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사이언스] 브라질·스페인 축구선수는 유전자부터 다르다?

입력 2014-06-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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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대표팀 공격수 네이마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과연 우승 DNA는 존재할까

운동능력과 밀접 ACTN3 유전자 선수마다 차이
DNA 스위치 활성화가 중요…홍명보호도 기대

차범근(61·SBS 해설위원)-차두리(34·FC서울) 부자는 2대에 걸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고, 똑같이 태극마크도 달았다. 두 사람은 저돌적 드리블과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강인한 체력에서 판박이라고 할 만큼 비슷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축구실력은 유전된 것일까.

그동안 개인과 종목의 특성 및 전술에 적합한 여러 가지 운동처방 프로그램이 연구돼왔다. 특히 최근에는 스포츠 강대국을 중심으로 유전적 요인, 즉 스포츠에 특화된 ‘금메달 DNA’ 발견과 트레이닝 프로그램 개발 및 응용이 이뤄져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육상에선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 등 자메이카 선수들이 유독 단거리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장거리 종목을 석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처럼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월등한 트레이닝 시스템 덕분일까, 아니면 특수한 DNA 때문일까. 이 같은 의문들에 근거해 스포츠에서 유전적 요소는 어느 정도까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과연 ‘금메달 유전자’는 존재하는지, 축구에서는 어떤지를 살펴본다.


● 운동능력과 관련된 유전자는 80종류 이상!

영국의 연구팀에 의하면, 엘리트 선수의 운동능력과 관련된 유전자는 80종류 이상이다. 그 중 가장 주목도가 높은 것은 근육의 구성과 기능을 결정하는 유전자인 ‘ACTN3’이다. 이 유전자는 스프린트·파워와 지구력 모두에 연관된다.

인간은 3개의 유전자 타입을 가지고 있다. 유전자형은 유전자의 기능과 구조의 차이를 유발하는데, 유전자형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은 골격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ACTN3의 RR유전자형은 스프린트·파워계 종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XX유전자형은 지구력을 요하는 종목과 관련이 있다. 또 RX유전자형은 2개의 크로스와 같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유전자와 스포츠 경기력의 관계가 처음 보고된 것은 2003년 오스트리아에서다. 올림픽 출전선수들을 대상으로 종목별 ACTN3의 분포 비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단거리 종목에선 RR형, 장거리 종목에선 XX형이 극단적으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 ACTN3과 축구는?

그렇다면 ACTN3 유전자와 축구는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을까. 축구는 파워와 지구력 모두를 요구한다. 또 기술적 요소와 상황판단·조직력·전술이해 등 여러 복잡한 기능과 요소들이 서로 얽혀있는 까닭에 각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축구에선 종목의 특성상 이변이 적지 않게 발생하지만, 세계 톱10은 거의 변동이 없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스페인,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4위), 조직력의 이탈리아(9위) 등 세계적 축구 강국들은 이 ACTN3에 대한 연구를 국제저널에 소개하고 있다.

브라질 선수들의 ACTN3 유전자를 다형별로 나눠 스피드·점프·지구력을 비교한 결과, RR형은 XX형보다 스피드 및 점프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XX형은 RR형보다 지구력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스페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과 지구력 종목 선수들보다 RR형, RX형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세계 정상의 축구선수들도 ACTN3 유전자 다형의 빈도 및 운동능력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ACTN3 유전자 다형은 운동선수들의 경기력을 결정짓는 후보 유전자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형은 성별과 인종별로 차이가 있고, 앞서 언급했듯 스포츠 경기력 관련 유전자는 80개 이상이다. 일부 선수가 다른 선수보다 유전적 재능이 있다는 사실에는 의문이 없지만, 그 같은 유전자를 가진 선수들이 축구선수로서 잠재력을 발휘했다는 사례는 없다. 다만 유전적 차이는 분명 개인적 차별성을 유발한다. 어떤 특수한 기능을 가진 유전자형이 있다면 개인별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적용해 퍼포먼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

유전자에는 그 유전자의 기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DNA 스위치가 따로 존재한다고 한다. 아무리 우수한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DNA 스위치를 활성화시키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태극전사의 몸에 흐르고 있는 우승의 DNA 스위치를 온(On)할 수 있다면 2002년 한·일월드컵의 감동과 전율을 다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국민 전체의 열정적 성원과 한마음 응원이 필요할지 모른다.

민석기 박사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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