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준PO 가느냐, 막느냐…대한항공·삼성화재 ‘질긴 인연’

입력 2016-03-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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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임도헌 감독-대한항공 장광균 감독대행(오른쪽).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5일 한전에 이기면 준PO 확정
패배 때는 삼성화재가 준PO 유무 판가름


참으로 질긴 인연이다.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준PO)의 향방이 5일 인천에서 가려진다. 대한항공과의 준PO를 피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삼성화재가 2일 안방에서 현대캐피탈에 무너지면서 대한항공에 마지막 기회가 왔다.

승점 2점차의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은 나란히 한 경기씩만을 남겨두고 있다. 5일 대한항공은 한국전력을 만난다. 만일 이 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이기면 7일 KB손해보험을 상대하는 삼성화재가 준PO를 피할 방법은 없다. 3·4위의 승점차가 3점 이상으로 벌어져야만 준PO가 사라진다. 물론 대한항공이 한국전력에 패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삼성화재가 결정해야 한다. 준PO를 없애기 위해 KB손해보험전에 총력전을 펼칠 수도, 안전운행을 택할 수도 있다. 준PO는 10일 예정돼 있다. 이 일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외국인선수 그로저의 몸 상태는 좋지 않다. 지금으로선 충분한 휴식이 답이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은 올 시즌 맞대결 때마다 많은 사연을 낳았다. 서로가 아쉬웠고, 돌이켜보면 시즌의 분수령이었다.


● 절망과 희망이 교차했던 3·4라운드 맞대결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에게 올 시즌 가장 아쉬운 경기를 묻자 3라운드 대한항공과의 맞대결을 들었다. 지난해 12월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였다. 그날 삼성화재는 산체스가 빠진 대한항공에 1-3으로 패했다. “진 것도 진 것이지만, 승점을 하나도 따지 못해 결국 시즌 마지막까지 이런 결과가 왔다”고 임 감독은 아쉬워했다. 신영수가 올 시즌 가장 빛났던 그날, 대한항공 선수들 모두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대한항공은 그 경기가 벌어질 때 러시아에서 모로즈와 계약을 막 마쳤다. 한국행을 위해 공항에서 대기하던 모로즈는 대한항공의 승리 소식을 접한 뒤 구단 관계자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1월 3일 펼쳐진 4라운드 때는 반대였다. 삼성화재가 기사회생의 계기를 잡았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유럽 예선전 출전을 위해 그로저가 독일대표팀에 합류해있던 때였다. 삼상화재가 ‘봄 배구’에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는 고비였다. “그 경기에서 졌다면 두 팀간 승점차가 8로 벌어져서 사실상 힘들 뻔했다”고 임 감독은 기억했다. 그로저를 대신한 김명진이 혼신을 다한 끝에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을 3-2로 따돌렸다.


● 외국인선수의 공백을 실감한 1·2라운드


1·2라운드 두 팀은 외국인선수의 공백을 실감하며 1승씩 나눠가졌다. 지난해 10월 14일 1라운드 맞대결은 그로저가 합류하기 전이었다. 국내선수로만 나선 삼성화재가 0-3으로 졌다. 11월 23일 열린 2라운드 맞대결은 정반대 양상이었다. 대한항공 산체스가 빠졌다. 하루 전 코트적응훈련 때 부상을 당했다. 대한항공도 그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삼성화재가 3-0으로 이겼다. 문제는 3세트에 나왔다. 16-17에서 삼성화재 류윤식의 블로킹을 대한항공 최부식이 발로 걷어내는 과정에서 수비 성공 여부에 대한 비디오판독이 이뤄졌다. 심판진은 수비 성공을 인정했다가 번복했다. 두 팀 사령탑이 항의했다. 대한항공은 경기지연으로 경고를 받았다.


● 6라운드 그 판정 이후 경기마저 내준 대한항공

2월 3일 벌어진 5라운드 맞대결에서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을 3-1로 눌렀다. 대한항공은 4연패에 빠지며 급격히 무너졌다. 1월 27일 수원 한국전력전 뒤 불거진 일련의 사건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밝혀졌다. 이후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팀을 떠났다. 장광균 감독대행에게 시즌 마무리를 부탁했다.

두 팀은 2월 20일 인천에서 시즌 마지막 대결을 치렀다. 패하면 준PO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대한항공 선수들이 첫 세트를 따냈다. 세트스코어 1-1인 3세트에서 또 사고가 났다. 16-15로 대한항공이 리드한 가운데 삼성화재의 공격 때였다. 대한항공 최석기가 삼성화재 이선규의 속공 모션 때 블로킹을 시도하려고 손을 집어넣었다. 이선규는 헛스윙으로 최석기의 손을 건드렸다. 이 바람에 최석기는 네트를 건드렸고, 그로저가 공격을 성공시켰다.

당초 판정은 최석기의 네트터치. 대한항공은 이선규의 인터피어라고 주장했다. 비디오판독 결과는 노카운트였다. 이 결정은 많은 문제를 낳았다. 삼성화재가 3-1로 이겼다. 대한항공 주장 한선수는 경기 후 공식기록지에 리마크를 했다. 구단은 이의신청을 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 절차를 알지 못했고 알려주지도 않았다. 대한항공은 다음날 재경기를 요구했지만 한국배구연맹(KOVO) 규약에는 그런 규정조차 없어 절망했다.

그러나 그 절망 끝에 대한항공은 다시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았다. 이제 5일 대한항공이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결정할 때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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