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에는 그야말로 벤처기업(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에 도전하는 중소기업)의 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업, 새로운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또 사라지기를 반복했는데, 2010년 현재, 당시의 벤처기업 중 살아남은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당시 벤처기업들은 기존의 대기업들이 미처 손대지 않고 있던 이른바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여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두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간의 사업 영역 전환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 기업들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기능성 USB 메모리 전문 업체인 ㈜코디아디지털커뮤니케이션(이하 코디아)의 고병수(46세, 청주 출생) 대표는 당시 벤처기업 전국시대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틈새시장 상품이었던 하이브리드(hybrid: 혼합) CD로 성과를 거두었지만, CD 미디어 전반의 급속한 하향세로 인해 사세가 기우는 아픔을 겪었고, 이후 하이브리드 CD의 컨셉을 응용한 기능성 USB 메모리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여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벤처 기업의 살길, 그리고 기능성 USB 메모리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2001년에 시작한 벤처의 꿈
“제가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한 것은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습니다. 와세다 대학 상학(경영학)부에 유학을 했고, 그 와중에 ‘스포츠닛폰’ 신문사에서 컬러 지면 편집 업무를 했었기 때문이죠. 5년 정도 일본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은 후, 1995년부터 귀국하여 몇몇 기업을 거치며 홈페이지나 CD 타이틀 제작, 대형 건설사의 벤처기업 입주 지원 업무 등을 했는데, 그 와중에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에 코디아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2001년이라면 한창 벤처기업 붐이 일어나던 때다. 이 시기에 설립된 코디아가 집중 공략하게 된 사업 분야는 ‘하이브리드 CD’였다. 이 제품의 특징과 응용 방법에 대해 고병수 대표는 자세히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CD라는 것은 쉽게 말해 공 CD와 일반 CD-ROM의 특성을 모두 가진 디스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스크의 모든 영역이 공백상태인 공 CD와 달리, 하이브리드 CD는 공 CD 영역과 CD-ROM 영역이 나뉘어 있고, 이 CD-ROM 영역에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넣어 생산이 가능합니다. 이 CD-ROM 영역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넣어 판매하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아도 비밀번호 없이는 읽기나 쓰기가 불가능한 보안용 공 CD가 되는 것이고,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를 넣어 판매하면 포토샵 없이도 CD상에서 사진 편집이 가능한 포토 앨범 제작용 공CD가 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하이브리드 CD의 응용분야는 참으로 넓습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CD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판매망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일개 벤처기업의 여력으로는 쉽지 않은 것이었을 텐데, 어떻게 이를 극복했을까?
“저는 일본 생활이 길었기 때문에 그쪽의 관계자들과 친분이 깊었습니다. 하이브리드 CD 사업에 대해서는 일본 리코(Richo)사가 원천 기술과 생산 설비를 가지고 있었는데, 제가 리코사의 임원들과 협의하여 제품의 생산은 리코가 담당하고, 하이브리드 CD에 들어가는 응용 소프트웨어는 코디아가 공급하기로 했죠. 덕분에 과도한 설비 투자 없이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받을 수 있었죠.”
CD 사업의 흥망과 직결된 회사의 운명
이렇게 시작하게 된 코디아의 하이브리드 CD 사업. 어떠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그 성과는 어떠했는지 고병수 대표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2005년 즈음까지 공 CD 사업이 호황이었고, 하이브리드 CD는 경쟁 업체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순조롭게 판매가 이어졌습니다. 삼성물산이나 모나미 같은 큰 기업에도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했지요. 비밀 번호 및 암호화 CD, CAD 데이터 및 문서 유출 금지 CD 등이 주력 제품이었고, 국내 시장에서만 60 ~ 70만 장 정도를 판매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시장 공략도 적극적으로 했는데,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요 배경과 음악에 사용자의 사진을 합성해 저장할 수 있는 포토 앨범 CD는 공 CD로서는 상당히 비싼 장당 4만 원 정도의 가격이었는데도, 일본에서 5만 장 이상 팔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시장이 변하고 예상치 못한 난관까지 겹치면서 코디아의 사세는 급속하게 축소되기 시작했다.
