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11번 나온 괴물 7번 맞혀”…호러광 기자가 본 ‘7광구’

입력 2011-08-05 09: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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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3D 영화 ‘7광구’는 국내 순수 기술로 만들어진 영화로 제작보고회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크리처 호러 '7광구'(8월 4일 오후 6시 개봉)의 베일이 드디어 벗겨졌다. 100억 원의 투자, 한국영화 최초의 3D영화, 그리고 1000만 관객 영화 '해운대' 윤제균 감독 제작과 한국 최고의 여배우 하지원과 국민배우 안성기가 출연한 영화 '7광구'는 시사회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2011년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 마지막 회에서 길라임(하지원 분)의 차기작이라는 점은 큰 메리트가 됐다. 하지원은 7월 7일에 있었던 7광구 제작보고회에서 "영화가 개봉을 하다니 꿈만 같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영화 팬들의 기대도 함께 올라갔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1일 시사회에 달려갔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움만 남았다.


▶'에이리언'인지, 7광구인지…다른 점은 장소가 '7광구'

영화 '7광구'를 보며 '아 저 장면 어디서 봤는데'라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괴물이나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는 많다. 제작진 입장에서 이전 영화를 참고하지 말란 법도 없다. 하지만 '7광구'는 크리처 호러의 대명사 '에이리언'과 닮아도 너무나 닮아 있었다.

김지훈 감독은 영화의 배경을 '7광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우주공간과 같은 밀폐된 공간은 너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찾아보니 우리나라 남단에 '7광구'가 있더라. 그곳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결국 장소가 다른 점 외에는 별 다른 특징이 없다.

또한 '시추선'이라는 곳이 관객들에게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한 곳 같다. 영화 초반에는 시추선 '이클립스' 호에서 작업을 하고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그려진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어비스', '에이리언 시리즈' 등에서 나오는 장소와 다르지 않을뿐더러 사람들의 일상생활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써 '괴물은 도대체 언제 나와?'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게다가 괴물이 나오는 장면에서부터는 언제 어디서 괴물이 나오는 지 거의 예측이 가능하다.

괴물이 관객들을 깜짝 놀래주려 등장한 장면은 11번 정도 되지만 그 중 7번은 '이쯤 되면 나오겠네'라는 예상할 수 있다. 스토리 전개가 기존의 괴수영화 공식을 벗어나지 못해 식상한 것이다.

하지원은 영화촬영을 하다 실신 상태까지 이르렀지만 스태프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며 계속 촬영에 임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감독, 정말 '하지원'의 연기력만 믿고 갔나

영화 '7광구'는 하지원에서 시작해 하지원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원이 한국 영화계의 액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하는데 이 영화 역시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사실 하지원은 7광구 '차해준' 캐릭터에 남다른 애착이 있기도 했다. 영화는 1000만 영화 '해운대'를 찍기 전 이미 기획된 상태였고 하지원의 캐스팅도 거의 확정돼 있었다.

하지원은 '7광구'를 5년간 기다려왔고 이 작품을 위해 바이크 면허와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땄으며, 스턴트배우가 대신 할 수 있는 장면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 그런 하지원의 모습을 보며 김지훈 감독 또한 "하지원이 없었더라면 '7광구'는 없었을 거다"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하지원을 비롯해 7광구에 출연한 배우들은 흠잡을 데 없이 연기를 해냈다. 시추선 톱을 제외한 영화 배경 대부분이 CG로 처리가 되어 배우들은 99%를 세트장에서, 그 중 80%는 그린매트에서 촬영을 해야 했지만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그리고 괴물 또한 CG로 만든 것이기에 배우들은 있지도 않은 괴물과의 사투를 연기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특히 영화촬영 초반에는 배우들이 괴물의 동선을 파악하기 힘들어 시선처리를 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본 장면 중 배경을 빼고 괴물을 빼고 배우들만 보게 된다면 그들이 얼마나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것인지 가늠하게 된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영화 7광구에 아쉬움이 많은 이유는 뻔 한 이야기 전개이다.

