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추천 슈퍼스타K] 두차례 큰 수술…이젠 도약만 남았다

입력 2011-03-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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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의 미드필더 정석민은 내일이 더 기대되는 예비스타다.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프로의 꿈을 이뤄냈다. 스포츠동아DB

1.포항 황선홍 감독의 별…미드필더 정석민

U-20월드컵 대표 등 아마 전성기
무릎부상으로 2년간 재활의 시간
작년 마침내 포항 입단 재기 성공
날 믿어준 가족, 올시즌엔 꼭 보답
스타플레이어는 프로스포츠의 꽃이다. 관중들은 스타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그들이 흘리는 굵은 땀방울과 역동적인 움직임에 환호한다. K리그에도 지동원(20·전남), 윤빛가람(21·경남)을 보기 위해 실로 오랜만에 오빠부대가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스타는 없다. 언론과 팬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지는 게 스타다. 지금도 K리그 16개 구단에는 제2의 지동원을 꿈꾸는 수많은 예비스타들이 자신을 담금질하고 있다. 그들의 자질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직접 지도하는 감독일 것이다. 스포츠동아는 2011년 K리그 기획 중 하나로 예비스타를 조명하는 ‘감독 추천 슈퍼스타 K’를 준비했다. 1탄은 포항 황선홍 감독이 엄지를 치켜드는 미드필더 정석민(23)이다.

정석민에게 항상 큰 힘이 되는 가족들. 작년 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 뒤 함께 찍은 가족사진.


포항 황선홍 감독은 “황진성, 김재성, 신형민을 위협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 경험이 부족해 운영 능력이 떨어지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정석민과 같은 선수들이 포항의 미래다”고 칭찬했다.

정석민은 2010년 드래프트 5순위로 포항에 입단한 2년 차 미드필더다. 작년 5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했고 16일 성남과의 컵 대회 홈경기 때 올 시즌 첫 선발 출전해 결승골을 작렬했다.

인터뷰 룸에 들어선 그는 여러 차례 재치 있는 말로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냈다. 골 넣은 상황에 대해 설명할 때 옆에 앉은 조찬호를 가리키며 “여기 계신 우리 팀 유일의 국가대표 선수께서 잘 비켜 주셔서 공간이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등번호 77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원래 5번을 달고 싶었는데 주인이 있었다. 77번을 적으면 감독님께서 다른 좋은 번호를 주실 줄 알았는데 정말로 77번을 주셨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아 평소대로 대답한 것뿐이다”는 천진한 얼굴과 웃음 뒤에 그러나 한때 축구를 그만둘 뻔 했던 깊은 아픔이 숨어 있었다.


● 두 차례 큰 시련

유난히 추웠던 2009년 겨울. 정석민은 테스트 선수 신분으로 홀로 프로 문턱을 두드렸다. 청소년대표까지 지냈지만 두 번의 큰 부상과 수술이 이런 시련을 안겼다. 정석민은 2007년 캐나다 U-20 월드컵 대표팀에 뽑혀 3월 수원 컵에서 주전 수비수로 뛰었다. U-20 월드컵에 뛴 뒤 그해 말 드래프트에 참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4월 연습경기 도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수술과 재활 끝에 1년 후 그라운드에 섰지만 얼마 후 똑 같은 부위를 또 다쳤다.

중대 결심을 했다. 국내가 아닌 무릎 수술로 유명한 독일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대학생 신분이라 비행 편과 수술비용 등 수천만 원을 자비로 부담했다. 아버지 정상식(53) 씨는 아들을 위해 기꺼이 독일 행을 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고통스런 재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석민은 “사실 그 때는 다시 축구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TV와 신문도 멀리했다. 동기 이상호, 하태균(이상 수원), 신광훈(포항)의 경기가 중계됐고 인터뷰 기사가 쏟아졌다. 어린 그에게 혹독한 형벌이었다. 독한 마음으로 결국 재기에 성공했다.

2009년 말, 대학 졸업을 앞두고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냈다. 대학 경기를 뛰며 프로 스카우트 눈에 띄어 지명을 받아야 하는데 2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당연히 주목하는 구단은 없었고 스스로 찾아가 ‘내가 이런 선수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포항, 부산, 울산에서 훈련을 했다. 당시 부산 사령탑이 황선홍 감독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만난 것도 묘한 인연이다.


● 프로 꿈을 이루다

정석민은 2010 드래프트에서 포항 지명을 받아 프로 꿈을 이뤘다. 포항에 쟁쟁한 미드필더들이 많아 현재 주전은 아니지만 차분하게 기회를 엿보고 있다. 두 번의 부상은 큰 교훈을 줬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있다. 지금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조금씩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황 감독은 미드필드에서 유기적인 패스를 가장 중시한다. 컵 대회 때는 정석민 등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올 시즌이 도약을 위한 더 없이 좋은 찬스다. 정석민은 작년 말, 누나 정민정(27) 씨와 함께 아버지와 어머니 윤성화(53) 씨에게 리마인드 웨딩 선물을 안겼다. 아들을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매번 경기장에 와 응원하는 부모를 위한 작은 효도였다.

그는 “울산에 있는 누나와 부모님,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나는 힘을 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 정석민은?


▲ 생년월일: 1988년 1월 27일 생

▲ 신장/체중: 183cm, 75kg

▲ 포지션: 미드필더

▲ 출신학교: 전하초-현대중-현대고-인제대

▲ 프로경력: 2010 신인 드래프트 포항 입단 통산 6경기 2득점

▲ 대표경력: 2007년 U-20 월드컵 대표

사진|스포츠동아DB·정석민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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