“2007년 정도가 되니까 전반적인 공 CD의 판매량이 급속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 대형 거래처가 10억 원대 규모의 대금을 주지 않고 잠적하는 일도 벌어졌지요. 제자리를 잡을 무렵의 벤처기업이 이런 일을 당하니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25명 정도에 이르던 직원이 2명만 남을 정도였으니 상황이 짐작이 갈 만하시겠죠?”
하이브리드 CD의 기술을 응용한 기능성 USB로 승부수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코디아와 고병수 대표는 돌파구를 찾고자 노력했다. 변화된 시장의 대세를 따르면서도 기존에 쌓아온 기술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 USB 메모리’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저장 미디어의 대세가 공 CD에서 USB 메모리로 바뀌었기 때문에 저희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USB 메모리 판매로는 차별화를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저희는 기존 하이브리드 CD 기술을 응용한 기능성 USB 메모리를 판매하기로 했죠.”
공 CD와 USB 메모리는 저장매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같지만, 구조나 형태, 사용법 등에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어떠한 방법으로 하이브리드 CD의 기술을 USB 메모리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일까?
“USB 메모리 내부에는 기록 영역 외에도 보안 영역, 그리고 한 번 데이터를 넣으면 변경이 되지 않는 ROM(비 휘발성 메모리) 영역이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CD의 CD-ROM 영역에 응용 프로그램을 넣어 생산하듯, USB 메모리의 보안 영역과 ROM 영역에 응용프로그램을 넣어 생산하면 기능성 USB 메모리가 되는 것이죠. 코디아가 기존에 개발하던 하이브리드 CD용 응용프로그램들이 다양했기 때문에 이를 개량하여 기능성 USB 메모리용으로 만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도 낮은 한국 시장 아쉬워
코디아가 하이브리드 CD 사업을 접고 기능성 USB 메모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07년 즈음부터다. 하지만 2010년 현재, 시장에서 코디아의 기능성 USB 메모리 제품을 찾아보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코디아의 기능성 USB 메모리 사업은 현재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고병수 대표에게 물었다.
“사실 코디아의 기능성 USB 메모리 제품을 한국 내에서는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동안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했기 때문이죠.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일본은 한국에 비해 솔루션(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2009년 한 해 동안 일본 시장에서 코디아의 바이러스 백신 USB 메모리가 10만 개, 메일 관리 USB 메모리가 5만 개, 데이터 백업 USB 메모리가 3만 개정도 판매되는 등, 상당한 호조를 보였습니다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한국의 기업이면서도 한국 시장에서 활약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고병수 대표 역시 상당한 아쉬움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한 편으론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일반 소비자 상대로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일단은 한 번에 대량 공급이 가능한 기업 시장부터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8년에 대우해양조선에 설계도면 복사 방지 기능을 갖춘 USB 메모리인 ‘Secure-CAD USB’를 공급한 것이죠. 조선 산업의 경우, 설계 도면이 유출되면 엄청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저희 제품을 선택한 것이죠.”
퀵 드롭 기능 갖춘 ‘마스코트 USB’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파
하지만 이렇게 해외 시장이나 기업 시장만을 공략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국내의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기능성 USB 메모리 제품의 개발에 대해서 고병수 대표는 이 역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으로는 이른바 ‘마스코트 USB’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타사가 판매하던 캐릭터 USB 메모리와 비슷한 것입니다만, 이런 제품들은 제품의 외형을 캐릭터 모양으로 만든다거나 캐릭터 관련 이미지를 제품 표면에 인쇄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 기능적으로는 일반 USB 메모리와 다를 바가 없었죠. 하지만 코디아의 마스코트 USB는 ‘퀵 드롭(Quick Drop)’이라는 응용 프로그램을 넣어 캐릭터성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함께 살렸죠.”
기존의 캐릭터 USB 메모리와는 차별화를 꾀했다는 마스코트 USB의 퀵 드롭 기능, 이에 대해 고병수 대표는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퀵 드롭 기능을 갖춘 최초의 마스코트 USB로 EBS에서 인기리에 방영하던 아동 애니메이션인 ‘슈퍼빼꼼’의 캐릭터를 담은 제품이 최근 출시되었습니다. 이 슈퍼빼꼼 USB를 PC에 처음 꽂으면 자동으로 슈퍼빼꼼의 애니메이션이 재생되고, 윈도우 바탕 화면 한쪽에 슈퍼빼꼼 캐릭터 아이콘이 자리 잡게 되지요. 저장하려고 하는 파일을 캐릭터 아이콘으로 옮기면 USB 메모리로 한 번에 저장이 가능하고, 아이콘으로 떠 있는 캐릭터를 더블 클릭하면 파일 보기를 실행하며,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사용하여 안전제거도 한 번에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에 맞춰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이 표시되어 재미를 더하게 되지요.”
