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MC스나이퍼, ‘속사포? 속삭임!…스나이퍼 달달해졌네’

입력 2009-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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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MC’, ‘민중MC’, ‘힙합의 음유시인’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MC스나이퍼는 “그냥 MC스나이퍼가 좋다”고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새 앨범 ‘뮤지엄’ 확 변했다
타이틀곡은 더 클래식 ‘마법의 성’ 오마주
시원한 속사포 대신 달콤한 속삭임
래퍼 MC스나이퍼(본명 김정유)는 2002년 데뷔할 때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처럼 자신의 음반 레이블을 만들고 크루를 만들어서 힙합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첫 소속사와 전속계약이 끝난 2005년, 행사를 뛰며 번 돈으로 힙합듀오 배치기 1집을 제작하면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제작자가 된지 4년이 된 2009년 11월, 그는 ‘속사포 래퍼’로 유명한 아웃사이더를 비롯해 L.E.O, 취랩, 신태권, 일리닛 등 10명의 힙합 아티스트를 거느린 힙합 레이블 ‘스나이퍼 사운드’의 수장이 됐고, 올해만 7장의 음반을 제작했다.

스나이퍼 사운드는 아직 YG만큼 ‘대기업’은 아니지만, MC스나이퍼는 힙합 음악계에서는 웬만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됐다. 하지만 MC스나이퍼도 제작자와 아티스트 생활을 병행하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17일 발표한 5집 ‘뮤지엄’에 수록된 ‘내려놓음’에 그 고민이 담겨 있다.

“제작자로 살아가야하나 아티스트로 살아가야하나, 또 후배들한테 형이 될 것인가 사장님이 될 것인가 혼란이 생겨 괴로워했던 때가 있었어요. 결국 휴머니즘이 없는 엔터테인먼트는 안 된다는 생각에 ‘형으로 가자’고 결론을 내렸죠.”

원래 지난해 나왔어야 할 이번 앨범은 후배들의 앨범을 제작하느라 1년이 늦어졌다. ‘겨울 앨범’을 콘셉트로 14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힙합의 음유시인’이라는 그의 수식어에 잘 부합하는 앨범이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어쿠스틱 악기로 만든 장엄하고 웅장한 사운드 위에 따뜻한 사랑의 추억을 담아냈다. 오랜 물건들을 전시해둔 박물관처럼, 자신이 가진 사랑에 관한 오랜 감정들을 가사와 비트를 통해 전시해두고자 앨범 이름을 ‘뮤지엄’(박물관)으로 지었다. 앨범 재킷에는 트랙마다 가사에 맞는 유화가 함께 들어있어 더욱 아늑함을 준다.

“가장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힙합을 고민했어요. 그래서 연주음악에 가까운, 반주만 들어도 연주음악으로 충분한 힙합음악을 만들었어요. 요즘 힙합은 피처링이 남발하는데, 전 피처링 뮤지션이 참여한 곡을 4곡으로 최소화 했어요.”


타이틀곡은 ‘마법의 성’으로, 더 클래식의 동명의 원곡에 대한 오마주다. 자신이 과거 ‘마법의 성’을 듣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처럼, 힙합에도 “부수고 깨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느낌을 주고 싶”어 만든 곡이다.

‘이별의 숲’이 애초 강력한 타이틀곡 후보였으나 ‘스나이퍼스러움’을 벗어나기 위해 ‘마법의 성’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강남nb’ ‘부산에서’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쉽게 변할 줄은 몰랐어’ 등 앨범에는 과거 MC스나이퍼의 옛사랑 이야기들이 대부분 담겨있다. 또 최근 몇년새 죽음을 맞은 유명인들과 관련된 트랙도 있다.

고 최진실, 이은주, 정다빈, 장자연, 유니 등에 대해 이야기한 ‘유서’는 이들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하는 한 남자의 마음을 노래했다. ‘국화꽃 향기’는 온전히 고 장진영을 위해 쓴 추모곡이다.

“저도 한때 우울증이 있었어요. 그분들의 심정은 이해가 갔어요. 혹시 이 음악을 듣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 싣지 않으려 했는데, 최대한 담백하게 부르고 가사도 부드럽게 고쳤어요. 장진영 씨는 제 컴퓨터 바탕화면을 장식할 만큼 팬이었는데, 그분의 비보를 접하고 매서운 바람에 내팽개쳐진 듯한 느낌을 받아,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MC스나이퍼는 5년 안에 스나이퍼 사운드를 YG나 SM, JYP처럼 “믿고 살 수 있는”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을 갖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메이저 시장형 가수와 자기세계가 뚜렷한 가수를 두루 거느린 “언더와 오버의 밸런스가 잡힌 레이블”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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