습니까. 아무튼 그 게임이 반전의 계기가 됐죠.”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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