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토크] 성남 신태용 감독 “홍철, 크게 될 놈…언젠가 큰 물에 팔아야지!”

입력 2012-01-1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성남 일화의 ‘난 놈’들이 뭉쳤다. 홍철(왼쪽)과 신태용 감독이 광양 전훈지에서 사제토크를 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고 있다. 광양 | 남장현 기자

두 명의 ‘난 놈’들이 한 자리에 앉았다. 성남 일화 신태용(42) 감독과 홍철(22)이 ‘사제토크’를 위해 15일 전훈지 광양의 한 호텔에서 마주했다. 내로라하는 입담가들이 모여서일까. 공기부터 달랐다. 쉴 틈 없이 티격태격, 육두문자(?)까지 오갔지만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크게 웃다보니 어느새 40여 분이 훌쩍 흘렀다. 진지함과 농이 섞인 둘의 흥미진진한 입심대결은 딱히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우상& 진상

신태용(이하 신) : 왜 얘(홍철)하고 묶었지? 참, 어이없네. 먹고 노는 놈하고 무슨? 밥 축내, 운동화 신고 재활(홍철은 뒤꿈치 부상 중)하며 잔디 다 망가뜨려. 하는 일이 대체 뭐냐?

홍철(이하 홍) : 에이, 칭찬 좀 해줘요. 저도 멋지게 하나 날릴게요.

신 : 그래? 음, 넌 K리그 최고 풀백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뻗을 자질이 있어. 실력 좋지, 인간성 좋지. 방심만 안 하면 크게 될 놈이야. 자만은 금물이야.

홍 : 감독 4년차에 AFC챔스리그와 FA컵 우승했고 준우승 두 번 했으니 선생님도 대단하죠. 학창 시절 성남 볼보이를 했는데, 선생님을 보며 ‘성남 레전드’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어요. 우리 재능을 100%에서 120%로 끌어내는 힘도 지니셨고.

신 : 야, 땀이나 닦아. 그렇다고 네가 다 잘하는 건 아냐. 선수가 몸이 좋고 나쁠 수 있는데 간혹 정말 아니다 싶을 때가 있거든. 기본조차 못하면 진상이야.


○닮은 꼴 우리, 누가 더 난 놈?

신 : 이놈! 우린 닮은꼴이야. 나도 네 나이 때 비슷했어. 겁 없는 모습이. 92바르셀로나올림픽 때 내가 왼쪽 풀백을 했으니 포지션도 같았네.

홍 : 선생님 따라가야죠. 7번에 주장 완장차고 뛰는 걸 보며 축구 했으니.

신 : 7번 달라고? 미안하다. 영구 결번이야. 나도 먹고 살자!

홍 : 저도 난 놈인데. 나이도 젊고. 대학 1학년 마치고 왔잖아요.

신 : 가방 끈 짧다고 자랑하는 거? 그 때 내가 난 놈이란 표현을 쓴 건 온갖 역경에서 우승해준 너희를 향한 표현이야. 1% 희망이 있으면 도전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중심에 너희가 있었으니.

홍 : 아뇨. 선생님 없었으면 제가 이 정도 이름을 각인시키지도 못했죠.


○홍철 이적?

신 : 넌 센스가 있어. 공을 갖고 스피드가 더 빨라지는 것도 놀랍고. 창의력까지 있고, 생각하며 뛰고. 장점만 부각시켜 큰 그림을 그려봐.

홍 : 저도 칭찬 하나 더! 선생님은 포커페이스에요. 지고 있어도 표정 변화 없고, 자신감이 넘치고. 간혹 유럽 무대에도 나가고 싶은데, 배울 게 많아서 함께 하는 겁니다.

신 : 내 맘 속에 네가 있다. 크게 될 놈, 언젠가 팔겠다는 생각도 해. 큰 물에 내놓고 싶고. 내가 언제까지 이 팀에 있을지 모르지만 넌 계속 발전해서 팀의 자산이 돼야지.

홍 : 2∼3년은 함께 있어야죠. 저 이상한 곳은 보내지 마세요. 제발요.


○성남의 어제와 오늘

신 : 그래. 좋은 생각을 하자. 작년 10위면 잘한 거지. FA컵도 땄잖아. 너희들 덕택에. 정말 내 지도자 인생에 큰 공부가 됐어.

홍 : 2010년 베스트11에서 7명이 작년에 바뀌었죠. 초반부터 연패 빠지니 답이 없었어요. 팬들께서 좀 더 응원해주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신 : 잊지 마. 올해 시무식 때 K리그, ACL 두 마리 토끼몰이 약속한 것. 내 새끼들 믿어.

홍 : 꿈이 작으신데. 전 FA컵까지 세 마리 토끼가 목표죠. 선생님의 시즌으로 만들게요.

신 : 눈물나게 고맙다. 아직 우리가 정말 전성기 때의 50% 밖에 안 되지. 올해 60경기쯤 한다고 치면 더블 스쿼드가 필요해. 18명쯤 채웠는데, 몇몇 퍼즐이 필요해.

홍 : 그래도 보강이 잘 됐잖아요. 많이 강해졌어요. 전 평생 선생님과 한 배를 탈 준비가 돼 있어요. 부디 절 제2의 신태용으로 키워주세요. 사랑해요!

신 : 좋아. 성남의 전설이 돼 봐! 제2의 신태용보다 제1의 홍철이 되길. 큰 물도 경험해보고, 또 돌아오면 봉사 정신으로 꼭 성남에 오고.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