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적고 스타 안 뛰고 리그 컵은 ‘2군 놀이터’

입력 2011-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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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승부조작 긴급진단<상>오명 쓴 시민구단과 컵 대회

시민구단 1년 예산, 기업구단의 절반 수준
관중석 텅텅…구단들 홍보·투자 나몰라라

리그 컵, 챔스리그 진출권 등 이점없어 외면
2군 선수 경기감각 끌어올리는 무대로 전락
승부조작 파문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전 시티즌과 광주FC 소속 선수들을 대상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돼 지금까지 일부 선수가 구속됐다. 5월30일에는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전직 K리거 정종관(30)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게 부끄럽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디까지 사건이 확대될지 짐작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스포츠동아는 3회에 걸쳐 이번 사건이 벌어지게 된 원인과 문제점, 그리고 현실적인 대안을 짚어본다.

K리그를 지탱하는 두 축, 시민구단과 컵 대회가 무너졌다. 승부조작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현재 K리그 시민구단은 인천, 경남, 대구, 광주, 대전, 강원 등 6개다. 전체 16개 구단의 3분의 1을 넘는다. 리그 컵은 정규리그 다음 가는 K리그 대표 대회다.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승부조작 가담 선수 대부분이 시민구단 소속으로 밝혀졌다. 그들이 승부조작을 꾸민 경기는 주로 컵 대회였다.


○검은 유혹에 취약한 시민구단

시민구단의 재정은 열악하다. 구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1년 예산이 기업 구단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부분의 시민구단 선수들은 묵묵히 땀 흘리며 내일을 기약한다. 대전의 2001년 FA컵 우승, 인천의 2005년 정규리그 준우승은 그 자체로도 큰 감동을 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검은 유혹이 접근하기 쉬운 구조였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몇몇 구단은 클럽하우스조차 없다. 평균 관중도 프로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적다. 프로의 생명인 관중몰이를 위한 마케팅이나 홍보는 뒷전인 구단들도 수두룩하다. 구단의 수장이 정치적 입김에 따라 바뀌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구단을 운영할 수 없는 현실이다.

클럽 숫자를 늘려야한다는 전제에 수준 미달의 프로 구단들이 난립해서 생긴 결과다.

선수들이 철저한 프로 마인드를 갖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시민구단 소속의 연봉이 적은 몇몇 선수들이 승부조작이라는 불법행위에 가담하면서 결국 동료와 소속 팀 얼굴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언론, 팬의 관심 멀어진 리그 컵

리그 컵도 마찬가지다. 리그 컵은 우승상금이 1억원으로 정규리그(3억)나 FA컵(2억)에 비해 적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과 같은 메리트도 없다. 상위 구단들은 언제부턴가 2군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익히는 기회로 리그 컵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매 년 리그 컵 무용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프로연맹은 미온적이었다.

연맹은 “한 시즌에 일정 이상 경기 수가 유지돼야 한다”며 과감하게 개혁의 칼을 뽑지 못했다. 대회 방식만 조금씩 바꾸는 등 ‘언 발에 오줌 누기’로 근근이 유지해 왔다.

자연스레 팬과 언론의 관심이 멀어졌다. 누가 이기고 지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 승부조작에 용이한 구조가 돼 버렸고, 그 결과 일이 터져 버렸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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