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트레인투어…아랫목 온기를 그대에게

입력 2015-02-0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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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을 기다리는 서해금빛열차. 금빛이란 이름에 걸맞게 기관차를 환한 노란색으로 치장한 것이 눈길을 끈다. 서해금빛열차에는 느긋하게 힐링 투어를 즐길 수 있도록 아랫목의 온기를 담은 온돌마루실을 비롯해 족욕탕 등을 갖추고 있다. 객차내부도 한옥의 은은한 느낌을 살린 것이 특색이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kobaukdi

■ 서해금빛열차 타고 군산 근대사 투어

서울 용산∼전북 익산…평균시속 80km
객차에 전통 온돌방·편백나무 목침까지
승무원이 이벤트 진행…3호차는 족욕실
원도심 근대사 투어·맛집 여행도 인기

여행에서 열차, 비행기, 배 등 교통편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를 목적지로 옮겨준다는 용도에 방점을 찍는다면 신속성과 편리성이 우선이 될 것이지만, 때로는 그것을 이용하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될 때도 있다. 열차는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는 멋진 교통수단이다. 여행의 감상을 표현하는 ‘객창감’이란 말이 열차만큼 어울리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런 느낌은 최신형 고속열차보다 오히려 채 100km도 안되는 속도로 여유롭게 달릴 때 배가 된다. 서해금빛열차는 바로 그런 슬로 트레인 투어에 비중을 둔 관광열차다.


● 온돌마루, 족욕탕, 차내 이벤트까지…

5일부터 일반영업을 시작한 서해금빛열차는 객차 5량의 단출한 구성이다. 탑승인원은 254명. 서울 용산에서 전북 익산까지 247.8km를 평균 80km 안팎으로 달린다. 최고시속 330km인 KTX와 비교하면 ‘느긋하게’ 달리는 열차다.

서해금빛열차가 자랑하는 시설은 온돌마루실이다. 객차에 전통의 온돌방을 재현했다. 황토마루와 온돌마루로 나뉘는데, 바닥에 난방을 설치해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여행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피곤하면 객실에 비치한 향기 좋은 편백나무 목침을 베고 누워서 갈 수도 있다. 코레일 홍보문화실 홍종환 차장은 “정식 운행 전부터 온돌마루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미 두 달치 예약이 꽉 찬 상태”라고 소개했다. 다만 전망을 위해 객실 폭을 차창에 맞추다보니 4명이 들어가면 다리를 쭉 뻗을 여유가 살짝 부족한 것이 아쉽다. 황토마루 5실, 온돌마루 4실 등 전체 객실이 9개 밖에 안돼 예약이 쉽지는 않다. 기본 운임 외에 객실당 4만원의 추가요금을 내야하는데 3월까지는 개통기념으로 2만원에 예약할 수 있다.

차량편성의 중간인 3호차의 족욕실도 서해금빛열차의 자랑거리다. 습식 4석, 건식 4석을 갖춘 족욕실은 ‘슬로 힐링 투어’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아로마향을 가미한 따스한 아산 온천수에 발을 담근 뒤 눈을 감고 달리는 기차의 기분 좋은 흔들림에 몸을 기대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진다. 족욕실 역시 예약은 필수이고 습식 5000원(20분), 건식 4000원(30분)이다.

족욕실이 있는 3호차는 다양한 이벤트 공간이기도 하다. 관광승무원들이 이벤트를 직접 진행하고, 요일에 따라 서천 국립생태원의 해설사가 진행하는 생태체험과 쇼타임코미디홀 소속 개그맨들의 개그 이벤트도 만날 수 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내부



●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군산 근대사투어

서해금빛열차의 정차역 중 당일 또는 1박 투어를 즐기기 좋은 곳 중 하나가 군산이다. 오전 8시27분 용산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11시46분에 군산에 도착한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군산의 핵심코스를 관광하고 오후 4시42분 용산행 기차에 탈 수 있다. 하지만 여유를 갖고 군산 관광을 즐기려면 하루 정도는 묵는 게 좋다. 군산의 관광 콘텐츠 중 원도심의 근대사투어는 인기가 높은 코스다. 지난해 여름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 등장한 이후 더욱 유명해졌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우리 쌀을 수탈해 일본으로 보내던 수출항이었다. 곳곳에는 그런 역사의 아픔이 남아있는 건물이 있다. 8개 구불길 중 6-1 탁류길이 근대사 투어의 코스다. 탁류길은 제목에서 짐작하듯 백릉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서 이름을 땄다. 투어의 시작점인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고달팠던 당시 민초들의 생활과 일제수탈의 역사를 살펴본 뒤 인근 미즈카페, 동국사, 고우당, 신흥동 일본식 가옥 등을 둘러보면 된다.

걷는 여정 중에는 근대사 유물은 아니지만 한석규 심은하 주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무대인 초원사진관도 있다. 맛집기행 명소로 불리는 이성당 빵집과 중국집 빈해원을 만나는 것은 이 투어의 덤이다. 욕심을 더 내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진포해양공원, 째보선창 쪽으로 부지런히 걸으면 사진촬영의 명소로 꼽히는 경암동 철길마을도 만날 수 있다.

군산|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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