이러한 마스코트 USB의 퀵 드롭 기능은 언뜻 보기에는 편리하지만, PC 사용에 익숙한 사용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귀찮은 존재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 고병수 대표는 충분히 검토한 사항이라고 하며 설명을 보충했다.
“사실 그 의견도 맞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①‘내 컴퓨터’를 클릭한 후에 ②’메모리 드라이브’를 선택하고 ③’파일을 저장’하는 작업이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합니다만, PC 초보자에겐 어려울 수도 있지요. 마스코트 USB의 퀵 드롭 기능은 이러한 3단계를 1단계로 축소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기능이 정 필요치 않다면 이 기능을 작동하지 않게 하여 보통의 USB 메모리처럼 사용해도 상관없지요. 값도 같은 용량의 일반 USB와 큰 차이가 없으니, 기왕 비슷한 값을 주고 USB 메모리를 살 바에야 한 가지라도 기능이 더해진 이 제품을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마스코트 USB에 대한 고병수 대표의 기대는 상당한 것 같았다. 특히, 일반 소비자 판매뿐 아니라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USB 메모리는 선물용이나 판촉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경우에도 홍보하고자 하는 기업의 로고나 캐릭터가 응용된 마스코트 USB를 사용한다면 보다 큰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의 ‘벤처’는 계속된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고병수 대표는 IT동아의 독자들 및 소비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사실 저는 리더보다는 참모형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능력을 근성으로 채우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작지만 보다 재미있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 여러분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코디아의 고병수 대표는 최근 스마트폰의 붐과 더불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마이크로 SD카드, 그리고 대용량이 매력인 외장하드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능성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창업 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좌절도 겪었지만, 그야말로 ‘벤처’답게 이를 극복해온 과정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의미다. 그의 도전이 어떠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따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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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벤처기업들은 기존의 대기업들이 미처 손대지 않고 있던 이른바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여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두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중간의 사업 영역 전환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한 기업들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기능성 USB 메모리 전문 업체인 ㈜코디아디지털커뮤니케이션(이하 코디아)의 고병수(46세, 청주 출생) 대표는 당시 벤처기업 전국시대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틈새시장 상품이었던 하이브리드(hybrid: 혼합) CD로 성과를 거두었지만, CD 미디어 전반의 급속한 하향세로 인해 사세가 기우는 아픔을 겪었고, 이후 하이브리드 CD의 컨셉을 응용한 기능성 USB 메모리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여 제2의 전성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벤처 기업의 살길, 그리고 기능성 USB 메모리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2001년에 시작한 벤처의 꿈
“제가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한 것은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습니다. 와세다 대학 상학(경영학)부에 유학을 했고, 그 와중에 ‘스포츠닛폰’ 신문사에서 컬러 지면 편집 업무를 했었기 때문이죠. 5년 정도 일본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은 후, 1995년부터 귀국하여 몇몇 기업을 거치며 홈페이지나 CD 타이틀 제작, 대형 건설사의 벤처기업 입주 지원 업무 등을 했는데, 그 와중에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1년에 코디아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2001년이라면 한창 벤처기업 붐이 일어나던 때다. 이 시기에 설립된 코디아가 집중 공략하게 된 사업 분야는 ‘하이브리드 CD’였다. 이 제품의 특징과 응용 방법에 대해 고병수 대표는 자세히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CD라는 것은 쉽게 말해 공 CD와 일반 CD-ROM의 특성을 모두 가진 디스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스크의 모든 영역이 공백상태인 공 CD와 달리, 하이브리드 CD는 공 CD 영역과 CD-ROM 영역이 나뉘어 있고, 이 CD-ROM 영역에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넣어 생산이 가능합니다. 이 CD-ROM 영역에 보안 소프트웨어를 넣어 판매하면 별도의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아도 비밀번호 없이는 읽기나 쓰기가 불가능한 보안용 공 CD가 되는 것이고, 사진 편집 소프트웨어를 넣어 판매하면 포토샵 없이도 CD상에서 사진 편집이 가능한 포토 앨범 제작용 공CD가 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하이브리드 CD의 응용분야는 참으로 넓습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CD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판매망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일개 벤처기업의 여력으로는 쉽지 않은 것이었을 텐데, 어떻게 이를 극복했을까?
