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무너진 한국, 그래도 희망을 봤다

입력 2015-09-01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 3루수 김미희(오른쪽)가 31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15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결승전 4회말 무사 2루서 3루로 도루를 시도한 일본 후미에 가네코를 태그아웃시키고 있다. 이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2015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결승

0-16 일본에 완패…2년 연속 준우승 만족
‘시속 110km’ 중학생 김라경 발견 등 수확

한국이 31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2015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일본과의 결승에서 0-16으로 패했다. 한국A팀은 대만(28일 8-3), 인도(29일 10-6), 미국(30일 7-3)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지만, 강적 일본에 막혀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었다.


● 달라진 경기력…‘괴물’ 김라경의 발견


한국은 올해도 일본에 우승컵을 내줬다. 그래도 지난 대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 인스트럭터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세계무대에는 시속 120km가 넘는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다. 웬만한 남자도 쉽게 칠 수 없는 공”이라며 “결국 수비가 답이다. 수비가 안정된다면 이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비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상황별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려줬더니 스펀지처럼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승에선 5회까지 0-6으로 선전하다 6회 대거 10실점하며 무너졌지만, 대회 전반적으로는 안정적 수비를 바탕으로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통해선 김라경이라는 걸출한 인재도 발굴했다. 김라경은 아직 중학생이지만 시속 11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괴물투수’다. 홍은정 대표팀 코치는 “내년 월드컵을 위해선 (김)라경이와 같은 어린 친구들의 기량이 빨리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 2016년 부산 여자월드컵 향해!

대표팀의 눈은 1년 뒤 부산 기장에서 열리는 제7회 여자야구월드컵을 향해 있다. 세계무대에는 캐나다, 일본 등 강호들이 즐비하다. 양 전 감독은 “한국의 실력은 냉정하게 16개국 중 10위 정도”라고 평가했다. 당연하다. 초·중·고 야구부에 실업팀까지 보유한 일본에 비해 한국여자야구의 저변은 턱없이 약하다. 대부분 직장인이어서 훈련할 시간이 주말밖에 없다. 대표팀이 되더라도 업무 때문에 불참할 가능성도 있다. 김라경만 해도 중학교를 졸업하면 당장 야구할 곳이 없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대표팀은 LG전자와 한국여자야구연맹(WBAK)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를 통해 전 세계 여러 팀들과 싸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양 전 감독을 비롯해 선동열 전 KIA 감독 등 유명 지도자들의 재능기부도 큰 힘이 됐다. 정진구 WBAK 회장은 “조금씩 한국여자야구의 미래가 보인다”며 “내년 초 월드컵에 나갈 코칭스태프와 대표팀 30여명을 뽑아 9월까지 꾸준히 훈련시킬 예정이다. 한국에서 개최하는 대회인 만큼 한국여자야구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만반에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천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