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스크린 대전(大戰), 아삭(ASACC)한 키워드로 본다

입력 2014-07-3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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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해무’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연기-이야기-연상-창의력-완성도’ 5가지 키워드로 본 대작전쟁

막이 올랐다. 제작비 100억원 규모의 대작들이 치열한 흥행 경쟁의 막을 올렸다. 가장 먼저 개봉해 분위기를 선점한 ‘군도:민란의 시대’와 30일 공개하는 ‘명량’ 그리고 8월6일과 8월13일 잇따라 관객을 찾는 ‘해적:바다로 간 산적’과 ‘해무’다. 흔치 않은 여름 극장가 ‘대전’(大戰)이다. 이제 선택은 관객의 몫이다. ‘고민 중’인 관객에게 솔직하고도 친절한, 그래서 ‘아삭’(ASACC)한 힌트를 드린다. 5개의 키워드로 짧고, 굵게 파헤쳤다.


● ‘군도’ (주연 하정우·강동원, 감독 윤종빈, 15세 관람가)

Acting(연기) : 백정 역까지 어울리는 하정우와 검 액션의 절대강자로 인정받아 마땅한 강동원. 긴장과 이완으로 조화를 이룬 뜻밖의 ‘케미’에 화들짝.

Story(이야기) : 이왕 세상을 갈아엎으려면 더 확실한 ‘무엇’이 필요했다. 성난 민초들이 나선 ‘강동원 죽이기’ 대작전.

Association(연상) : 윤종빈 감독의 워너비는 쿠엔틴 타란티노? 몇몇 곳에선 ‘킬 빌’ 혹은 ‘장고:분노의 추적자’의 향기가.

Creativity(창의력) : 적어도 한국영화에선 처음 보는 스타일. 군도 무리가 말을 타고 질주하는(촬영지는 새만금 간척지) 장면에선 심장 박동마저 빨라진다.

Completeness(완성도) : 시청각으로 느끼는 짜릿한 쾌감. 하지만 흩날리는 꽃잎 아래 강동원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관객 반응은 성별에 따라 극과 극이다.


● ‘명량’ (주연 최민식·류승룡, 감독 김한민, 15세 관람가)

Acting(연기) : 명불허전 최민식. ‘성웅’으로까지 불린 이순신을 연기할, 단 한 명의 배우가 그라는 데 이견을 갖기 어렵다.

Story(이야기) : 임진왜란의 영웅이 아닌 음모와 위기에 시달리는 정유재란의 이순신은 낯설다. 심지어 그 곁엔 거북선도 없다.

Association(연상) : ‘300:제국의 부활’ 같은 해양 블록버스터는 애써 떠올리지 않는 게 좋다. 여긴 할리우드가 아니다.

Creativity(창의력) : 해양 전투에 관한 한 압도적인 스케일. 멋 내지 않고 오직 명량해전이란 역사적 사실에 집중한 감독의 뚝심에 박수를.

Completeness(완성도) : 61분의 해전 장면이 등장하기까지, ‘시동’을 거는 데 할애한 67분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관건. 이순신만 쫓아 2시간을 버티긴 힘겹다.


● ‘해적’ (주연 손예진·김남길, 감독 이석훈, 12세 관람가)

Acting(연기) : 대체 왜 이제 시작한 걸까. 손예진, 김남길에게 잠재돼 있던 코믹 본능 폭발. 이제 이들에게 코미디를 허하라.

Story(이야기) : ‘해적’보다 ‘바다로 간 산적’에 밑줄 쫙. 에어컨 과다 시동 탓에 그렇지 않아도 추운 극장에서 마주하게 될 심해 속 고래가 주는 시원한 청량감에 한 표.

Association(연상) : 해적 영화의 태생적 비교대상인 ‘캐리비언의 해적’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B급 유머 탓에 ‘조선판 가문의 영광’의 향기마저.

Creativity(창의력) : 조선 국새를 삼킨 고래를 잡으려는 해적과 산적의 합동작전은 신선하고 참신하다. 그래도 “캐리비언의 해적보다 재미있다”는 감독의 말은 ‘과’했다.

Completeness(완성도) : 탄탄한 짜임새나 기승전결이 딱 들어맞는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이 쏟아낼 ‘평점’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 ‘해무’ (주연 김윤석·박유천, 감독 심성보, 청소년관람불가)

Acting(연기) : ‘구’ 김윤석도, ‘신’ 박유천도 최상의 컨디션. 나머지 선원 4인이 빚어내는 연기 앙상블 역시 단연 ‘갑’이다.

Story(이야기) : 비극은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어난다. 비극을 극복하려다 더 큰 비극을 맞는 비참한 인간들의 최후. 끔찍하다.

Association(연상) : 애써, 곱씹지 않으면 비교대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해상 스릴러에 관한 한 그 시작을 알린 영화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

Creativity(창의력) : 폐쇄된 공간과 인간의 광기 사이 상관관계를 향한 물음표. 물론 영화 본연의 창의력이라기보다 원작인 연극이 가진 힘이다.

Completeness(완성도) : 아무 영화에나 그 이름을 ‘허’하지 않는 제작자 봉준호 그리고 그와 ‘살인의 추억’을 함께한 심성보 감독의 이름 값. 연출 데뷔작으로 단연 돋보이는 실력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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