“저는 일본 생활이 길었기 때문에 그쪽의 관계자들과 친분이 깊었습니다. 하이브리드 CD 사업에 대해서는 일본 리코(Richo)사가 원천 기술과 생산 설비를 가지고 있었는데, 제가 리코사의 임원들과 협의하여 제품의 생산은 리코가 담당하고, 하이브리드 CD에 들어가는 응용 소프트웨어는 코디아가 공급하기로 했죠. 덕분에 과도한 설비 투자 없이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받을 수 있었죠.”
CD 사업의 흥망과 직결된 회사의 운명
이렇게 시작하게 된 코디아의 하이브리드 CD 사업. 어떠한 제품을 출시했으며 그 성과는 어떠했는지 고병수 대표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2005년 즈음까지 공 CD 사업이 호황이었고, 하이브리드 CD는 경쟁 업체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순조롭게 판매가 이어졌습니다. 삼성물산이나 모나미 같은 큰 기업에도 대량으로 제품을 공급했지요. 비밀 번호 및 암호화 CD, CAD 데이터 및 문서 유출 금지 CD 등이 주력 제품이었고, 국내 시장에서만 60 ~ 70만 장 정도를 판매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시장 공략도 적극적으로 했는데, 특히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요 배경과 음악에 사용자의 사진을 합성해 저장할 수 있는 포토 앨범 CD는 공 CD로서는 상당히 비싼 장당 4만 원 정도의 가격이었는데도, 일본에서 5만 장 이상 팔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시장이 변하고 예상치 못한 난관까지 겹치면서 코디아의 사세는 급속하게 축소되기 시작했다.
“2007년 정도가 되니까 전반적인 공 CD의 판매량이 급속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 대형 거래처가 10억 원대 규모의 대금을 주지 않고 잠적하는 일도 벌어졌지요. 제자리를 잡을 무렵의 벤처기업이 이런 일을 당하니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25명 정도에 이르던 직원이 2명만 남을 정도였으니 상황이 짐작이 갈 만하시겠죠?”
하이브리드 CD의 기술을 응용한 기능성 USB로 승부수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코디아와 고병수 대표는 돌파구를 찾고자 노력했다. 변화된 시장의 대세를 따르면서도 기존에 쌓아온 기술을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 USB 메모리’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저장 미디어의 대세가 공 CD에서 USB 메모리로 바뀌었기 때문에 저희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USB 메모리 판매로는 차별화를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저희는 기존 하이브리드 CD 기술을 응용한 기능성 USB 메모리를 판매하기로 했죠.”
공 CD와 USB 메모리는 저장매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같지만, 구조나 형태, 사용법 등에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어떠한 방법으로 하이브리드 CD의 기술을 USB 메모리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일까?
“USB 메모리 내부에는 기록 영역 외에도 보안 영역, 그리고 한 번 데이터를 넣으면 변경이 되지 않는 ROM(비 휘발성 메모리) 영역이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CD의 CD-ROM 영역에 응용 프로그램을 넣어 생산하듯, USB 메모리의 보안 영역과 ROM 영역에 응용프로그램을 넣어 생산하면 기능성 USB 메모리가 되는 것이죠. 코디아가 기존에 개발하던 하이브리드 CD용 응용프로그램들이 다양했기 때문에 이를 개량하여 기능성 USB 메모리용으로 만들었습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해도 낮은 한국 시장 아쉬워
코디아가 하이브리드 CD 사업을 접고 기능성 USB 메모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07년 즈음부터다. 하지만 2010년 현재, 시장에서 코디아의 기능성 USB 메모리 제품을 찾아보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코디아의 기능성 USB 메모리 사업은 현재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고병수 대표에게 물었다.
“사실 코디아의 기능성 USB 메모리 제품을 한국 내에서는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동안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했기 때문이죠.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일본은 한국에 비해 솔루션(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2009년 한 해 동안 일본 시장에서 코디아의 바이러스 백신 USB 메모리가 10만 개, 메일 관리 USB 메모리가 5만 개, 데이터 백업 USB 메모리가 3만 개정도 판매되는 등, 상당한 호조를 보였습니다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더군요.”
