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두산’이 7위라니…“내탓이오”

입력 2011-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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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전폭적인 지원에도 7위 추락
“팀 분위기 반전 위해 떠나야 할 때”
성적 추락한 5월부터 괴로워했다
“성적부진 책임 용퇴”…또다른 이유 있다?

두산 김경문 감독(53)이 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두산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감독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김광수 수석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하고 잔여 시즌 동안 대행체제로 선수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산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5월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하더니 결국 6월 7위까지 추락했다. 더 큰 문제는 팀 분위기를 반전시킬 어떠한 계기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는 경기가 늘어나면서 선수단 사기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고 김 감독의 표정도 나날이 굳어졌다.

김 감독은 팀이 추락하기 시작한 시점인 5월부터 고뇌에 빠졌다고 알려졌다. 김승영 단장은 “감독 본인이 성적이 나지 않는 것에 대해 너무 괴로워했다. 지난달부터 ‘팀을 위해서라도 내가 그만둬야 한다’고 구단에 몇 번이고 의사를 전달해왔지만 계속 만류했다. 하지만 결국 어제(12일) 경기 후 감독이 최종결정을 내렸고 오늘 사퇴를 공식발표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2004년 사령탑에 오른 후 7년간 두산을 6번(2006년 제외)이나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놓으며 강팀으로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5할 이상의 승률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토록 갈망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단 한 번도 일궈내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성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올림픽 금메달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우승’에 목말라 있었다.

올시즌에는 자신감도 남달랐다. 더스틴 니퍼트라는 걸출한 용병을 영입해 객관적인 전력이 다른 7개 구단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직 133경기 중 57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불투명하다.

김 감독의 결정은 망설임이 없었다. 평소 대쪽같은 성격답게 팀 성적에 모든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김 감독은 사퇴서를 통해 “올시즌 어느 때보다 구단의 지원이 좋았고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했지만 구상대로 풀리지 않아 힘들었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이 선수들이 서로 뭉치는 계기를 만들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사퇴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지난 7시즌 동안 하루하루 두산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에 앉아있는 것,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커다란 행운이며 축복이었다.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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