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더 아름다운 남자 박·지·성

입력 2011-05-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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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한국인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
블랙풀과 리그 최종전 1골 1도움 활약
8골 6도움으로 작년 이청용 기록 넘어
챔스리그 결승 앞두고 경기감각 조율
최근 활약, 맨유와 재계약 가능성 높여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010∼2011시즌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박지성은 23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블랙풀과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최종전에 선발 출전해 1골 1도움을 올리며 팀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8호 골이자 통산 24호 골. 8골 6도움으로 작년 이청용(23·볼턴)이 기록했던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 공격포인트 13개(5골 8도움)를 뛰어넘었다. 1주일 전 역대 최다인 통산 19번째 우승을 확정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23승11무4패(승점 80)로 리그를 마쳤다. 프리미어리그 잔류 경쟁을 벌였던 5개 팀 가운데 블랙번과 위건, 울버햄턴은 살아남은 반면 버밍엄시티와 블랙풀은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추락했다.


○최다 공격포인트


박지성은 한국인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새 역사를 썼다. 올 초 아시안 컵을 다녀온 뒤 허벅지를 다쳐 100일가량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더 값진 기록이다. 박지성은 올 시즌 27경기에서 8골을 넣었는데 산술적으로 3.4경기 당 1골씩을 뽑아냈다. 허벅지 부상만 아니었다면 10골 이상도 가능했다.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골 결정력이 확연히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29일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과 그 결과에 따라 공격포인트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1년 전 아픔 설욕

박지성은 작년에도 스토크시티와 리그 최종전에서 골을 넣었다. 그러나 얼굴은 어두웠다. 첼시가 이미 리그 우승을 확정한 김빠진 상황이었다. 올 시즌은 달랐다. 전반 21분, 베르바토프가 왼쪽 측면에서 찔러준 패스를 보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박지성은 수비수를 따돌리고 감각적인 왼발 칩 슛으로 골키퍼 키를 살짝 넘겨 그물을 흔들었다.

후반에도 박지성의 왼발이 또 한 번 빛났다. 1-2로 역전당한 후반 17분, 상대 진영 왼쪽에서 정확한 땅볼 패스를 중앙으로 연결했고 이를 안데르손이 논스톱 왼발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맨유는 이후 블랙풀의 자책골과 오언의 추가 골로 4-2 대승을 거두고 안방에서 정규리그 우승과 승리를 자축했다.


○챔스리그 출전으로 가는 징검다리

블랙풀 전을 앞두고 박지성의 출전 여부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다. 바르셀로나와 챔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쉬어갈 것인지 경기감각 회복 차원에서 뛸 것인지를 놓고 궁금증이 일었다. 퍼거슨 감독은 후자를 택했다. 9일 첼시 전 이후 경기를 뛰지 않은 박지성의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사실 퍼거슨은 2년 전 바르셀로나와 챔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주전 대부분에게 2주 간 휴식을 줬다가 경기 당일 선수들 대부분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그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퍼거슨은 후반 17분 박지성이 도움을 올리자마자 오언과 교체해 체력을 비축하도록 배려했다. 5월 초 이후 부상으로 한 동안 경기를 못 뛰었던 에브라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것이나 웨인 루니가 종료 6분을 남기고 투입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재계약 청신호

최근 박지성의 활약은 재계약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박지성은 2012년 6월까지 계약돼 있다. 맨유가 계약만료 1년 전 재계약하는 관례로 볼 때 협상 테이블이 열릴 시기가 임박했다. 아직까지는 구단 측에서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박지성 측은 바르셀로나와 결승전 후에야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면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은 국가대표에서도 은퇴한 상황이라 내년시즌부터 맨유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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