한국의 기업이면서도 한국 시장에서 활약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고병수 대표 역시 상당한 아쉬움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한 편으론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일반 소비자 상대로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일단은 한 번에 대량 공급이 가능한 기업 시장부터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8년에 대우해양조선에 설계도면 복사 방지 기능을 갖춘 USB 메모리인 ‘Secure-CAD USB’를 공급한 것이죠. 조선 산업의 경우, 설계 도면이 유출되면 엄청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저희 제품을 선택한 것이죠.”
퀵 드롭 기능 갖춘 ‘마스코트 USB’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파
하지만 이렇게 해외 시장이나 기업 시장만을 공략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국내의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기능성 USB 메모리 제품의 개발에 대해서 고병수 대표는 이 역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으로는 이른바 ‘마스코트 USB’가 있습니다. 이 제품은 타사가 판매하던 캐릭터 USB 메모리와 비슷한 것입니다만, 이런 제품들은 제품의 외형을 캐릭터 모양으로 만든다거나 캐릭터 관련 이미지를 제품 표면에 인쇄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 기능적으로는 일반 USB 메모리와 다를 바가 없었죠. 하지만 코디아의 마스코트 USB는 ‘퀵 드롭(Quick Drop)’이라는 응용 프로그램을 넣어 캐릭터성뿐만 아니라 기능성도 함께 살렸죠.”
기존의 캐릭터 USB 메모리와는 차별화를 꾀했다는 마스코트 USB의 퀵 드롭 기능, 이에 대해 고병수 대표는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퀵 드롭 기능을 갖춘 최초의 마스코트 USB로 EBS에서 인기리에 방영하던 아동 애니메이션인 ‘슈퍼빼꼼’의 캐릭터를 담은 제품이 최근 출시되었습니다. 이 슈퍼빼꼼 USB를 PC에 처음 꽂으면 자동으로 슈퍼빼꼼의 애니메이션이 재생되고, 윈도우 바탕 화면 한쪽에 슈퍼빼꼼 캐릭터 아이콘이 자리 잡게 되지요. 저장하려고 하는 파일을 캐릭터 아이콘으로 옮기면 USB 메모리로 한 번에 저장이 가능하고, 아이콘으로 떠 있는 캐릭터를 더블 클릭하면 파일 보기를 실행하며,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사용하여 안전제거도 한 번에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에 맞춰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이 표시되어 재미를 더하게 되지요.”
이러한 마스코트 USB의 퀵 드롭 기능은 언뜻 보기에는 편리하지만, PC 사용에 익숙한 사용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귀찮은 존재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 고병수 대표는 충분히 검토한 사항이라고 하며 설명을 보충했다.
“사실 그 의견도 맞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①‘내 컴퓨터’를 클릭한 후에 ②’메모리 드라이브’를 선택하고 ③’파일을 저장’하는 작업이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합니다만, PC 초보자에겐 어려울 수도 있지요. 마스코트 USB의 퀵 드롭 기능은 이러한 3단계를 1단계로 축소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기능이 정 필요치 않다면 이 기능을 작동하지 않게 하여 보통의 USB 메모리처럼 사용해도 상관없지요. 값도 같은 용량의 일반 USB와 큰 차이가 없으니, 기왕 비슷한 값을 주고 USB 메모리를 살 바에야 한 가지라도 기능이 더해진 이 제품을 사는 것이 이득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마스코트 USB에 대한 고병수 대표의 기대는 상당한 것 같았다. 특히, 일반 소비자 판매뿐 아니라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USB 메모리는 선물용이나 판촉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경우에도 홍보하고자 하는 기업의 로고나 캐릭터가 응용된 마스코트 USB를 사용한다면 보다 큰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의 ‘벤처’는 계속된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고병수 대표는 IT동아의 독자들 및 소비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사실 저는 리더보다는 참모형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능력을 근성으로 채우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지금도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작지만 보다 재미있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을 소비자 여러분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코디아의 고병수 대표는 최근 스마트폰의 붐과 더불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마이크로 SD카드, 그리고 대용량이 매력인 외장하드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능성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창업 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좌절도 겪었지만, 그야말로 ‘벤처’답게 이를 극복해온 과정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의미다. 그의 도전이 어떠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볼 따름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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