영화 '7광구'의 괴생명체는 10년 동안 이클립스호에 살았던 정민(안성기 분)의 석유에 대한 욕심 때문에 탄생했다. 하지원 아버지(정인기 분)와 함께 산유국을 꿈꾸던 정민은 화학합성생태계에 살았던 생물을 발견했고 그 생물이 '석유 덩어리'와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돼 배양했고 결국 그것이 괴생명체가 된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라는 주제로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는 '에이리언 시리즈'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등 할리우드에서 이미 많이 등장했던 소재다. 괴생명체가 나오는 영화는 아니지만 대표적인 3D 영화 '아바타'도 인간의 에너지에 대한 탐욕을 꼬집는 영화이기도 했다.

하지원의 배역 이름이 '차해준'이 아니라 '리플리'('에이리언' 시고니 위버), '앨리스'('레지던트 이블' 밀라 요보비치)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또한 영화를 보며 설명이 부족한 것이 몇 가지 있어 아쉬움을 낳는다. 첫 번째는 괴생명체의 공격의 목적이 정확하지 않다. 괴생명체의 공격을 보고 든 생각은 '그냥 저렇게 하고 끝나?' 이었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서 괴생명체가 인간을 공격하는 이유는 영양을 섭취하기 위함이거나 종족번식에 숙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7광구 괴생명체는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자신을 괴물로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인지 그냥 혀에서 나오는 촉수로 인간을 찌르고 나서는 먹지도 않고 이용하지도 않은 채 다른 사람을 죽인다.

두 번째는 석유로 밥을 말아먹을 만큼 '석유를 사랑하는' 차해준의 심리다. 아버지가 죽은 7광구에서 꼭 석유를 발견하고자 했던 해준의 집착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국 최초의 3D영화, 도전은 좋지만 관객 기대치는 '아바타'만큼 높아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

7월 7일 제작보고회에서 영화 7광구의 VFX(Visual Effect, 특수영상)를 맡은 장성호 대표의 말이다. 장성호 대표는 "'아바타'는 10년 후에나 나왔어야 할 작품이다"라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7광구는 한국 최초 3D영화로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또한 영화의 총 컷인 1800컷 중 1748컷이 CG가 차지해 역대 최대의 CG작업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래서 배우들의 동선에 맞게 세트를 제작했고 CG로 공간을 넓혔다.

또한 3D영화를 만들기 위해 배경, 인물,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부분을 따로 촬영해 한 장면을 위해 3~4번을 반복 촬영을 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영화의 첫 3D도전인 만큼 발판을 세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괴생명체의 촉수나 물컹물컹할 것 같지만 갑옷처럼 단단한 괴생명체의 모습과 움직임 또한 3D영화의 장점을 잘 살려낸 듯하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생생하지는 않았다. 시사회 때도 김지훈 감독은 언론·배급 시사회 직후 "전체적으로 약 10% 정도의 기술 편집이 덜 된 상태다. 부족한 면을 보완해 개봉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봉 전날 후반작업 시간이 부족해 개봉이 연기되는 사태를 맞았다.

4일 오후 6시부터 극장에서 선보이는 '7광구'는 언론시사회 당시 공개된 버전과는 편집은 물론 3D 부분, 자막 등이 달라진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 관계자는 "시사회 때 부족했던 부분, 특히 명암이나 3D 시퀀스 심도를 조절하는 등 퀄리티를 높였다. 시사회 때보다 관객들이 만족하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개봉할 때까지 작품을 다듬은 '7광구'가 시사회 때보다는 더 나은 장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줄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미 영화 아바타(2009)의 영향으로 3D영화를 향한 기대치가 높아져 있어 얼마나 7광구의 3D 매력에 매료될지는 알 수 없을 것 같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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