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기자의 까칠인터뷰] LG로 돌아온 이병규 “수비땐 ‘라뱅’요? 그것은 오해일뿐”

입력 2010-01-2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일본에서 돌아온 ‘적토마’ 이병규가 4년 만에 LG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그는 3년간의 일본생활에서 배운 점과 LG 복귀 배경,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잠실벌. 그라운드는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수북이 쌓인 눈 위로 첫발을 내딛는 ‘적토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이판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는 LG 이병규(36)를 만났다.


-왜 LG로 복귀하게 됐나.

“일본에서도 몇 군데 팀에서 콜이 있었고, 나도 일본에 더 있고 싶었다. 지난해 말 귀국한 뒤에 주위에서 이젠 LG로 돌아오라는 얘기가 많았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뜻에 따랐다. 타지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어린 애들이 스트레스가 많았다. 일본말도 안 되니까. 양가 어르신들도 가족들을 보고 싶어했다. 나도 일본서 성적이 안 나면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것 같아 LG 복귀를 결정했다.”


-LG와 협상도 길어졌다.

“많은 분들이 돈(연봉)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 물론 연봉은 선수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과연 내가 팀에 힘이 될 수 있을까, 괜히 LG에 들어가 마이너스가 되는 건 아닐까 고민이 길었다. 이병규의 가세로 LG 전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안다. LG가 최근 7년간 너무 힘들어했다. 내가 와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조금이나마 힘이 돼 보자는 생각을 했다.”


-LG에 외야 자원이 넘치는데 과거와 달리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좋은 선수들인 만큼 다들 자신의 프라이드를 지키려 할 것이고, 경쟁심리 때문에 운동도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지난해 주니치에서 2군생활을 너무 오래했다. 몸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 기량이 쇠퇴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예전 한국에 있을 때만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지금은 잘하겠다 못하겠다는 말도 할 수 없다. 건방진 말이 될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작년 1군에서 안 뛰었지 2군에서는 꾸준히 경기에 출장해 경기감각이나 타격감각은 걱정하지 않는다. 몸에도 전혀 이상이 없다.”


-왜 그렇게 2군에 오래 있었나.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용병이라 그런가? 한국사람이라 기회를 안 주나? 물론 나만의 생각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그런 걸 감독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거 아니냐. 어차피 난 야구선수니까, 어디서든 야구를 해야하니까 2군에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일본에서의 3년을 후회하지 않는가. 야구를 한 뒤 처음 추락을 경험했는데.

“잘 갔다왔다고 생각한다. 해외진출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니까. 선진야구를 보면서 느끼고 배운 것도 많았다. ‘내가 왜 일본에 와서 이런 고생을 하나’ 그런 생각도 안 했다.”


-무엇을 배우고 느꼈다는 얘기인가.

“기술적인 면에서도 변화구 치는 법이나, 타석에 들어가기 전 마음의 준비 등에 대해 베테랑 선수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조언을 받았다.

수비 포메이션 자체도 우리와 다른 부분이 있었다. 섬세하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더라. 선수들은 자기발전을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첫해 2월 1일 캠프를 시작하는데 선수들이 이미 몸을 완벽하게 만들어온 걸 보고 놀랐다. 캠프 공식훈련이 끝나 호텔에 들어갔더니 나 혼자였다. 호텔방에서 혼자 잤는데 다음날에도 또 나 혼자였다. 그래서 3일째에 몰래 봤더니 선수들이 방망이와 글러브를 들고 하나씩 나가더라. 처음엔 그런 것부터 배웠다.


-일본에서 장타력은 늘었는데 도루수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한국에서 30-30도 했던 ‘적토마’가 3년간 기록한 도루수가 1개였는데.

“한국에서도 어릴 때나 많이 뛰었지…. 사실 오치아이 감독은 내게 ‘뛰라’는 사인을 잘 내지 않았다. 주니치에서 그린 라이트를 부여받은 선수는 이바타 등 2명 정도밖에 없었다. 장타력은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힘이 붙었기 때문인 것 같다. 돔구장이라 홈런이 많이 나온 것 같기도 하고.”



-4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선수구성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2007년 입단한 김광현 등 모르는 투수도 많을 것 같은데.

“LG 선수들 중에도 모르는 선수가 많아졌다.(웃음) 다른 팀도 마찬가지일 거고. 김광현은 안다. 2007년 아시아시리즈 결승 때 붙어봤고. 내가 홈런을 쳐서 주니치가 이기지 않았느냐.(웃음)”


-팬들 사이에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라뱅’이라는 별명도 붙어있는데 알고 있나. 수비를 할 때 슈퍼에 라면사러 가는 것처럼 어슬렁거리며 뛰어간다는 뜻인데.

“그런가? 물론 내가 그렇게 비쳐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선입견을 가지고 보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인터넷에 부정적인 댓글을 다는 팬들에게 내가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말로 하는 것보다 플레이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에 악플을 보면 선수는 모두 힘들다. ‘힘내세요’라는 4마디가 선수들에게는 진짜 힘이 된다.”


-팀에 새로 복귀하는 만큼 마음가짐도 다를 것 같은데.

“인터넷에 보니까 ‘엘롯기 동맹’이라는 말이 있더라. 그런데 롯데하고 KIA는 4강에 진출하고 우승도 했다. 이젠 우리만 남았다. 그 팀들이 다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가 있나. 예전엔 솔직히 LG는 개인주의가 강했다. 팀이 있어야 개인이 있는 것이니까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 경기 후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으면 개인훈련도 하면 된다. 후배들이 날 보고 ‘저 형, 한국 있을 때 안했던 사람인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젠 습관이 됐다. 그런 것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개인성적이 어느 정도 좋아야 팀에도 좋은 것이지만 이젠 개인성적을 욕심낼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량보다는 맏형으로 팀을 이끌어나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잠실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