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볼턴의 4강행 영웅 이청용 “지성형과 결승서 붙고 싶다”

입력 2011-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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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1시즌을 가장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을 꼽으라면 단연 볼턴일 것이다.

12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세인트 앤드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8강에서 볼턴은 버밍엄을 3-2로 물리치고 11년 만에 4강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종료 직전 짜릿한 헤딩 결승골을 작렬한 이청용(사진)이 있다.

버밍엄전이 끝난 다음 날(13일) 스포츠동아와 만난 자리에서 이청용의 입가에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청용이 약속 장소에 들어서자 모든 시선을 끈 것은 물론이다. 아직 승리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터. 그를 바라보는 볼턴 팬들의 시선에는 따스함과 고마움이 묻어났다.

“FA컵 4강이 던져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뻔한 질문이지만 돌아온 답은 진지했다.

“아주 중요했다. 개인에게나, 팀에게나.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4강 진출은 팀뿐 아니라 내게도 정말 좋은 기회다.”

더욱이 같은 날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8강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라이벌 아스널을 2-0으로 제압해 나란히 4강 대열에 합류했다.

고대했던 또 한 번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열릴 대회 결승에서 이청용(볼턴)과 박지성(맨유)이 맞붙을 수도 있다. 코리안 더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승 타이틀이 걸린 마지막 혈투에서 과연 누가 웃느냐는 건 국내 팬들에게도 특별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데가 없다는 말도 있으니 이청용과 박지성 중 어느 한 쪽에 무게를 주는 것 역시 큰 실례일 수 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히 존경하는 선배 지성 형과 맨유를 만나는 건 내게도 큰 의미가 있다. 많은 부분을 가르쳐준 선배였다. 그래도 승부는 승부다. 나 또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만큼 지성 형을 결승에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승패를 떠나 잉글랜드에 유이하게 남은 한국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게 된 이상, 일찌감치 최후의 승자를 가늠해보는 것도 막바지로 치닫는 잉글랜드 축구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볼턴(영국) | 김신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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