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보호선수 신인 제외’ 누구를 탓할 것인가

입력 2011-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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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31일 결국 이범호의 보상선수 범위를 놓고 ‘신인 제외’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뒤 8개구단에 공문을 보냈다. KBO 고문변호사의 법률적 해석까지 얻어 내린 결론이다.

이로써 KIA는 신인선수를 자동적으로 제외하고 18명의 보호선수를 작성할 수 있게 됐고, “신인까지 포함된 18명의 보호선수 명단을 작성하라”고 주장하던 이범호의 원소속구단 한화도 KBO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날 KBO 공문을 받아든 일부 다른 구단 관계자도 KBO의 유권해석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KBO 야구규약 제164조 ‘구단의 보상’ ⑤항에는 ‘18명의 보호선수에는 군보류선수, 당해연도 FA 신청선수, 외국인선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만 설명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FA 선수는 1월 15일까지 반드시 계약하도록 돼 있다. 타 구단 FA를 영입하게 되면 계약 승인 시점부터 2주 내에 보상이 완료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1월 31일에 소속선수로 등록되는 신인선수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1월 15일을 넘겨 KIA가 해외에 진출했던 이범호를 영입하면서 보상범위의 기준도 모호한 해석을 낳게 된 것이다. KIA는 KBO 총재의 계약 승인시점(1월 30일), 한화는 보상 시점(KBO 계약 승인 후 2주 후)을 기준으로 잡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양측 모두 잘못된 주장은 아니다. 문제는 유권해석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규약에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논란을 야기한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8개구단의 이기주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언론이 허술한 규약의 문제점을 숱하게 지적해왔지만 구단들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잘못된 규약을 제대로 손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규약은 KBO 단독으로 개정할 수 없다. 8개구단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동안 KBO에서 개정안을 내놓아도 구단들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면 무시해 왔다. 선수의 인권 문제나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대전제는 뒷전이었고, 구단운영의 편의주의에만 매달렸다.

야구규약대로라면 이번 이범호 뿐 아니라 해외파의 국내복귀와 관련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소지가 많다. 일례로 일본에서 뛰는 박찬호와 이승엽이 향후 시즌 중에 국내 무대에 복귀하려고 해도 규약상 복귀할 수 없다.

특히 박찬호는 일본에서 야구를 그만두더라도 적어도 반 년 이상, 아니면 1년 이상 쉬어야 국내복귀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무엇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길인지 8개구단은 깊이 고민해야한다. 8개구단은 야구규약에 유권해석이 개입할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여놓는 게 먼저다. 야구규약 개정의 주체는 8개구단이기 때문이다. KBO의 유권해석을 탓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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